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경남 목욕탕 리모델링 공사 현장에서 변전실에 들어갔다가 사고로 두 팔을 잃은 A씨는 지적 장애인이다. A씨는 당시 ‘근로계약(청소)과 무관한 변전실에서 발생한 재해’라는 이유로 산업재해 승인을 받지 못했다.
산업재해란 ‘업무상의 사유에 따라 4일 이상 요양이 필요한 노동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을 가리킨다. 현행법상 장애인도 일정 심사를 거쳐 업무상 재해(사고)로 인한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 그런데 A씨 같은 발달 장애인은 의사소통 한계로 피해를 입증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로복지공단 ‘2021 산재보험 보상·재활서비스 가이드’를 보면 ‘업무상 사고’는 사업주 지배 관리 하에 업무와 관련해 우연히, 급격히, 외부의 영향(충돌, 추락, 감전)으로 발생한 사고를 말한다. 당시 A씨는 “사고가 나기 이전에도 목욕탕 업주는 본인에게 변전실이 있는 지하 2층 청소를 시켰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변전실도 업무범위에 해당하긴 하나 청구인이 담당 업무를 벗어나 출입통제구역을 임의로 들어가 생긴 사적 행위에 따른 사고’라는 게 공단 판단이었다.
A씨를 고용한 도급업체 거짓 진술이 드러났는데도 공단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참고로 업무상 재해 여부를 결정할 때 공단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동일한 기준으로 심사한다. A씨 사건 처리 절차가 불합리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A씨 산재심사를 맡았던 노무사 B씨도 “재해자가 지적 장애인이라는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심사”라고 밝힌 바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산재 승인은 대부분 이뤄지고 있다. 최근 8년(2014~2021년)간 공단 산재보상사업 요양급여 지급현황을 보면 승인율이 평균 91%다. 문제는 A씨처럼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한 사건이 비일비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장애인 산재실태를 알아보려했지만 통계를 내는 기관이 국내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근로공단 관계자는 “장애인 산재 승인건수나 승인율을 별도로 관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개정안 1년째 계류 중
A씨 사건을 계기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김홍걸 의원이 지난해 1월 발달장애인을 위한 산재보상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발달장애인 등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장애인을 위해 장애인 인권 전문가를 산재 심사 과정에 참여시키는 게 골자다. 다만 발의한지 1년이 지났는데도 진전이 없다. 상임 소관은 환경노동위원회다.
김 의원실 측은 “현재 상임위 계류 중이고 법안 통과를 기다리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며 “의원실도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발달장애인 권리 신장을 위해 상위 법인 ‘발달장애인 지원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발달장애인지원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발달장애인지원법은 발달장애인 사회참여 촉진과 권리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법으로 2015년에 시행됐다.
문회원 서울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 상담실장은 “발달장애인 지원법은 획기적이긴 하나 산업재해에 관한 내용은 포함돼있지 않다”며 “기존 법을 수정하는 게 가장 합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