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 ‘자녀 의대 편입’… 복지장관 후보자 잇단 구설수

‘성차별’ ‘자녀 의대 편입’… 복지장관 후보자 잇단 구설수

과거 쓴 ‘출산=애국’ 칼럼으로 한차례 곤혹 치러
경북대병원 고위직 재직 당시 두 자녀 경북의대 편입 도마 위
전문성 문제까지… 민주당 “정호영, 복지 문외한... 지명 철회 요구”

기사승인 2022-04-14 07:00:02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충정로 사옥에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다 취재진과 만나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 철회 요구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가 과거 언론에 기고한 칼럼, 자녀 의대 편입학 의혹 등 각종 논란이 터지면서다. 전문성 없는 ‘코드인사’라는 지적도 나왔다.

“암 특효약은 결혼”… 과거 칼럼 도마

정 후보자가 쓴 칼럼 내용이 문제가 됐다. 그는 2009년~2013년 대구·경북지역 일간지 매일신문에 ‘의창’이라는 칼럼 62개를 기고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결혼과 출산이 ‘애국’의 방법이라는 취지로 쓴 글이 공개되며 구설에 올랐다. 정 후보자는 2012년 10월29일 ‘애국의 길’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지금만큼 애국하기 쉬운 시절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바로 ‘결혼’과 ‘출산’이 그 방법”이라고 했다. 게다가 “암 치료의 특효약은 결혼”이라고도 적었다.

성범죄자 취업제한 직종에 의료인을 포함하도록 개정한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을 비판하는 내용도 있었다. 그는 2013년 11월18일 ‘3m 청진기’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여자 환자의 가슴에 바로 귀를 대기가 민망해서 만들어진 청진기가 이젠 더욱 길어지게 됐다. 어쩌면 앞으로는 여성의 손목에 실을 매어 옆방에서 진맥을 했던 선조들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야 할지도 모를 일”이라고 비꼬았다.

경북대학교병원에 재직 중이던 정 후보자는 당시 병원 직원 채용 과정에서 만난 면접자들의 외모를 평가하는 글을 적기도 했다. 그는 2010년 12월6일 ‘디지털 사진’이라는 제목의 칼럼에 “몇 년째 병원 직원 채용의 면접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제출한 사진과 실제의 인물이 판이하게 다르다”며 “남자보다는 여자가 더 심하고 여자의 경우는 미모든 아니든 사진과 실물이 다른데 아마 자기가 원하는 모습으로 ‘포샵’을 한 모양”이라고 썼다. 

지난 2013년 3월29일 ‘국소 온난화’라는 제목의 칼럼에서는 언론인들을 두고 ‘기자회견장에 몰려 앉아 다리를 잔뜩 힘주어 오므리는 자세는 성기능, 불임을 일으킬 수 있다’는 취지의 칼럼을 게재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도덕성’ 논란이 일자 정 후보자는 첫 출근길부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지난 12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충정로 사옥에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의료 문제의 핫이슈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설명하는 그런 성격의 글이었다”면서 “만일 마음이 불편하고 상처받은 분들 있다면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경북대병원 고위직’ 재직 당시 자녀 경북의대 편입학 의혹도

정 후보자 자녀의 의과대학 편입 관련 논란도 불거졌다.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고위직으로 있을 당시 딸, 아들이 경북대 의대에 학사 편입한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정 후보자의 딸(29)은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를 졸업한 뒤 2017년 경북대 의과대 학사 편입 전형에 지원해 합격했다.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진료처장(부원장)을 맡고 있을 때다.

이듬해에는 경북대 공과대학에 다녔던 아들(31) 또한 합격했다. 아들은 17명 선발에 98명이 지원한 특별전형에 붙었다. 정 후보자가 2017년8월 경북대병원장으로 취임한 뒤였다.

이에 정 후보자가 두 자녀의 편입 과정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다만 복지부는 13일 “학사편입 모집 요강에 따라 적법한 절차에 따라 부정의 소지 없이 편입했다는 것이 후보자의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입시 비리가 있는 거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북대) 의과대학 관계자는 ‘특히 아들의 경우 스펙과 관련해서 논란이 됐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면서 “정 후보자는 막말과 자녀 편입 논란에 대해 사죄하고 스스로 물러나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보건복지위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간사와 의원들이 1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건복지 정책 전문성 부족… 정호영 지명 재고해야”

정 후보자의 각종 논란이 터지자 지명 철회 요구가 빗발쳤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 후보자는 보건복지 총책임자로서의 전문성이 없을 뿐 아니라, 비뚤어진 여성관으로 정부에서 일할 기본적 소양이 갖춰지지 않은 인물”이라며 “중요한 복지 분야의 국정 현안들을 정 후보자가 과연 컨트롤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전문성 없는 ‘코드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도 했다. 윤 당선인과 정 후보자는 대학시절부터 연을 나눈 ‘40년 지기’로 알려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보건복지부 장관은 단순히 당선인과의 친분을 이유로 밀어붙여도 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내각은 지인을 모으는 학교 동아리 구성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경북대병원장 재직 외에 뚜렷한 이력이 없다는 점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병원 행정 경험으로는 복지 정책 전문성을 갖출 수 없다는 설명이다.

김성주 민주당 복지위 간사는 13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담당 간사단 공개회의에서 “정 후보자는 병원 행정 경험은 있지만 복지에 대해선 문외한”이라며 “아무것도 모르는 대통령이 아무것도 모르는 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어 “주목할 만한 장애인‧보건의료 등 복지 공약이 전무한 윤 당선인이 문외한 장관까지 임명하면 우리나라 보건‧복지 정책이 제대로 갈 수 있을지 심히 걱정된다”며 “심각한 저출생‧고령사회 문제 극복과 연금개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윤 당선인의 선택은 잘못됐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장관 지명을 철회하고, 아까운 지인이라면 대통령 주치의로 임명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복지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13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병원장 이력 밖에 없다보니 복지에 대해 어떤 지향점을 갖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복지부는 저출생‧고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주무부처인데 칼럼을 통해서 그릇된 인식이 드러난 데다 전문성도 부족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의사 출신’이라 현장 목소리를 중시할 거란 의료계 기대에 대해선 “병원장을 뽑는 게 아니라 복지부 장관을 뽑는 것”이라며 “보건‧복지 정책 전문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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