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요, 여름아! (우리가) 선배님이… 아니실까?” 그룹 여자친구로 7년 간 활동하다가 새로운 팀 비비지로 올해 다시 데뷔한 신비가 옆에 앉은 그룹 우주소녀 멤버 여름에게 묻는다. 우주소녀 멤버들끼리 ‘여자친구는 선배님이지만, 비비지는 선배님이 아니다’라고 농담하던 참이었다. ‘불꽃 튀는 신경전’ ‘일촉즉발의 상황’ 등 예상 가능한 자막이 머릿속을 스친다. 그런데 웬걸. 금세 익살맞은 음악과 함께 장난기 어린 얼굴이 화면에 나타난다.
독하지 않은 경연 프로그램도 재밌을 수 있을까. 31일 첫 발을 뗀 Mnet ‘퀸덤2’은 그 가능성을 탐구한다. ‘퀸덤’, ‘스트릿 우먼 파이터’ 등 여러 경연 프로그램에서 출연자 간 갈등을 부각하는 편집으로 비판받은 전적을 뒤집으려는 야심이 읽힌다. 제작진은 효린, 비비지, 우주소녀, 브레이브 걸스, 이달의 소녀, 케플러 등 6팀 사이의 경쟁심을 부각하는 대신, 각자 가진 이야기에 집중한다.
5년 전 발표한 노래 ‘롤린’(Rollin’)으로 지난해 뒤늦게 빛을 본 브레이브 걸스에겐 ‘원 히트 원더’로 끝나지 않겠으리라는 꿈이 있다. 소속사의 경제적 문제로 속앓이 한 이달의 소녀는 “우리의 한계를 제3자가 정해버리는” 상황을 떨쳐내려 이를 악문다. 우주소녀에겐 음악성을 더욱 널리 인정받으려는 동기가 있고, 올해 데뷔한 케플러와 제 2의 음악인생을 시작한 비비지, 효린은 자기 가능성을 증명하겠다는 의지로 들끓는다. 이런 배경이 방송에서 강조될 때, 경쟁은 상대를 꺾기 위한 것이 아닌 자신 앞의 허들을 넘기 위한 과정으로 탈바꿈한다.
지난 시즌보다 더욱 커진 규모도 돋보인다. 한국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문자 투표로 순위를 가렸던 시즌1과 달리, 시즌2에선 온라인에 공개된 동영상 조회수와 좋아요 숫자를 결과에 반영해 해외 팬들도 순위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방송은 한국과 일본 Mnet 채널에서 생중계되고, 그 외 지역에선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첫 회 시청률은 0.8%(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가구)를 기록했다.
△ 볼까
K팝 박애주의자와 K팝 고인물들, 어서 TV 앞으로 모이시라. 1~2분 분량의 오프닝 쇼만으로도 각자 가진 개성과 장점을 보여주는 6팀의 솜씨가 놀랍다. 서정성을 극대화한 비비지의 ‘밤’ ‘시간을 달려서’ 무대나, 통통 튀는 ‘터치 마이 바디’(Touch My Body)를 야생적이고 환상적인 낙원 위로 효린의 솔로 무대는 우리가 K팝에 중독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준다. 여자들이 많이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에 목말라 있는 시청자에게도 단비 같은 프로그램이다. 남들보다 화려한 의상 때문에 민망해하면서도 “우리 의상 즉당(적당)해”라고 멤버들을 다독이는 신비, 자신들 경연곡을 경쟁팀에 알려주려다 팀 리더의 따가운 눈총에 놀란 우주소녀 멤버 설아 등이 남다른 예능 감각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 말까
예열하는 시간이 너무 길다. 2시간 넘게 방송된 1화에선 경연 무대가 고작 2개만 등장했다. 준비 과정이 궁금하지 않은 시청자에겐 본 방송 대신 유튜브에 올라온 공연 영상만 보기를 추천한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