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영화 속 다문화, 어떻게 그려졌나

TV·영화 속 다문화, 어떻게 그려졌나

기사승인 2022-05-21 06:00:07
‘백인 혼혈이면 예능, 동남아 혼혈이면 다큐에 나온다’는 말이 있다. 다문화인은 불쌍하니 도와줘야 한다거나, 한국에 잘 적응하는 모습을 대견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전부터 존재했다. 유독 한복이나 자국 전통 의상을 입고 방송에 출연하는 일도 많았다. 외국인·귀화자 등 한국에 정착한 이주 배경 인구가 부쩍 늘어난 지금도 그럴까. 방송과 영화에선 다문화인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최근작을 중심으로 들여다봤다.

JTBC ‘이태원 클라쓰’ 캡처

2020년 2월 방송된 JTBC ‘이태원 클라쓰’ 8회엔 한국인이지만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김토니(크리스 라이언) 이야기가 등장한다. 드라마에선 다문화인이 한국인의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 그려진다. 토니는 이태원 클럽에서 아프리카, 중동인은 출입 금지라는 이유로 입장을 거부당한다. 조이서(김다미)는 아버지가 한국 사람이고 본인도 한국인이라고 항의하는 토니에게 “네가 어딜 봐서 한국 사람이야. 피부도 까만 게”라는 말로 상처를 준다. 다음날 조이서는 토니에게 “아직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한국인이 아니다”라며 아버지를 찾아서 한국 국적을 취득하도록 돕겠다고 한다.


EBS ‘다문화 고부열전’ 캡처

EBS ‘다문화 고부열전’은 한국 특유의 가부장제에서 비롯된 고부 갈등이 다문화 가정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선 다문화인이 한국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를 잘 수행하지 못하는 것처럼 그려진다. 지난해 8월 방송된 367회에 등장한 알라는 갑작스런 사정으로 시어머니와 함께 살게 되면서 요리와 집안일에 있어 의견 차이를 보인다. 제작진은 ‘며느리가 못마땅한 시어머니’, ‘며느리가 생각 없어 보이는 시어머니’ 등의 자막으로 둘의 갈등을 중계한다. 해당 회차 제목은 ‘속 끓는 고부’로 둘의 갈등을 전면에 내세웠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스틸컷

지난해 9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2회에선 안산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근무하는 알리 압둘(아누팜 트리파티) 이야기가 등장한다. 드라마에선 한국에서 근무하는 다문화인의 처지가 매우 열악한 것으로 그려진다. 알리는 휴대전화도, 차비도 없을 정도로 가난한 인물이다. 월급은 물론, 병원비도 제대로 받지 못해 손가락 치료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6개월 밀린 월급을 달라며 사정하는 알리에게 사장이 폭력을 행사할 정도로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하는 최악의 환경에 노출돼 있다. 결국 알리는 돈뭉치를 훔쳐 가족들을 고향인 파키스탄으로 먼저 보내는 선택을 한다.


영화 ‘특송’ 스틸컷

지난 1월 개봉한 영화 ‘특송’(감독 박대민)엔 폐차장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등장한다. 영화에선 다문화인이 먹는 음식에 대한 기준과 편견을 유머 코드로 활용하는 장면이 나온다. 폐차장 사장인 백강철(김의성)은 직원들에게 줄 고기를 구우며 “저것들은 소를 안 먹는다고 그랬다가, 돼지를 안 먹는다고 그랬다가, 도대체 뭘 먹고 사는 거야”라고 투덜거린다. 소를 안 먹는 건 인도고 다른 직원들이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 출신이라고 알려주는 아시프(한현민)에게 강철은 “복잡한 새끼들 헷갈리게. 카레 먹으면 다 인도사람이지”라고 말한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스틸컷

지난 3월 개봉한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감독 박동훈)엔 고등학교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새터민 수학자 이학성(최민식)이 등장한다. 영화는 이학성이 받는 편견과 차별을 다룬다. 이학성은 아무 잘못도 하지 않고, 특별한 행동도 하지 않았지만 학생들에게 인민군이라 불리며 놀림 받는 존재다. 이학성이 한지우(김동휘)가 놓고 간 수학 숙제를 풀어서 모두 정답을 맞히지만,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 한지우는 쉽게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함께 한국으로 온 이학성의 아들도 새터민이란 이유로 또래 아이들에게 차별받는 장면이 나온다.


KBS2 ‘아기싱어’ 캡처

지난 3월 방송된 KBS2 ‘아기싱어’ 1회에 등장한 다니엘라는 ‘국악 소녀’로 소개됐다. 국악 소녀니까 한복을 입거나 가야금을 연주할 거라 생각하는 패널들의 예상과 달리, 다니엘라는 밝고 귀여운 옷차림으로 무대에 뛰어올라갔다. 제작진은 ‘이국적인 모습에 시선 집중’이라는 자막으로 국악을 좋아하는 다문화 소녀의 모습에 주목했다. 농악놀이를 한 할아버지를 보고 국악을 좋아하게 됐다는 다니엘라의 설명엔 ‘기특’이란 자막이 달렸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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