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최장수 한은 총재의 뒷모습 [기자수첩]

떠나는 최장수 한은 총재의 뒷모습 [기자수첩]

기사승인 2022-03-31 17:39:26
한국 금융 역사에서 ‘최장수 한국은행 총재’로 기록될 이주열 총재가 오늘부로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문재인 정부 말 까지 약 8년간 한국 거시금융을 다루면서 국내 경제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가 취임한 이후 퇴임까지 한국은 크고 작은 사건을 많이 겪었다. 특히 이 총재가 취임한 당시 4월 한국은 세월호 사고라는 가슴 아픈 사건이 일어났으며, 이후 메르스 사태라는 글로벌 리스크를 이겨내야만 했다.

글로벌 위기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2016년 유럽발 ‘브랙시트’로 인해 글로벌 소비시장이 다시 한 번 침체됐으며, 같은해 사드 배치로 인한 한-중 분쟁이 일어나며 ‘한한령’으로 인한 국내 관광시장의 타격도 국내 경제에 짙은 상처를 남겼다. 또한 미-중 무역분쟁으로 양 국가의 눈치를 봐야하는 한국의 경제는 시련과 시련의 연속으로 이어졌다.

가장 큰 시련은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위기다. 코로나19는 마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처럼 전 세계의 증시에 영향을 미쳤고, 현재 진행중인 사건이다. 코로나19가 끝나지 않은 상황 속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일어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일련의 위기상황 속 이주열 총재가 이끄는 한국은행은 항상 ‘일관적’이었다. 정치권과 시장의 반응을 살피지 않았다. 경제상황이 어려울 때는 기준금리를 과감하게 내렸고,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다는 확신이 들면 금리를 단호하게 올렸다. 

특히 코로나19가 국내에 상륙하기 이전인 2020년 3월 기준금리를 0.5%p 낮추는 ‘빅컷’은 국내 금융권을 놀라게 했다. 이 총재도 8년간의 임기를 마치는 퇴임사에서 “코로나19 당시 빅컷 대응한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스스로 회고할 정도였다.

이처럼 이주열 총재는 국내 경제에도 영향을 많이 미쳤지만, 언론인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줬다. 기자 개인으로서 체감한 가장 큰 영향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문(통방문)이다. 이전의 통방문은 ‘모호함’ 그 자체라고 할 만큼 읽어봐도 향후 기준금리의 인상, 인하 여부를 알기 어려울 만큼 애매한 표현이 많았다.

하지만 오늘날의 통방문 방향성은 명확하다. 이주열 총재가 부임한 이후 금융위의 의지가 통방문에 잘 드러나 있다.  또한 그간 미공개였던 금통위 소수의견도 당일 공개하고, 소수의견 표명 위원의 실명도 밝혔다. 기준금리 결정 방향의 ‘투명성’까지 제대로 보여준 것이다. 

이주열 총재가 31일부로 퇴임하면서 마지막으로 당부한 것은 ‘불균형 심화·물가안정’이다. 심지어 ‘묘책’이 요구된다는 말까지 남겼다. 코로나19 시기 단호한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안정을 이끌어냈지만, 부작용으로 ‘인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이주열 총재가 떠나면서 해결하지 못한 ‘아픈 손가락’으로 남아있게 된 셈. 이 총재는 떠나면서 끝까지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에 대한 아쉬움을 짙게 남긴 것이다.

그럼에도 이 총재는 단상을 내려왔다. 퇴임사에서 인용한 ‘아름다운 마무리’가 어울릴 만큼 멋진 퇴임이다. 다음 총재로 부임하게 될 이창용 총재도 이런 멋진 모습을 남길 수 있길 기대한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