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은 ‘허점’ 국회선진화법은 ‘무용지물’…“민주당 입법독재”

검수완박은 ‘허점’ 국회선진화법은 ‘무용지물’…“민주당 입법독재”

진로방해·몸싸움·욕설·법안강행
정웅석 “동일성 위배여부 판단 의문”
장성철 “입법의도 완전히 무시”

기사승인 2022-05-03 06:00:15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박효상 기자

국민의힘이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을 막기 위해 국회의장실 앞 연좌시위 중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부상자가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제정된 국회선진화법이 전혀 작동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 ‘국회선진화법’ 무용지물 몸싸움에 고성까지

2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주말 검수완박을 위한 두 개의 법 중 하나인 ‘검찰청법’이 통과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회의장실 앞에 검수완박 반대 피켓을 들고 앉아서 항의했다. 검찰청법 통과를 위해 본회의장을 가는 박 의장과 경호원, 방호과 직원들이 지나가면서 의원들의 손발을 밟아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에서는 비명과 고함, 욕설 등이 난무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은 부상 때문에 구급차에 실려갔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다리와 허리를 다쳐 2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이를 저지하려다 뒤로 넘어지기도 했다.

국회선진화법은 지난 2012년 5월 국회법 개정을 통해 안착된 내용이다. 점거와 몸싸움, 여당의 일방적 법안 통과 등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개정 내용으로는 안건 신속처리, 의사진행방해, 국회의장 직권상정 제한, 안건조정위원회 설치, 안건 자동 상정, 의장석·위원장석 점거, 회의장 출입방해 행위에 대한 징계 강화 등이다.

하지만 이날 벌어진 갈등에서 민주당의 법안 통과 강행과 국민의힘의 의장 이동 방해 등이 겹치면서 국회선진화법은 유명무실해졌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본회의에 상정된 회기 쪼개기에 반발해 발언신청을 했다. 배 의원은 “국회의장은 무소속이어야 하는데 민주당과 함께 국회 자살행위를 방조하고 있다”며 “멈추라는데도 앙증맞은 몸으로 의원들을 밟고 지나갔다. 구둣발로 여성들을 걷어차면서 국회의장석으로 올라간 것이 당신이 말한 민주주의냐”라고 비난했다.

◇ 정의당 ‘검수완박’ 민주당 2중대 비판

본 회의장에서는 반대를 외쳤던 정의당과 신중론을 언급한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돌아섰다. 불참인원을 제외한 민주당 168명 중 161명이 찬성했으며 정의당 소속인 6명의 의원도 전원 찬성 표결을 던졌다.

앞서 정의당은 지난 20일 민주당의 ‘검수완박’ 강행에 대해 몰염치라고 비판했다. 장태수 정의당 대변인은 “검찰 수사권 조정을 포함한 모든 개혁과제는 국민의 것이다”라며 “민주당의 처사는 국회의 시간과 민주주의에 찬물을 끼얹는다. 몰염치하다”고 말했다.

소수당의 권리를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던 정의당이 전원 찬성표결을 던지면서 정치권의 날선 비판이 쏟아졌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민들은 이제 돈 주고 변호사를 사지 않으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됐다”며 “승자는 여야의 파워 엘리트고 패자는 내부고발자들과 약자들이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원래 그런 자들이라고 치더라도 정의당까지 가담했다”며 “애먼 사람들 고생시키지 말고 그냥 합당하라”고 비판했다.

◇ 법조 전문가 ‘검수완박’ 법안 허점 지적

법조 전문가는 검수완박 법안에 △동일성 항목 △동일성을 벗어난 보완수사 △동일성 위배 시 법적 효과 △사법경찰 불송치 결정 이의신청 불가 △불송치 피의자 보상 △사법경찰 송치 결정권 △수사와 기소 검사 분리로 위증·무고 인지수사 약화 등 7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항목은 해석의 방법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사검사의 기소권이 없어지면 검사가 소추관이라는 본질이 침해되는 부분을 강조했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 부회장은 2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통과된 검찰청법의 문헌 해석에 모호함이 있고 동일성과 관련된 해석이 판단이 어렵다”며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사건만 동일성 범위를 벗어나는 보완수사가 가능하다고 해도 판사가 일일이 기록을 보면서 사건의 송치 근거를 따지고 동일성 위배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라는 의미가 불명확하다”며 “재구속의 제한, 재체포 및 재구속의 제한 등에서 ‘동일한 범죄사실’ 개념이 나오지만,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와 같은 의미인지 해석상 논란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를 부패범죄와 경제범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한 범죄, 사법경찰 송치 범죄 등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등’과 관련해 많은 논란이 생길 수 있다”며 “해석의 여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정치 전문가 “국회선진화법 무용지물”

정치 전문가는 ‘국회선진화법’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동물국회를 벗어나기 위해서 결과뿐만 아니라 절차까지 민주주의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 ‘국회선진화법’이다”라며 “민주당이 과연 의회 민주주의를 말할 수 있는 자격이 있나 싶다”고 질타했다.

또 “민주주의는 반대까지도 설득과 대화를 통해 타협과 조정을 하는 것”이라며 “지금의 민주당은 입법독재를 자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법안은 이명박 정권 때 만들어진 법안”이라며 “입법 의도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강한 힘으로 의회민주주의를 완전히 파괴시켰다”고 말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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