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자국의 천연가스를 사려면 루블화로 결제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가스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독일 등 서방국가들은 ‘협박’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미국은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로 크게 오른 유가를 잡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비축유를 방출하기로 했다.
31일(현지시간) 로이터·AP·NBC·ABC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4월1일부터 비우호국 구매자들이 러시아 가스 구매 대금을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로 결제하도록 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비우호국들은 러시아 은행에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내일(1일)부터 공급되는 가스 비용은 이 계좌에서 지불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이러한 결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현 가스 공급 계약은 중단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방 국가들은 아직 대러제재 대상이 아닌 가스프롬은행에 루블화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외화로 가스대금을 지불하면 은행이 이를 루블화로 환전하는 방식이다.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럽 국가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계약서를 근거로 “가스 비용을 유로로만 지불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은 전날 에너지 위기에 대비해 가스 비상공급계획 조기경보를 발령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과 로베르 하벡 독일 재무장관도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유로화 결제로 계약을 했다. 계약에 명시된 다른 통화로 러시아 가스를 결제하는 방법은 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대변인도 영국이 푸틴 대통령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美, 러 추가 제재…전략 비축유도 방출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미국은 러시아를 상대로 추가 제재안을 발표했다.
미국 재무부는 이날 최대 반도체 생산업체 미크론을 포함해 초소형전자부품 최대 수출업체 등 21개 기업과 관계자 13명을 새로운 제재 명단에 포함한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치솟은 국제유가를 잡기 위해 비축유를 풀기로 했다. 향후 6개워간 매일 100만 배럴씩 방출할 계획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바이든 대통령은 석유 회사 경영진에게 수십억달러의 배당금으로 보상한 투자자들 대신 고객들과 미국인 가족들을 위해 봉사해줄 것을 요청하며서 “이는 애국심의 순간이기도 하다”고 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기업들이 수천개의 미사용 석유와 가스 임대 및 공공 토지에 있는 유정들을 방치할 경우 수수료를 지불하도록 의회에 요청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