‘여고추리반2’ PD “제가 보고 싶은 그림 만들려 해요” [쿠키인터뷰]

‘여고추리반2’ PD “제가 보고 싶은 그림 만들려 해요”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03-16 06:00:52
정종연 PD. 티빙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본 사람은 없다는 예능 프로그램. 시청자들이 티빙 ‘여고추리반’을 표현하는 수식어다. 그 때문일까. TV가 아닌 OTT 서비스인 티빙에서 독점 공개됐지만, 반응이 뜨겁다. 티빙 첫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이기도 한 ‘여고추리반’은 구독자 확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내부 평가가 나온다. ‘여고추리반2’는 지난해 12월31일 첫 방송 돼 지난달 8부작 방송을 마쳤다.

‘여고추리반’ 시리즈를 연출하는 정종연 PD는 국내에서 게임과 추리 장르를 개척한 대표적인 연출자로 꼽힌다. tvN ‘더 지니어스’로 시작해 ‘대탈출’과 ‘여고추리반’까지. 한 시즌만 제작된 예능 프로그램이 없고, 방송사에서 가장 많은 제작비를 쓰는 PD로도 유명하다. 최근 화상으로 만난 정 PD는 ‘여고추리반2’의 인기 비결을 묻자, “왜 좋아하시지. 사실 잘 모르고 하고 있다”며 웃었다.

“제가 보고 싶은 그림을 계속 보는 기분이에요. 예를 들어 예나가 갑작스러운 NPC의 비밀을 들었을 때 리액션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걸 하려고 했어요. 새로운 그림을 만들려고 노력한 것 뿐이에요. 지금은 ‘여고추리반’과 ‘대탈출’이 점점 자기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에요. ‘대탈출’이 판타지나 게임 느낌이라면, ‘여고추리반’은 현실에 발붙인 드라마 느낌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해요. ‘대탈출’에선 뜬금없는 퀴즈가 나와도 보는 재미의 종류가 달라서 괜찮지만, ‘여고추리반’에선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이 컸어요. 또 ‘대탈출’이 스테이지 형식으로 구성됐다면, ‘여고추리반’은 퍼즐을 모아야 하나의 그림을 볼 수 있는 형식으로 바뀌었어요. ‘여고추리반’을 ‘대탈출’보다 더 추리물처럼 만들려고 했다고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여고추리반2’ 제작발표회. 티빙

‘여고추리반’ 시리즈를 처음 보면, 대체 어떤 프로그램인지 파악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기존 예능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식이기 때문이다. 제작진도 비교 대상이 없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어려움을 느꼈다. 기존에 네 번째 시즌까지 이어온 ‘대탈출’과 어떤 관계 설정을 할지 고민하는 것도 매 시즌 느끼는 과제다. ‘더 지니어스’ 이후 10년 째 리얼리티 예능을 찍으면서 시청자와의 신뢰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출연자와 시청자, 출연자와 저의 신뢰는 차곡차곡 쌓인다고 생각해요. 리얼리티가 아닌 예능을 많이 한 스태프가 ‘다시 찍으면 안 돼?’라고 얘기할 때가 있어요. 전 ‘다시 찍어도 똑같다’고 얘기하죠. 전 신뢰의 벽을 한 번이라도 무너뜨리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출연자와 저의 신뢰관계에서 나오는 진짜 리액션은 시청자들이 알아보거든요. 그 리액션은 차곡차곡 쌓인 신뢰가 없으면 나오지 않아요. 시청자는 안다고 생각하는 게 제 믿음이에요.”

‘대탈출’과 ‘여고추리반’ 같은 프로그램의 묘미는 제작진이 만든 이야기를 출연진과 시청자가 풀어가는 데 있다. 새로운 세계관이 얼마나 잘 설계됐고, 얼마나 치열한 두뇌 싸움을 유도하는지에 재미 여부가 달렸다. 제작진이 다양한 아이디어 수집에 공들여야 하는 이유다.

정종연 PD. 티빙

“몰아서 본 콘텐츠보다 어릴 때 본 콘텐츠 영향이 많아요. 만화나 게임, 영화, 아니면 드라마일 수도 있어요. 제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어디서 본 건지 기억을 못하죠. 나중에 ‘내가 여기서 영감을 얻었구나’ 하고 발견할 때가 있어요. 예를 들면 영화 ‘양들의 침묵’을 다시 볼 때 적외선 카메라가 나오면 여기서 인상 깊게 받았다고 깨닫는 식이죠. 요즘엔 유튜브를 엄청 봐요. 빠르게 쓸 레퍼런스를 찾으려고 잘 알려지지 않은 저예산 영화나 제3세계 콘텐츠를 보기도 해요.”

이날 인터뷰에서는 정종연 PD의 다음 프로그램을 묻는 질문이 여러 번 나왔다. 매번 새로운 콘셉트를 가져와 성공시키는 그의 다음 구상에 대한 궁금증이 크다. 그때마다 정 PD는 답을 피하면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대탈출’과 이어지는 리얼리티 예능은 당연히 할 생각이 있어요. 하지만 제가 ‘대탈출’과 ‘여고추리반’에서 손을 떼기 어려운 게 문제예요. 그래도 하던 일을 조금씩 줄이면서 제 비중을 낮추고 있어요. 계획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지만, 확정돼서 진행하게 되면 알려드리기로 했어요. 올해는 거시적인 계획과 새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한 해가 될 것 같아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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