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보상 ‘600만원+α’ 순항에도 입맛 쓸 尹 정부

손실보상 ‘600만원+α’ 순항에도 입맛 쓸 尹 정부

59.4조원 2차 추경안 확정, 거대야당도 ‘공감’… 무사통과도 전망돼
관건은 재정건전성… 슈퍼팽창예산 비난 후 1년, 부채만 100조 늘어

기사승인 2022-05-12 18:14:50
문재인 정부 마지막 추가경정예산(추경)의 3배를 뛰어넘는 규모의 2차 추경안이 나왔다. 윤석열 정부 출범 3일 만이다. 여기에는 윤 대통령의 1호 공약인 ‘소상공인 1000만원 손실보상’도 그대로 반영됐다. 이제 공은 거대야당이 버티고 있는 국회로 넘어갔다. 하지만 예산안 통과는 잡음 속에서도 무난할 전망이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추경안을 내놓은 뒷맛이 깔끔하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했다. 사진=임형택 기자

적자 누적 없이 59.4조원 추경 편성… 손실보상 최대 1000만원까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예정)에 따르면 2차 추경안은 12일 윤 대통령이 직접 주관한(예정) 첫 국무회의에서 확정됐다. 규모는 지방교부세 등 법으로 정한 지방이전지출(23조원)을 포함해 총 59조4000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는 예산은 코로나19 방역조치로 피해를 본 중·소상공인 손실보상이다. 편성된 예산은 총 24조5000억원으로, 매출액 30억원 이하 중기업을 포함해 1곳 당 600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을 총 370만개소에 지급할 수 있는 규모다.

문재인 정부 당시 확정한 1·2차 지원금(100+300만원)을 포함하면 윤 대통령이 후보시절 1호 공약으로 내놨던 ‘소상공인 1곳당 1000만원 손실보상’을 초과달성하는 결정이다. 이밖에도 소상공인 피해보상 제도개선을 비롯해 △민생 및 물가 안정(3조원) △방역 및 재난 대응 역량강화(6조2000억원) 등이 이번 추경안에 담겼다.

이러한 내용의 2차 추경안이 국무회의를 통해 확정됨에 따라 조만간 국회에서 예산안 심의가 이뤄지게 됐다. 하지만 예산안 통과가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큰 수정 없이 예산이 통과될 것이란 낙관을 내놓기도 했다. 국무회의에 앞서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유사한 내용과 규모의 2차 추경안을 내놨다는 것이 이유다.

실제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소상공인 중소기업인들에게 온전하고 두터운 보상이 돼야 한다”면서 46조9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제안했다. 나아가 윤 대통령의 공약인 ‘소상공인 1인당 1000만원 지원’과 같은 내용으로 600만원 추가지급을 통한 ‘1000만원 방역지원금’의 지급 필요성을 설파했다.

다른 점이라면 지급 대상이 정부안보다 다소 적은 334만명 규모라는 점과 정부안엔 담겨있지 않은 손실보상 소급적용에 대한 내용 등 각론적 논의 정도다. 게다가 김 정책위의장 또한 “선거의 유불리와 관계없이 최대한 빨리 추경이 통과되도록 정부나 국민의힘과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혀 지원금 지급까지 오랜 갑론을박이 이뤄지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채무추이. 그래픽=연합뉴스

국가재정적자 1067조원… 尹 정부 중장기 ‘숙제’로

손실보상금을 두고 소상공인들이 속앓이를 할 일은 크게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오히려 중장기적 국가 관점에서 1000조원을 훌쩍 넘어버린 국가부채를 어떻게 줄여 나갈 것인가 하는 ‘재정건전성’ 문제다. 

기획재정부 등의 예산자료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총지출은 2015년 375조4000억원에서 2016년 386조3000억원을 거쳐 2017년 400조5000억원으로 400조원을 넘어섰다. 이후 2018년 428조8000억원, 2019년 453조3000억원, 2020년 481조8000억원 수준으로 500조원을 밑돌았다. 

하지만 2021년의 경우 ‘확장적 재정’ 기조에 따라 558조원의 본예산을 편성하며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심지어 수차례 추경을 진행하며 47조원을 더해 지출이 600조원을 넘어섬에 따라 ‘슈퍼팽창예산’이란 비난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는 올해 역시 다르지 않았다. 607조7000억원의 본예산 편성에 이어 2차례 추경으로 총지출규모가 676조70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국가채무도 2016년 626조9000억원 수준에서 21년 본예산의 경우 956조원에 이르렀다. 이어 올해에는 1064조4000억원으로 1000조원을 넘어섰다. 나아가 1차 추경과정에서 빚은 11조3000억원이 더 늘어 1075조7000억원에 육박했다. 최장수 경제부총리로 기록된 홍남기 전 부총리는 퇴임에 앞서 국가채무의 급격한 증가를 경고한 바 있다. 

그 때문인지 윤 정부 또한 이 부분에 대해 고민과 해명을 추경안 설명과정에서 빼놓지 않았다. 추 부총리는 국무회의 후 합동브리핑에서 추경안을 설명하며 추가 국채 발행을 하지 않은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초과 세수분 중 9조원은 앞선 정부에서 쌓아놓은 국채를 줄이는데 활용하겠다는 방안을 언급하며 “국가채무비율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50.1%에서 49.6%로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소상공인 등 피해 계층 분들은 이미 생계의 위협을 넘어 생존의 위협에 이르렀다”는 말로 당위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최상대 기재부 2차관 역시 “사실 초과세수가 많이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가능하다면 국채 축소를 9조원보다 더 해야 하는 게 맞지만, 소상공인 지원과 민생 안정을 위해서는 초과세수 중 20조원 이상을 일반 지출에 충당하는 것이 불가피했다”고 연합뉴스를 통해 부연하기도 했다. 

다만 국가경제나 재무건전성이 더욱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가능한 대목도 있다. 앞서 추 부총리는 취임 전후로 꾸준히 국가채무 관리를 통한 재정건전성 확보를 주요과제로 꼽는 발언을 이어왔다. 12일에는 최 2차관이 재정·공공 현안을 다루는 회의체 ‘재정·공공현안 점검회의’신설을 알리고 각별한 관리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이에 윤 정부가 이 같은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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