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계열사 독점구조인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집계는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시장은 날로 커지는데 내용은 단편적이라는 지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2021년 하반기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을 발표했다. 과기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자는 3563만7342명으로 상반기 대비 약 53만 명 증가했다.
사업자별로 보면 KT 계열(KT+KT스카이라이프+HCN) 가입자(1268만명·35.58%) 비중이 가장 크다. 이어 LG 계열(LG유플러스+LG헬로비전) 903만명(25.33%), SK브로드밴드(IPTV+SO) 892만명(25.03%) 순이다.
유선방송 업계는 “단순 점유율로 시장 전체를 들여다보는 건 무리”라고 주장한다. KT 등 통신 대기업은 2007년 11월 IPTV 특별법 통과와 함께 시장을 지배한 지 오래고,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IPTV)와 유선방송사업자(SO)간 인수합병(M&A)도 다수 있다.
IPTV와 케이블TV간 전송 방식 일원화 등 기술 중립성을 이뤘다. 이번 집계 또한 충분히 예측 가능한 내용이라는 것. 업계는 달라진 시청 행태나 가구 수 변화 등에 초점을 맞춘 자료가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인수합병과 기술 중립으로 점유율이 전체 유료방송 시장을 보는 지표로써 큰 의미가 없다”라며 “시장이나 정책 방향을 예측하려면 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OTT) 가입 추이나 단일 가구나 집합 가구 당 가입자 수 등을 알아봐야한다”고 말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1인가구는 전체 31.7%인 664만3354가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19와 함께 OTT 서비스가 부상하면서 시청 행태도 TV에서 모바일로 이동하는 추세다. 컨슈머인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비자 OTT 서비스 유료이용률은 59%로 2018년 하반기(30%) 대비 약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유료방송 업계도 OTT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단순 채널만 고집하지 않고 VOD(다시보기)를 추가하는 등 ‘IPTV화’하고 있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도 ‘지역밀착 방송’ 끈을 놓지 않으면서 IPTV 방식으로 전환을 꾀하는 등 자생력을 키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모든 통계는 산업 방향 설정에 필요한 중요 지표”라며 “데이터 시대인 만큼 시장이나 정책 방향 예측하려면 보다 세밀한 자료가 도출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사업자 지위 등 관련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아 OTT 점유율 집계는 하지 않고 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