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는 노태문 무선사업부(MX사업부) 사장 난타전이었다. 노 사장은 삼성전자 갤럭시S 브랜드를 만든 장본인이면서 최근 불거진 성능 저하 논란 책임자다. 그가 원가 절감을 고집한 나머지 최신 스마트폰인 갤럭시S22 경쟁력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뒤늦게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소비자를 달래보지만 여파는 크다. 노 사장 사퇴를 촉구하는 발언이 주총 현장에서 나왔다.
삼성전자는 16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3회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 승인 △사외이사(김한조·한화진·김준성) 선임 △사내이사(경계현·노태문·박학규·이정배) 선임 △감사위원(김한조·김종훈)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을 가결했다. 노 사장은 찬성률 97.96%로 이사로 선임됐다.
노 사장 이사 선임은 주총 최대 화두였다. 삼성전자 일부 주주는 노 사장 사내이사 선임을 반대해왔다. 갤럭시 S22에 탑재된 게임옵티마이징서비스(GOS)가 단말기 성능을 낮춰 주주가치를 훼손시켰다는 이유에서다. 소액 주주들이 주총 전 그의 이사 선임 부결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소비자 불만을 의식해 최근 GOS 의무화를 해제했다.
한 주주는 “노태문 후보는 GOS 책임을 지고 있고 현재 삼성 팬들을 합리적으로 납득시키지 못했다”며 “노 후보는 하드웨어 사업 총괄책임에서 손을 떼야한다”고 꼬집었다. 원가 절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또 다른 주주는 “원가 절감을 통한 영업이익도 중요하지만 브랜드 가치나 여러 면에서 고려가 필요하다”며 “적당한 선에서 원가 절감은 중요하지만 선을 넘는 행위는 비판받아야한다”고 다그쳤다.
그러자 한종희 부회장은 “노 후보는 모바일 사업 최고 전문가”라며 옹호했다. 원가절감에 관해선 “합리적인 가격대에 프리미엄제품을 제공해 가격부담을 완화하고 있지만 비용절감을 위해 품질을 양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이 반대한 경계현 DS부문장과 박학규 DX부문 경영실장도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국민연금은 기업가치 훼손과 주주권익 침해, 감시 의무 소홀 등을 이유로 경계현 부문장과 박학규 시장 이사 선임을 반대해왔다.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후보도 자격 시비를 받았다. 김한조 하나금융공익재단 이사장과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이 후보에 올랐다. 두 후보 모두 회계전문가가 아니다. 김한조 위원은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을 겸직한다.
한 주주는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을 겸직하면 어떻게 제 기능을 하겠느냐”며 “사외이사나 경영진에서 배제된 사람이 감사로 선임돼야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주주는 “감사위원은 주주 이익을 가장 잘 대변해야 하는데 두 후보는 회계전문가가 아니다”라며 “감사위원은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전문성과 독립성이 있어야 하는데 회계능력과 감사 능력은 없는 거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종희 부회장은 “감사위원 전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해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의견을 잘 새겨듣고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할 부분을 고민 하겠다”고 답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