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5차 평화협상 이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등지에서 군사활동을 대폭 줄이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미국과 영국 등 서방 국가는 의구심을 표하며 우려했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AP·CNN·BBC 등 외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발표에 대해 “지켜볼 것이다. 러시아의 행동이 무엇인지 알기 전까지 예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우크라이나와 5차 평화협상을 실시한 이후 알렉산드르 포민 국방장관이 “키이우와 체르히니우 두 전선에서 군사활동을 과감하게 줄이겠다”고 발표한데 대한 반응이다.
다만 러시아 측은 한달 넘게 공격 중인 마리우폴, 하르키우, 헤르손 등 다른 지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 역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수도에 대한 위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의 후퇴나 철수가 아닌 재배치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NBC는 미 국방부 관리를 인용해 “(러시아가 이동 병력을) 우크라이나의 다른 지역에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른 지역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시작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군사 전문가 “러 군사활동 축소? 패배한 지역”
5차 평화협상 중에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은 러시아의 행동도 이런 의구심을 키웠다.
양측 협상단이 모인 이날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 지방정부는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군의 정부청사 포격으로 12명이 사망하고 33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서방 국가들 역시 러시아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된다고 촉구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실도 “우크라이나에 가한 공포가 끝날 때까지 서방의 (제재) 결의를 완화할 수 없다는데 동의했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회의적인 분석을 내놨다. 일부 전문가는 러시아가 발표한 군사활동 축소 지역이 우크라이나군에 밀린 지역이라고 지적했다.
유럽 주둔 미군 사령관 출신의 마크 허틀링은 트위터에 “키이우 주변에서 군사 작전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건 궁지에 몰린 곳에서 방어 태세로 전환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외교정책연구소의 군사전문가 롭리는 트위터에 “러시아의 진격이 몇 주동안 중단되고 우크라이나 군이 최근 (방어에) 성공한 키이우 주변의 상황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도시를 포위할 병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