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덜 주려고 회사 쪼개도…처벌 힘든 이유는

월급 덜 주려고 회사 쪼개도…처벌 힘든 이유는

기사승인 2022-04-15 06:20:01
고용노동부.   사진=박효상 기자
법을 어겼지만 처벌은 없다. 상시 노동자 수를 속인 가짜 5인 미만 사업장들이 시정지시를 완료해 법적 처벌을 피했다.
 
1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근로감독 결과 확인된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20곳 모두 시정 지시를 이행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고발·제보를 통해 5인 이상으로 의심되는 사업장 72곳을 조사했다. 이 중 8곳은 하나의 사업장을 여러 개로 쪼개서 등록한 사실이 적발됐다. 나머지 12곳은 5인 이상 근무하지만 5인 이상 적용되는 노동법을 준수하지 않았다. 총 52건의 법 위반사항에 대해 시정 지시가 내려졌다. 5인 미만으로 속여 미지급해온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 연차유급휴가 수당 등 6억여원을 노동자에게 지급하라는 것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다. 연차와 공휴일을 보장받지 못한다.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 지급 의무도 없다. 해고도 쉽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이를 악용한다. 상시 노동자 수가 5명을 넘더라도 사업장 쪼개기와 4대 보험 미가입·프리랜서 계약 등으로 노동자 수를 축소한다. 이번 근로감독에서는 사실상 1개의 사업장을 36개로 쪼갠 사례가 적발됐다. 노동자 171명을 사업소득자로 관리한 정황도 포착됐다. 

고용노동부는 시정지시와 함께 사업주 단체(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등)를 통한 지도 강화를 대책으로 내놨다. 박종필 근로감독정책단장은 “형식상으로 사업장이 분리됐다 할지라도 실질적으로 인사·노무·회계 관리가 통합돼 있다면 관련 노동법 적용을 피할 수 없다는 인식을 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사업장 규모에 걸맞은 노동관계법의 올바른 준수를 통해 노동자 권익 보호와 노사 상생이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권리찾기유니온이 12일 오전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공동고발을 진행했다.   사진=이소연 기자 
노동단체는 고용노동부의 대책을 비판했다.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이 위법하다는 인식이 약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을 고발해온 하은성 권리찾기유니온 정책실장은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적발되더라도 불이익은 없다”며 “처벌이 아니라 시정지시를 내리고 노동자에게 원래 주었어야 하는 임금을 주는 것뿐”이라고 꼬집었다. 하 정책실장은 “가짜 5인 미만 사업주의 입장에서는 ‘안 걸리면 좋고 걸리면 본전’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느냐”며 “이번 근로감독을 통해 사업주의 준법 의식이 함양되고 계도 됐을까”라고 반문했다. 

법적 처벌 규정은 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을 미지급하는 등 법을 위반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연차 유급휴가를 주지 않고 위반한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 미지급의 경우,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밀린 임금을 받게 되면 사실상 ‘합의’로 판단된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자 권리 구제가 목적이기에 시정 지시를 이행하면 처벌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노동자들에게 밀린 임금을 지불하도록 시정 지시를 내린 후 불응하면 처벌 조치에 들어간다”며 “처벌하게 되면 권리 구제가 안 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단체가 모인 ‘일하는 사람 누구나 근로기준법’ 입법추진단은 지난해 12월 서울 광화문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 캠프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이소연 기자
전문가 의견은 어떨까. 조상균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임금 관련된 벌칙 규정은 대부분 반의사불벌죄”라며 “처벌이 모든 해법은 아니다. 사업주를 반드시 처벌하게 되면 근로자가 임금을 받지 못하는 나쁜 영향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유경 돌꽃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는 “근로감독의 목적은 처벌보다는 노동자의 박탈된 권리 보장”이라며 “통상 밀린 임금을 지급했다면 위반 사실을 소급해 적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5인 미만으로 위장해 법 위반을 반복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처벌에 준하는 제재가 필요하다”며 “가짜 5인 미만 의심 사업장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의 철저하고 상시적인 관리감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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