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의장의 중재안에 대해 분석해 보고자 오랫동안 검찰개혁을 주장해온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전화 연결해 중재안 분석과 함께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들어보았다. 다음은 한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중재안, 상당히 실망스러워”
▲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상희 제공)
- 여야가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 중 부패·경제범죄에 대한 수사권만 중대범죄수사청 설립 전 1년 6개월간 유지하는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하면서 검수완박 법안 논란은 일단락된 거 같아요. 중재안 어떻게 평가하세요?
▶“상당히 실망스럽습니다. 검찰 개혁이라는 게 한편으론 형사사법 체계의 변화를 야기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검찰로부터 덜어낸 수사권이 경찰로 이전된다는 점에서 경찰 개혁과 더불어 논의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중재안은 그 부분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습니다. 검찰의 수사권에서 6대 중대범죄를 덜어내는 데만 신경을 썼지, 우리 형사사법 체계가 어떻게 되는지 경찰은 어떻게 통제하는지 부분에 대해서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중재안 마련하면서 시민사회의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았어요. 단지 여야의 의사나 정부와 검찰총장의 의견만 들었을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여야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굳이 그 법률안을 4월 중에 서둘러 통과시켜야 하는지 왜 4개 영역의 검찰수사는 덜어내어야 하는지, 4개월의 경과 기간이나 6개월 또는 1년의 중수청설치기간의 의미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시민사회에 설명한 바가 없습니다. 한마디로 의회 독재의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 왜 경찰 부분은 안 건들까요?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 국회의장이라면 그에 대한 고민은 있었어야 했습니다. 실제 검수완박이라지만 그 동전의 뒷면에는 경찰의 수사권을 대폭 확장하는 점이 자리합니다. 경수대박이죠. 물론 중수청이나 한국형 FBI를 만들겠다고는 합니다. 하지만 미국의 FBI는 수사 기관인 동시에 경찰기관입니다. 그런데도 FBI는 수사만 하는 기관인 것처럼 말합니다. 왜 그러는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 경찰을 믿는 걸까요?
▶“우리 역사에서 경찰은 그리 믿을 만한 조직이 아니었어요. 자유당 정권 때 경찰이 전횡하였을 뿐 아니라 권위주의 군사정부 체제에서조차도 엄청난 권력을 휘둘러 왔습니다. 민주화 이후에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럼에도 검찰은 개혁한다면서 경찰에게는 여전히 정보 경찰 권력을 남겨두었고, 검찰의 수사권을 빼앗아 경찰에 주면서도 그 수사권을 통제하기 위한 외부적 장치는 거의 마련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검수완박이 아니라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서 수사권 박탈한 검수피박이라는 의심까지 나오게 됩니다. 국민 앞에 자리하는 검찰 권력과 경찰 권력은 똑같이 제한되어야 하는데 이 중재안은 겨우 앞의 권력만 2대 중대범죄로 줄여 버리고 뒤의 권력에 대한 모든 논의는 서둘러 정리해 버린 것이지요. 실제 6대 중대범죄는 권력 가진 자들의 문제이지만 그렇게 강대해진 경찰 권력 앞에서 서는 사람은 일반 서민들입니다. 이 서민들의 문제를 어찌 이렇게 무관심하고 냉담하게 처리하는가요?”
- 중재안에 보충 수사권 부분은 어떻게 나와 있나요?
▶“경찰이 불송치하는 경우 고소인의 이의신청 받아 검사가 보완 수사할 수 있고 또 수사 과정에 불법이 있었다는 등의 이유로 검찰이 경찰에 시정조치를 요구한 경우에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수사의 완결성을 위해서는 이런 경우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검찰이 경찰의 수사를 리뷰할 기회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중재안은 그런 요청을 외면한 채 오히려 동일성, 단일성과 같은 이상한 요건만 부가시켜 놓았습니다.”
- 동일성 단일성은 뭔가요?
▶“한마디로 경찰이 수사한 범위 넘어서 수사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사실 동일성, 단일성은 형사재판과정에서 인정되는 개념입니다. 말하자면 기소 과정에서 피의자의 혐의가 일단 확정되고 난 다음에는 재판에서 그와 다른 이야기는 하지 말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수사는 전혀 다른 구조입니다. 수사는 피의자의 혐의점이 어떤 것이 있는지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거기에 동일성, 단일성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 아마 별건 수사 막으려는 의도 같은데.
▶“별건 수사를 막겠다는 의도도 있습니다. 하지만 별건 수사가 문제 된 경우는 주로 특수부에서 이루어졌던 사건들입니다. 검사실에 불러놓고 주변적인 사건이나 일을 문제 삼으면서 피의자를 회유하거나 협박하는 수단이었지요. 그러나 일반 서민들이 관련된 사건에서는 별건 수사가 그리 큰 문제로까지 비화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경찰이 수사할 때 미처 발견하지 못한 사실관계를 보완하거나 그에 적용될 법리를 추가하면서 법과 질서와 정의를 바로 세우는 역할이 더 강합니다. 그러니까 중재안처럼 검사가 경찰이 보낸 기록을 보고 다른 혐의점을 발견하게 되더라도 검사가 직접 수사하지 말고 다시 경찰로 돌려보내도록 하기보다는, 수사심의위원회라든지 옴부즈맨과 같은 절차 거쳐 별건 수사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수사의 효율성이나 법과 정의의 집행이라는 점에서 더 바람직할 수 있습니다.”
- 경찰이 범죄사실을 못 보고 지나갈 수도 있고 은폐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은 경찰과 검찰이 서로 다릅니다. 경찰은 사실관계를 찾아 나서지만, 검사는 그 사실관계를 법 규정 속에 고정시키고자 합니다. 이런 검사의 시선에 대해 인정할 여지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중재안은 단일성, 동일성이라는 말로 이걸 완전히 차단시켜 버렸습니다.”
“검수완박 사태, 일반 서민 생활은 안중에도 없어”
- 지금까지 문제 됐던 게 인지수사 부분인데 그건 어떻게 한다는 게 있나요?
▶“인지수사처럼 검찰이 제1차적인 수사 하던 것은 경찰에게 넘기는 것이 옳습니다. 6대 중대범죄도 마찬가지고요. 문제는 경찰의 수사를 한 번 더 되새겨보는 절차가 절실하다는 점입니다. 고소고발사건은 물론이고 도박 사건이나 환경오염사건 등과 같이 특별한 피해자를 찾기 어려운 사건은 더욱더 그러합니다. 그리고 이 부분이 수사권 오남용이나 수사 흠결의 가능성이 열린 곳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했을 때 검찰과 같은 경찰 외부에서 그것을 한번 리뷰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검찰의 직접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대신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한시적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건 어떻게 보세요?
▶“중재안에 의하면 검찰이 수사하던 6대 중대범죄는 넉 달후 2대 중대범죄로 축소되고 그것도 새 수사기구가 출범하게 되는 1년 6개월 안에 사라지게 됩니다. 이 기간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단순히 새 수사기구 출범에 소요되는 기술적인 시간에 불과한 것일까요? 알려주지 않으니 알 길이 없습니다. 다만, 이 기간이 지나면 곧장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국면으로 접어들고, 그 선거는 새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가지게 되면서 모든 사회적 의제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것입니다. 6대 중대범죄에 관한 한 검찰은 수사권을 상실하고, 그것을 이어받은 경찰은 전담 조직 정비에 상당 기간이 소요되어야 하고, 새로 출범하는 수사기구는 총선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동안 자기 역할 정립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립니다.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문자 그대로 이 수사권은 한동안 증발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 그래서 검찰은 중재안이 정치권 수사 막자는 거라며 반발하는데.
▶“그런 의심도 가능할 만큼 의도가 뻔한 중재안이었습니다. 이런 중재안이 나오자마자, 국민들이 이 중재안을 이해하고 판단할 시간도 없이, 여야가 한목소리로 합의한 것은 검수피박에 동의한 것이라는 의심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 국민의힘 주장은 새 정부에서 현 정부 비리 수사할까 봐 그걸 막으려고 검수완박을 주장하는 거라고 하잖아요, 그런 의도 있다고 보세요?
▶“그런 판단하기에 제가 가진 정보가 부족합니다. 하지만, 이번 검수완박 사태는 일반 서민들의 생활은 안중에도 없이 진행되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특히 4대 중대범죄를 중심으로 특권층 특히 정치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안위에만 중점을 두었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양향자 의원이 ‘20명이 구속된다’라고 들은 이야기가 그들끼리의 농담일 수는 있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무의식 속의 공포심이 표출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 교수님은 계속 검찰개혁을 주장하셨잖아요. 그런데 왜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은 반대하신 건가요?
▶”민주당의 검수완박은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빼앗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 수사권을 어떻게 정비해서 우리 형사사법 체계 제대로 만들어낼 것이냐의 고민이 엿보이지 않습니다. 의당 소극적으로 대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사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명제는 타당합니다. 수사와 기소는 범죄자들을 처벌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 중에 있는 두 단계에 지나지 않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전제로 하고 그 하나는 다른 하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거시적으로 보자면 법 집행 권력이라는 하나의 권력을 그 작동단계에 따라 인위적으로 쪼갠 것일 따름입니다. 그 권력의 비대화를 막기 위함이지요. 그러니까 굳이 나눈다면 수사권과 기소권이 아니라 수사하는 자와 기소하는 자의 분리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양자가 서로 협조와 공조하면서 범죄자를 처벌하고 법과 질서와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민주당 안은 이 양자의 권력 자체를 분할하고 그 사이에 누구도 넘을 수 없는 장벽을 구축하는 안입니다. 의당 반대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 어제(22일) 김오수 검찰총장과 고검장들이 사표 제출 한 건 어떻게 해 보세요?
▶”우리 서민들은 그런 일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냥 ‘그들만의 리그에서 뭔가 충돌이 있었구나, 그래서 반대의 의사표시를 저렇게 하는구나’란 정도로 여기면 될 듯합니다. 우리들은, 무엇이 옳은 것인지 무엇이 우리를 위한 것인가만 판단하고 또 그에 맞추어 행동하면 됩니다.
다만 굳이 첨언하자면 그들이 항의하는 대상이 무엇인가라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사표를 낸 고검장급들은 검찰의 최고 수뇌부인데, 여태까지 우리 시민사회의 불신 대상이었던 검찰은 바로 그들이 구성한 검찰입니다. 그런데 그 점에 대한 인식은 전혀 없는 채 검찰 권력이 ‘침탈’당했다라는 이유만으로 사표를 내는 것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 검경 수사권 조정했잖아요. 1년이 지났는데 어떻게 보세요?
▶”제1차 검경 수사권 조정은 우리 검찰개혁 내지는 형사사법 체계 개혁의 큰 걸음을 내디딘 사건임은 틀림없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에 검찰과 경찰이 서로 협조해서 제대로 된 수사 체계를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걸 방치하는 바람에 이들이 대립 내지 상호 방임적인 관계로 전락했다는 점입니다. 그러다 보니 특히 고소·고발에 나선 피해자들의 불편이 늘어났습니다. 물론 이런 불편은 제도 개선에 따른 시행착오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행착오를 제대로 조사를 해서 분석하고 평가하는 작업을 1년 4개월이 지나도록 아무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 그 개혁의 한계지점을 만들어 버렸습니다.“
”민형배 탈당, 국회 의정 절차 농락한 행위“
- 검수완박에 대해 위헌 논란도 있는데.
▶”헌법에서 영장 신청은 검사가 하도록 한 규정에서 미루어, ‘영장은 수사의 수단이니 헌법은 검사를 수사의 주체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니냐. 그런데 검수완박은 이 수사권을 검사로부터 박탈하는 것이니 위헌’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물론 영장의 성격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가능할 수도 있는 해석입니다만, 그리 타당하진 않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영장이란 법관이 강제수사를 할 수 있도록 허가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즉, 영장은 수사의 수단이기보다는 수사를 통제하고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고 본 것입니다. 검수완박의 문제는 헌법 문제로 다룰 이유가 없습니다. 그냥 우리 같은 서민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래서 그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만 판단하면 충분히 그 당부를 따질 수 있습니다.“
- 이번에 민형배 의원이 민주당 탈당한 건 어떻게 보세요?
▶”완전히 국회 의정 절차를 농락한 행위입니다. 안건 신속처리절차는 다수당의 횡포로부터 소수당을 보호하기 위한 절차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다수당의 일방적 안건처리를 위한 장치로 역이용된 것입니다. 이런 행위는 우리 국회법의 취지나 의회주의의 기본이념에 정면으로 반합니다.“
- 앞으로 전망은 어떻게 하세요?
▶”어떻게 진행될지 정말 걱정스럽습니다. 중재안은 후속 입법을 위해 사법개혁 추진 특위를 구성한다고 합니다만, 지금까지의 논의과정을 미루어볼 때 그 진정성을 기대하기 난망합니다. 그래서 이번 중재안은 국회의장의 묘수가 아니라 국회 전체가 저지른 최악수입니다. 그나마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이 특위에 사법개혁 추진자문위원회라도 제대로 구성해서 시민사회가 당파적 이기주의가 특위를 지배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견제할 수 있게 해 달라라는 점입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되풀이합니다만, 이번 검수완박의 논의가 이루어진 전 과정에 대해서 무엇보다도 민주당이 국민 앞에서 진솔하게 해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검찰개혁은 약 30년에 걸친 사회적 의제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의 파동을 거치며 그 개혁 의제의 실체가 훼손되었습니다. 이 부분 시민사회는 민주당의 해명과 변명을 들을 권리가 있습니다.“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