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이용료 대가지급으로 갈등 중인 SK브로드밴드(SKB)와 넷플릭스가 2차 변론일인 18일 입장차만 확인하고 말았다. SKB는 기업 간 거래는 유상 행위가 기본 전제인 만큼 콘텐츠제공사업자(CP)인 넷플릭스가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인 자사에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넷플릭스는 자체 콘텐츠전송망(CDN)인 오픈커넥트(OCA)를 통해 무정산 방식으로 연결되므로 망 이용대가를 낼 법적 의무가 없다고 반박했다.
“무정산 방식 전제로 오픈커넥트와 연결”
넷플릭스는 이날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된 2차 구두 변론에서 “SKB는 넷플릭스와 ‘무정산 방식’을 전제로 오픈커넥트와 연결돼있다”며 “‘피어링’ 방식의 직접 연결을 무정산(빌앤킵)으로 하는 것은 인터넷의 확립된 관행”이라고 밝혔다. 송신 ISP를 거치지 않은 채 SKB 망과 ‘무정산 피어링’ 방식으로 연결돼 있고 양사 연결지점인 도쿄와 홍콩에서부터 최종 전송주체는 SKB라는 게 넷플릭스 측 주장이다.
국제 비영리 기관 패킷클리어링하우스(PCH) 시장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피어링 99.9996%가 무정산이고 나머지만 망 이용량에 따라 사용료를 지불한다.
넷플릭스는 또 “넷플릭스 연결은 국내 CP와 성격이 다르다”며 “넷플릭스와의 관계에서 국내 ISP는 ‘착신 ISP’”라며 “국내 CP와 달리 국내 ISP는 넷플릭스에 어떠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는 원활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전송 데이터 압축 및 인코딩 기술과 ‘오픈 커넥트(Open Connect)’를 개발했다. 오픈 커넥트는 세계 각지에 설치된 넷플릭스 콘텐츠 전용 캐시서버인 OCA(오픈 커넥트 얼라이언스)와 이를 연결하는 회선으로 구성돼 있다.
넷플릭스는, SKB가 이익을 위해 CP(넷플릭스)와 직접 연결하는 건 수용하면서도 OCA를 국내 망에 설치하는 무상방안은 거부하면서 사실상 통행세를 요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넷플릭스는 망 이용료 내야하는 CP”
SKB도 날을 세우며 조목조목 항변했다.
SKB는 넷플릭스는 국내 소비자가 넷플릭스를 사용하는 과정에 대해 “OCA(오픈커넥트어플라이언스)에 저장된 콘텐츠를 국내 이용자에게까지 전달되는 전체 경로를 지정하고, SKB는 넷플릭스가 내린 트래픽 전송 명령을 이행하는 역할만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망 설치비용과 망 이용대가는 서로 구분되는 개념”이라고도 덧붙였다.
SKB는 또 ‘넷플릭스는 기간 통신망을 보유하지 않은 명백한 CP(콘텐츠제공자)’라고 강조했다.
SKB측은 “넷플릭스는 전기통신사업법상 안정성 확보의무를 부담하는 부가통신사업자”라며 “넷플릭스는 스스로를 ISP(인터넷서비스제공자)가 아닌 CP라고 명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넷플릭스가 인용한 과기부 인터넷 상호접속 시장 구조도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자체 개발한 OCA는 CDN에 해당 한다”고 덧붙였다.
CDN(콘텐트 딜리버리 네트워크)은 디지털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구축한 시스템을 기간통신사업자의 인터넷망과 연결하고 이를 이용해 타 전기통신사업자의 콘텐츠를 대신 전송해주는 서비스다. CDN은 인터넷 소매시장 이용자로 ISP에게 망 이용대가 일종인 인터넷 전용회선요금을 지급하는 관계라는 게 SKB 설명이다.
넷플릭스 측이 주장하는 빌앤킵원칙(ISP가 자신의 인터넷 소비자로부터 접속료를 받아 망 비용을 충당하는 것)도 “CP와 ISP 사이에 적용될 여지가 없다”라며 “상거래 관행 또는 사실인 관습 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넷플릭스 측이 근거로 제시한 PCH 통계는 ISP와 CP사이에서 ‘무상’ 원칙 주장 근거가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법안은 국회 계류 중…연내 합의점 도달 미지수
2019년부터 이어진 망 이용료 갈등이 올해 안에 해결된 진 미지수다. 상황을 시정할 열쇠인 법안이 국회 계류 중이다.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내용을 보면 △부가통신사업자가 기간통신사업자 망을 이용해 인터넷접속역무를 제공받고 있는데도 인터넷접속역무 제공에 필요한 망 구성과 트래픽 양에 비춰 정당한 이용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행위△부가통신사업자가 정보통신망 이용 또는 제공 계약 시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 또는 제한을 부당하게 부과하는 행위를 금하는 게 골자다.
법안은 소관위원회(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상정돼있다. 하지만 당장 6월 선거를 앞두고 있는 바람에 국회에서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본회의 등 절차를 거쳐 공포까지 기약이 어려운 어려운 상황이다.
전혜숙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 소위에 올라온 걸로 안다”며 “과방위에서 공청회를 한 번 열자는 얘기가 있었고 후반기 국회에서나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 구성이 언제 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승래(과방위 간사) 의원실 관계자는 “(망 이용대가 법안은)크게 다뤄지고 있지 않다”라며 “선거가 끝나야 현안들을 다룰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