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수급 위기… 여유량 사실상 ‘제로’

혈액 수급 위기… 여유량 사실상 ‘제로’

기사승인 2022-04-15 07:00:07
서울 마포구 헌혈카페.   사진=박효상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압되고 있지만, 혈액수급은 여전히 위기상황이다.

14일 국내 혈액보유현황은 적혈구제제 기준 3.4일분이다. 적정혈액보유량인 5일분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B형과 AB형은 각각 3.8일분, A형은 3.2일분을 보유하고 있다. 수요가 많은 O형의 경우 보유량이 3.1일분에 불과하다. 

혈적혈구제제 보유량이 5일분 미만이면 혈액수급위기단계 ‘관심’에 해당한다. 혈액 수급이 부족할 징후가 있다는 의미다. 3일분 미만이면 ‘주의’ 단계로, 혈액 수급이 부분적으로 부족한 상태에 진입한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들어설 우려가 크다.

일부 지역들은 수도권보다 혈액 부족 사태가 심각하다. 광주·전남 지역은 지난주 주의 단계에 도달했다. 8일 기준 혈액 보유량은 총 2.2일분에 불과했다. 혈액형별로 O형 2.2일분, A형 1.7일분, B형 3.3일분, AB형 1.8일분 수준이다. 전북 지역은 7일 기준 3일분, 부산은 13일 기준 3.2일분으로 저조한 보유량을 보이고 있다. 

이미 의료 현장에서는 수혈이 원활하지 못하다. 병원에 보유 중인 혈액이 충분하지 않아, 교통사고나 급성 질환으로 인한 응급 환자 위주로 수술을 진행한다. 이외에 일정 시간 대기가 가능한 환자의 수술은 연기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실정이다. 

권계철 충남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의료기관은 항시적으로 보유하도록 정해진 혈액량 기준이 있는데, 이 기준에 못 미치게 되면 혈액관리법에 따라 대응 체계가 가동된다”며 “혈액을 많이 쓰는 진료과가 중점적으로 참여하는 수혈관리위원회를 소집해 환자들의 상태를 판단해서 수술 여부와 순서를 조율한다”고 설명했다.

수혈이 필요한 환자들은 인터넷 SNS와 헌혈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지정헌혈’을 요청하며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정헌혈은 혈액을 전달할 의료기관과 환자를 지정해 진행하는 헌혈이다. 헌혈자가 지정헌혈의뢰서를 작성하면 헌혈기관이 의뢰서와 혈액을 의료기관에 보낸다. 4촌 이내 직계가족간 수혈은 부작용 위험성이 높아 실시되지 않는다. 병원에 여분의 혈액은 없으니, 환자와 그 가족·친지가 직접 혈액을 구하기에 나선 것이다. 

혈액 보유량 부족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상황이 안정화했지만, 헌혈이 가능한 사람이 증가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접종일로부터 7일이 지나야 헌혈을 할 수 있다.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이 있으면, 증상이 사라진 날로부터 7일을 더 기다려야 한다.

확진자의 헌혈은 더욱 어렵다. 완치돼 격리에서 해제된 날로부터 4주가 경과해야 헌혈을 할 수 있다. 14일인 이날 확진된 사람이 헌혈을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시점은 격리해제일인 21일에서 4주가 경과한 다음달 19일이다. 최근 4주간 주별 확진 규모는 3월 3주차 283만2230명, 3월 4주차 245만8938명, 3월 5주차 214만2394명, 이달 1주차 152만9501명 등이다.

혈액 부족 상황은 눈에 보이는 수치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송이 한마음혈액원 선임과장은 “집계된 수치만 보면 3.4일분의 여유가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데, 이는 필수적으로 비축하고 있어야 하는 분량을 억지로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수치”라며 “현재 의료기관에서 요청하는 필요량을 모두 공급하고 나면 실제로는 보유량이 0일분으로 여유가 전혀 없는 수준에 가까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선임과장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감소해도 여전히 헌혈 참여가 저조하고, 진행이 확정되어 있었던 단체 헌혈이 당일 취소되는 일도 빈번하다”며 “혈액 보유 위기의 심각성을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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