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일제히 폭락했다. 대형 기술주의 실적 발표에 대한 경계감 속에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며 투심이 억눌렸다.
26일(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809.28포인트(2.38%) 내린 3만3240.18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120.92포인트(2.81%) 하락한 4175.20,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514.11포인트(3.95%) 급락한 1만2490.74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1분기 기업 실적을 주시했다.
이날 기술주가 하락세를 주도했다. CNBC는 “일부 투자자들은 실적 시즌 초반 넷플릭스에서 본 것과 같은 급락을 우려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구글 모회사)의 1분기 실적을 기다리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날 장 마감 이후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던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 주가는 각각 3.74%, 3.59% 밀렸다. 이번주 후반 실적 발표가 예정된 애플(-3.73%) 아마존(-4.58%)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플랫폼스(-3.23%) 주가도 하락했다.
넷플릭스 주가는 5.48% 하락해 수년래 최저치를 경신했다. 넷플릭스는 지난 19일 1분기 가입자 감소를 발표한 이후 하루 만에 주가가 35% 급락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트위터 인수 합의 직후 테슬라 주가는 12.18% 내렸다. 트위터 주가는 3.91% 밀렸다.
시장 전문가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울프 리서치의 크리스 세네엑은 메모에 "최근 몇년 간 강세를 보인 빅테크주는 전체 경기가 둔화하면서 펀더멘털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악화하기 시작하면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댄 나일스 사토리 펀드 설립자이자 선임포트폴리오매니저는 “대형 기술주들이 충분한 위험보상을 담보하고 있지 못한다”며 “증시가 앞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경기 둔화 우려도 여전하다.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될 경우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미국의 높은 인플레이션은 상품에 대한 수요를 위축시키고 있다.
블리클리 어드바이저리 그룹의 피터 부크바 최고투자책임자는 CNBC에 “경제 성장에 대한 우려가 많다”며 “중국은 미국 기술의 큰 고객이다. 반도체 기업은 중국에서 많은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중국의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움직임으로 인해 지금까지 시장 예상보다 좋은 1분기 실적 시즌(기대가)이 불투명해졌다”고 했다.
반도체주는 나스닥 지수에서 가장 많이 하락한 종목 중 하나였다. 엔비디아와 AMD 주가는 각각 5.60%, 6.10% 내렸다.
개장 전 실적을 발표한 미국 배송업체 UPS는 실적이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았음에도 주가는 3.48% 하락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예상치를 웃돈 실적을 발표했지만 앞으로 공급망 차질에 압박받을 것이라고 회사가 언급하면서 10.34% 폭락했다. 보잉 주가도 5.04% 떨어졌다.
은행주도 약세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2.8% 아래로 떨어지면서 은행 주가도 하락했다. 웰스파고와 뱅크오브아메리카 주가는 각각 2.73%, 2.26% 밀렸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