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에 인류의 지상목표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선진복지국가의 실현이었지만, 21세기는 각종 재난에 안전한 국가의 실현이 각국의 공동목표이자 선진국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한다.(송재우, “지구촌 대재앙”, 대한토목학회, '자연과 문명의 조화', 제53권 제1호, 2005. 1. p.17. 참고)

영화 <리핑－10개의 재앙(The Reaping, 2007)>에서는 루이지애나 주 외딴 시골 마을 헤이븐(Haven; 천국(Heaven)이라는 단어에서 ‘e’만 빠진 마을)에서 마치 성서 속의 10가지 재앙이 재현된 듯한 초자연적 현상이 발생한다. 성서의 출애굽기에서는 신이 이집트에 내렸던 10대 재앙(피, 개구리, 이, 파리, 돌림병, 악성 종기, 우박, 메뚜기, 흑암, 장자의 죽음)은 그 고통의 정도가 낮은 데서 점차 높은 단계로 상승되어 갔는데, 결국 이 재앙들은 애굽의 우상종교에 대한 심판인 동시에 하나님의 유일성과 우월성을 나타내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자 의문의 소녀 로렌을 악의 화신으로 몰아간다. 그러나 오히려 마을사람들이 사탄을 숭배하는 광신도들이며 로렌은 악마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다.

영화의 원제목 ‘리핑(reaping)’의 의미는 ① ‘작물을’ 베어 내다, 수확하다. ② ‘보답 등을’ 받다; ‘성과 이익 등을’ 올리다, 거두다. ③ ‘성경적 의미’는 최후 심판의 날에 낱알과 쭉정이를 구별해 내 수확한다는 뜻이다.(김희정, “다시 일어나는 열가지 재앙 <리핑>”, 넷통인, 2007. 6. 8. 참조) 결국, 성경적 의미로는 최후심판의 날에 낱알(의인)과 쭉정이(악인)를 구분하여 재앙을 내린다는 뜻이다.

이 영화를 통하여 재난(재앙)의 의의를 살펴보았다.

재앙(災殃)이란 글자에서 災는 巛[내 천]과 火[불 화]의 결합으로, 홍수와 가뭄을 의미한다. 농경민족이었으므로 농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홍수와 가뭄은 가장 큰 재앙이었으므로, 災의 본디 뜻은 ‘天罰’(천벌)이다. 한편 殃은 歹[부서진 뼈 알]과 央[가운데 앙]의 결합이다. 사람이 죽을 때는 뼈만 앙상하게 남는다고 하여 歹은 ‘죽음’을 뜻하기도 했다. 央은 가운데를 뜻하므로 죽음(歹)의 한가운데(央), 그러니까 반드시 죽게 되는 경우가 殃이다. 따라서 災殃은 하늘이 홍수나 가뭄과 같은 천벌을 내려 사람이 죽음을 피할 수 없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鄭錫元, “재미있는 漢字여행(41) 災殃․眞面目”,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한글한자문화', 63, 2004. pp.108～109. 참고)

한편, 재난(災難, disaster)이라는 용어의 어원을 분석하면, dis는 ‘분리’, ‘파괴’, ‘불일치’를 뜻하며, aster는 ‘별’을 뜻한다. 따라서 ‘불길한 별이 떨어져 재앙이 발생한다.’는 의미이다. 과거에는 재난은 홍수, 지진과 같은 대규모의 천재인 자연재난을 지칭하는 것(‘재앙’의 의미)이었으나, 현대에는 자연재난과 인위재난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즉, 현행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의하면, ‘재난’이란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과 국가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것으로서 다음과 같은 것들을 말한다. ① 자연재난(태풍, 홍수, 호우(豪雨), 강풍, 풍랑, 해일(海溢), 대설, 한파, 낙뢰, 가뭄, 폭염, 지진, 황사(黃砂), 조류(藻類) 대발생, 조수(潮水), 화산활동, 소행성ㆍ유성체 등 자연우주물체의 추락ㆍ충돌,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자연현상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재해) ② 사회재난(화재ㆍ붕괴ㆍ폭발ㆍ교통사고(항공사고 및 해상사고를 포함)ㆍ화생방사고ㆍ환경오염사고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의 피해와 국가핵심기반의 마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감염병 또는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른 가축전염병의 확산,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미세먼지 등으로 인한 피해)

이 영화에서도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재앙은 종교적 색채가 뚜렷하며, ‘신의 인간에 대한 경고’라는 의미를 가진 것이라 생각된다. 자연재난을 피할 수 없다면 피해를 줄이기 위해 재난을 예측하고 이에 잘 대처해야 한다. 우리의 잘못으로 발생한 인위재난이 발생하지 않도록 ‘중대재해법’이 마련되었으나, 처벌이전에 예방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