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와 곡물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식료품 물가도 들썩이고 있다. 특히 제과 및 빙과류 제품 가격이 적지 않게 인상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 섞인 푸념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와 학계는 세계적인 물가 상승 흐름에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사태까지 겹치면서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제과 및 빙과업계에 따르면 올해 2월에는 농심이, 3월에는 빙그레가 각각 주요 스낵·빙과 제품 가격을 올렸다. 롯데제과는 이달부터 빼빼로와 빈츠 등 일부 과자 및 아이스크림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초콜릿 과자 ‘빼빼로’는 종전 1500원에서 1700원으로, ‘빈츠’는 2400원에서 2800원으로 각각 가격이 인상된다. ‘옥동자’나 ‘메가톤바’ 등 바 아이스크림 제품은 800원에서 1000원으로, ‘월드콘’과 ‘설레임’의 편의점 판매가는 1800원에서 2000원으로 각각 오른다.
식품 업계의 이같은 가격 상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와 세계적인 물가 상승 흐름 등으로 인해 곡물과 주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으로 국제 곡물가격과 유가가 상승하며 음식료 업체들의 포장재 단가와 물류비에 상승 압박을 줬다는 관측이다.
소비자들은 반발이 거세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그럼 원재료 가격이 떨어지면 다시 제품 가격을 낮출 거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네티즌들은 “크기도 줄이고 양도 줄이는데 가격을 높였다”, “원가 내려도 가격은 안 내릴 것 아니냐” 식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그렇다면 소비자 말대로 원재료 가격이 떨어지면 제과·빙과제품 가격도 다시 떨어질까. 가격 인하 사례가 있긴 했다. 지난 2010년 롯데제과는 자체적인 원가절감 노력을 통해 초코파이(1종)와 비스킷(6종) 등의 가격을 4~14% 인하한 바가 있다. 당시 가격인하는 밀가루값 하락에 따라 제빵업계와 라면업계가 일제히 제품가격을 낮춘데 따른 행보로 보인다.
다만 안타깝게도 이같은 인하는 다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와 학계는 현재의 경우 다시 가격이 인하될 가능성에 대해 “아마 불가능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전세계적인 물가 상승 추세에 맞춰 가격 상승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단군 이래로 물가가 떨어진 적이 없었다. 물론 곡물 가격이 50% 이상 떨어진다면 가격 인하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판매가는 단순히 원재료가격 영향만 받는 게 아니다. 유가, 물류비, 인건비, 하다못해 물류창고 임대료까지 따져서 책정된다. 원재료가격이 하락했다고 판매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교수(인하대 소비자학과)도 “가격이라는 게 한번 오르면 떨어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금리인상으로 유동상은 어느 정도 조정이 되지만 과자나 빵의 경우엔 원재료 가격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기 때문에 쉽게 조정되기 어렵다.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오리온은 9년째 가격을 동결 중에 있다. 오리온은 지난 2013년 이후 국내에서 가격을 동결한 후 여전히 같은 가격을 유지 중에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소비자를 위해 9년째 가격을 동결 중에 있다. 올해에도 추가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식품 기업들의 각기 다른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