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가 윤석열 조사는 했어야”

“공수처가 윤석열 조사는 했어야”

[이영광의 간(間)보기] 법무법인 가로수의 김필성 변호사

기사승인 2022-05-09 06:00:06
지난해 9월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고발 사주 의혹 수사에 대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수처는 4일 고발 사주 의혹 사건 피의자인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을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공범으로 지목된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선 일부 혐의를 불기소하고 나머지 혐의는 검찰에 보냈다.

하지만 고발장 작성자도 특정하지 못하고, ‘윗선’의 관여 여부도 밝혀내지 못한 채 수사를 마무리했을 뿐만 아니라 중요 인물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사조차 하지 않아 용두사미란 비판이 잇따랐다. 공수처의 고발 사주 의혹 수사 결과를 분석해 보고자 지난 6일 법무법인 가로수의 김필성 변호사와 전화 연결해 고발 사주 의혹과 함께 검수완박법 국회 통과에 대해 들어보았다. 다음은 김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고발 사주 의혹 수사, 만족할 만한 건 아닌 듯”

             ▲ 법무법인 가로수의 김필성 변호사
 
- 공수처가 지난 4일 8개월 수사한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만족할 만한 결과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고발장을 누가 왜,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졌는지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으니까요. 물론 한계가 있었을 것 같아요.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기소하기 위해서는 수사 통해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데, 증거 확보가 쉽지 않았을 것 같거든요.”

- 고발장 작성자도 특정하지 못하고, ‘윗선’의 관여 여부도 밝혀내지 못한 채 수사를 마무리해 용두사미란 비판도 나오는데.
“고발장을 작성한 사람은 분명 있을 것이죠. 그건 상식적으로 당연한 이야기지만 기소해서 처벌하려면 의혹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증거가 있어야 해요. 그런 증거를 찾지 못하면 수사를 마무리하고 불기소할 수밖에 없죠. 이 사건은 공수처가 의욕적으로 수사한 사건이고, 의혹을 확인하지 못하면 공수처가 비난받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공수처가 수사를 대충했을 것 같지는 않아요.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는 데까지 수사했지만, 증거 확보에 실패했던 것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아요.”

- 손준성 검사에 대해 불구속 기소했지만,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검찰에 이첩했는데.
“그건 공수처법에 따른 겁니다. 공수처법상 공수처가 수사와 기소를 모두 할 수 있는 범죄가 있고, 수사만 하고 기소 할 수 없는 범죄들이 있어요. 공수처법상 검사는 공수처가 직접 기소도 할 수 있으니 손준성 검사 같은 경우에는 직접 기소한 것이고, 김웅 의원의 경우에는 당시 검사가 아니었고 국회의원 당선 전이잖아요. 공수처가 직접 기소할 수는 없어서 검찰에 이첩한 겁니다. 공수처법에 따라 처리한 거예요.”

- 불구속한 건 어떻게 보세요?
“이 사안은 구속기소할 만한 사안이 아니었다고 본 거예요. 언론에는 구속하는 경우가 많이 나와서 사람들이 웬만하면 피고인을 구속기소 한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실제 구속하지 않고 기소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 공수처 자문기구인 공소심의 위원회에서 손준성 검사에 대해 불기소 권고했는데 기소한 거잖아요. 이건 어떻게 보세요?
“공소심의위원회는 자문기구라서 그 권고에 꼭 따를 필요 없어요. 공수처가 권고 이후에 2주 정도 법리 검토를 내부적으로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법리 검토를 한 결과 기소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한 것이죠.”

“윤석열 조사했어도 별 차이는 없을 것 같지만”

-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조사조차 안 했는데.
“조사는 했어야 합니다. 이 사건이 문제 되었던 무렵에는 당선자가 아직 후보로 확정되기도 전이었어요. 지금이야 당선자 신분이라서 수사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처음 고발 사주 사건이 문제되었을 때는 수사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물론 수사했다고 하더라도 필요한 증거를 확보하기는 어려웠을 거예요. 당선자나 한동훈 후보자가 고발 사주를 인정했을 리가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설사 수사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참고인 신분으로 한번은 조사하는 것이 수사 절차상 필요했다고 봅니다.”

- 조사하는 거와 하지 않는 것의 차이가 있을까요?
“솔직히 저는 별 차이는 없었을 것 같아요. 왜냐면 한동훈 후보자와 윤석열 당선자가 모르는 일이라고 얘기했을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그러니까 불러서 물어봤어도 의미 있는 증거를 확보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 반대로 말하면 증거가 없기 때문에 안 불렀을 가능성도 있나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통상 수사를 할 때 정황상 관련성이 인정되는 사람들은 참고인으로 수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조사 과정에서 의외의 내용이 나올 수도 있으니까요. 증거가 없다고 아예 조사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런데 언론 등의 보도를 보면 아예 조사하지 않았다고 하니, 이 부분은 수사가 적절했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 그러면 앞으로 이건 어떻게 될 거라고 보세요?
“김웅 의원 기소 여부는 검찰이 결정할 테니까 그건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이미 수사는 끝났다고 봐야 합니다. 검찰이 김웅 의원에 대해 추가 수사를 할 가능성은 없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제 손준성 검사의 공판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재판에서 유죄 가능성 있을까요?
“솔직히 유죄 가능성은 잘 모르겠어요. 제가 증거나 관련 기록을 직접 본 것은 아니니까요. 증거 확보가 쉽지 않았던 사건이고, 공소심의위원회에서 불기소 권고를 했던 것으로 봐서는 실제로 확보된 증거가 충분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이건 다른 얘기인데 검수완박으로 불리는 수사 기소 분리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지난 3일 문재인 대통령이 공포했는데 이 과정 어떻게 보셨어요?
“거부권 행사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이건 공포하는 것이 맞습니다. 무엇보다 수사·기소 분리는 원래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었습니다. 그 공약이 5년 임기 다 지나서, 불완전한 형태로나마 국회에서 통과되었는데 대통령이 이를 거부할 이유는 없습니다. 게다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헌정사상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경우는 많지 않아요.”

“법안 통과에 대해 각 당이 정치적으로 책임 지면 돼!”

- 법안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살라미 전술이라든지 꼼수 탈당으로 비판받았는데.

“그것이 법의 허점을 이용한 것은 맞아요. 그렇지만 따지고 보면 필리버스터도 그런 법의 꼼수를 이용한 것이에요. 결국 서로 법이 허용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 다툰 것이죠. 물론 여야가 모두 원만하게 합의해서 처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것은 맞고, 그것이 민주주의의 정신에 가장 맞는 것이기도 해요. 그렇지만 여야가 합의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서로 자기 의사를 관철시키기 위해 다툴 수밖에 없고, 그렇게 다투는 방법으로 자신들이 이용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을 총동원한 것이죠. 그런 상황까지 간 것이 유감스럽지만, 그것 자체를 잘못된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생각 자체가 문제 아닌가요?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것이 아닙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합의로 처리하는 것이 가장 좋죠. 그러나 합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잖아요. 합의 안 되면 다수당이 포기해야 되나요. 오히려 그게 민주주의가 아닌 것이죠. 그렇다고 민주당이 절차 무시하고 무조건 다수결한 것도 아니잖아요. 어쨌든 민주당은 절차를 지켰어요. 그리고 국민의힘은 소수당이 사용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인 필리버스터를 사용했고요. 그 결과에 대해서는 각 당이 국민 앞에서 정치적으로 책임을 지면 됩니다.”

-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데 통과시키는 게 맞냐는 의견은 어떻게 보세요?
“과연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지는 의문입니다만, 그것이 사실이라면, 말씀드린 것처럼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패배하겠죠. 그리고 이후 총선에서 국힘이 다수당이 되겠죠. 그런 식으로 정치적으로 국민 앞에서 책임지면 되는 문제입니다. 정치적 판단이고, 정치적인 책임의 문제입니다.”

- 검찰의 기소 남용을 막고 견제해야 한다는 의도로 한 거잖아요. 근데 경찰에게 힘이 과도하게 몰렸다는 평가도 있는데.
“경찰을 견제하는 시스템이 중요해진 것은 맞아요. 그렇지만 경찰에게 힘이 과도하게 몰렸다고 평가하시는 분들은, 경찰에게 넘어간 권한이 지금까지 검찰이 갖고 있는 권한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을 기억하셔야 해요. 원래는 검사가 기소권과 수사권을 다 가지고 있었는데, 1차 수사권을 떼내서 준 것이니까요. 검찰의 절반도 안 되는 권한이 경찰에게 넘어갔는데, 경찰을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하신다면, 이제까지 이 모든 권한을 모두 갖고 있었던 검찰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 독소조항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세요?
“사실 그 조항이 왜 들어갔는지는 모릅니다. 제가 문재인 씽크탱크에서 권력기관 개혁을 기획할 때 일부 참여했었는데, 그 당시에는 논의된 적이 없는 조항이에요. 오히려 경찰의 수사권을 견제한다는 측면에서는 적절하지 못한 조항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있어요. 다만 일부 변호사님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심각한 조항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고발인에게 경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독소조항의 내용인데, 피해자들은 고발이 아니라 고소를 하면 되거든요. 보통 도움을 주는 사람들은 변호사인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리고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하더라도 사건 기록을 검사에게 송부해서 검사의 검토를 받아요. 그래서 검사가 불송치 결정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면 재수사 명령을 할 수 있어요. 적어도 검사의 직권으로 불송치 결정의 부당함을 바로잡을 수 있는 거죠. 이런 제도들이 있기 때문에, 이른바 독소조항에 일부 문제가 있더라도 그렇게 치명적인 문제인지는 의문이에요.”

- 동일성 문제는 어떻게 보세요?
“필요한 조항이에요. 검찰에게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이상으로 수사할 수 있게 하면 검찰에게 사실상 수사권을 전면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니까요. 만약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범죄사실이 확인되면 경찰에게 통지해서 수사를 요구하면 돼요.”

- 이번에 선거 범죄가 경찰로 넘어간 건 어떻게 보세요? 이게 정치인들이 검찰 수사 피하기 위해 한 거 아니냐는 비판 있는데.
“검찰이 수사하면 정당하고 경찰이 수사하면 무조건 수사 안 하고 엉망으로 수사할 거라는 전제가 잘못된 겁니다. 경찰이나 공수처가 정치인들 수사하면 됩니다. 검찰이 무조건 엘리트고 검찰만이 수사를 잘한다는 전제부터가 잘못된 겁니다.”

“수사권 증발? 경찰이 수사한다”

- 수사권이 증발한다던데요.
“수사권이 증발하는 일은 없습니다. 검찰이 안 하면 경찰이 수사하는 겁니다. 아니면 공수처가 수사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검찰이 수사하던 것을 경찰이 수사하는 것뿐이에요. 검찰개혁 전에는 선거범죄, 정치인 범죄 다 검찰이 수사했는데, 어느 법률에도 선거범죄, 정치인 범죄를 검찰이 수사한다는 규정은 없었어요. 그러면 그 당시에도 아예 선거범죄, 정치인 범죄에 대한 수사가 아예 이루어지지 못했나요? 아니잖아요. 수사권을 가지고 있었던 검찰이 당연히 선거범죄, 정치인 범죄를 수사했어요. 이번에 선거범죄 등에 대한 언급이 삭제되었다고 해서 그 수사가 증발하는 것이 아니에요. 그 수사는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경찰이나 공수처가 하게 되는 거예요. ”

- 앞으로 이건 어떻게 될 거로 보세요?
“혼란은 있을 겁니다. 사실 수사기소 분리가 법만 바꿔서 되는 문제가 아니에요. 법에 관련된 대통령령, 법무부 장관령, 검찰총장과 경찰청 훈령 등 관련된 행정법령, 수사 관행 등도 모두 맞춰서 변경되어야 해요. 또한 인력의 대대적인 재배치도 있어야 해요. 지금 검찰의 검사 아닌 공무원 중 90% 이상이 수사 관련 인력들인데, 이 인력들이 수사를 진행할 경찰 등에 재배치되어야 해요. 여기에 맞춰 경찰 조직도 재구성되어야 하고요. 사실 이 작업이 문재인 정권 5년 내내 체계적으로 진행되었어야 하는데, 이제 정권이 교체되는 상황에서 이후 정권이 이런 작업을 제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이 부분은 걱정입니다.”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이영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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