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의 주인공이 된 10대들

콘텐츠의 주인공이 된 10대들

- OTT 플랫폼 중심으로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삼은 콘텐츠 확대
- 넷플릭스 ‘인간수업’ 기점으로 ‘지금 우리 학교는’·‘소년심판’ 등 호평
- 대부분이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폭력성·잔혹성 지적도
- “주제의식 더욱 중요해져… 여러 요소 고려해 제작해야”

기사승인 2022-03-23 17:39:08
OTT seezn ‘소년비행’ 하이라이트 영상 캡처.

좀비와 맞서 싸우고, 성매매를 알선하고, 범죄를 일으키고, 마약을 재배한다. 최근 대중문화 콘텐츠에 등장하는 10대들의 모습이다. 자극적인 소재와 청소년의 접점이 늘고 있다. 각종 콘텐츠가 청소년을 다양한 모습으로 다루며 새로운 그림을 만드는 중이다.

이야기의 보조적인 수단으로만 활용됐던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야기가 인기를 얻고 있다. KBS2 ‘학교’ 시리즈·‘드림하이’, MBC ‘여왕의 교실’, SBS ‘라켓소년단’ 등 기존에는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의 이야기가 성장, 교육, 진로 설정 과정에서의 방황, 또래 갈등, 기성세대와의 대립 등에 국한됐다면, 최근 OTT에서 공개된 콘텐츠들은 소재부터 과감해졌다. 청소년의 이야기지만, 청소년은 볼 수 없다. 넷플릭스가 선보인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 ‘지금 우리 학교는’, ‘소년심판’은 19세 이상 관람가다. OTT seezn ‘소년비행’은 15세 이상 관람가로 분류됐다.

변화의 시작은 2020년 공개된 ‘인간수업’이다. 청소년의 인터넷 성매매를 소재로 삼아 범죄 일선에 가담하는 청소년의 모습을 다룬 작품이다. 지난 1월에는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좀비물 ‘지금 우리 학교는’이 공개돼 인기를 모았다. 한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퍼진 좀비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다. 법원 소년부 재판에 출석한 소년범 이야기를 내세운 ‘소년심판’엔 청소년의 흡연, 음주, 폭행 장면이 전면에 등장한다. 오는 25일 공개를 앞둔 ‘소년비행’은 마약 운반책이던 18세 소녀가 시골에서 대마 밭을 발견하며 일어나는 일을 담는다. 작품 소개부터 ‘10대 누아르’라고 직접 명시했다.
 
10대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들. 넷플릭스 ‘인간수업’, ‘소년심판’, ‘지금 우리 학교는’과 OTT seezn ‘소년비행’(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OTT 플랫폼의 확장으로 콘텐츠가 범람하는 요즘, 청소년 캐릭터는 블루오션으로 손꼽힌다. 똑같은 장르여도 주인공이 청소년이면 콘텐츠가 다루는 세계가 달라지고, 인물의 행동과 생각에 차이가 생긴다. 성인들의 이야기를 그리던 기존 틀에 청소년을 접목하면서 익숙한 소재도 새롭게 그릴 수 있게 됐다. 방황과 그로 인한 성장 등 공익적인 성격을 띠던 과거 청소년물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완성된다.

우려점 역시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청소년을 주역으로 내세웠음에도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 매겨지는 등 폭력성, 잔혹성, 모방위험 등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차별화를 꾀하면서 생긴 부작용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쿠키뉴스에 “교내 이야기에 국한됐던 청소년 캐릭터를 이제는 학교 밖 사건들에 대입시키기 시작한 것”이라면서 “기존엔 다루지 않던, 다룰 수도 없던 이야기를 그리다 보니 더욱더 자극적으로 묘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 만큼 콘텐츠가 청소년 캐릭터를 내세워야만 하는 이유, 즉 당위성이 더 중요해졌다. 청소년 캐릭터를 단순히 소모적으로 활용하는 게 아니라, 청소년이 이 같은 일탈행위를 하게 된 이유와 그로 인해 이 콘텐츠가 어떤 메시지를 주려 하는지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설득력을 얻는다. ‘소년심판’은 청소년이 일탈하는 이유가 가정과 사회에 있음을 보여주며 호평을 얻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와 맞서는 과정에서 청소년이 어른을 불신하게 되는 모습을 그리며 사회와 연결 짓는 시도를 선보였다. 한 연예 관계자는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설정하기 전에 유의미한 주제를 얼마나 짜임새 있게 다뤘는지가 더 중요하다”면서 “주제가 청소년과 겉돌게 되면 다른 작품보다 몰입감이 훨씬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년을 이야기의 주축으로 삼은 만큼 보다 더 섬세한 접근은 필수적이다. 정 평론가는 “OTT가 등장하며 콘텐츠가 다룰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두고 자극적인 소재를 다룰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라면서 “작품이 주는 메시지와 현실과의 연결성, 그로부터 오는 공감대 형성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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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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