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기를 타고 이날 오후 5시 22분께 경기도 오산 미군기지에 도착한 바이든 대통령은 박진 외교부 장관과 인사를 나눈 뒤 관용차를 타고 삼성전자 평택공장으로 이동했다. 공장에 미리 마중 나온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영접했다. 두 정상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로 공장 내부를 시찰했다. 현재 가동 중인 1라인(P1)과 건설 중인 3라인(P3)을 둘러봤다.
총수인 이 부회장이 바이든 대통령을 마중한 건 전 세계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 업체인 대만 TSMC보다 삼성전자가 우수하다는 걸 직접 강조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도 방한에 함께했다. 퀄컴은 삼성전자 주요 고객사다.
퀄컴이나 애플 등 미국 기업은 반도체를 설계만할 뿐 직접 만들지 않는다. 10나노미터 이하 반도체를 대량 양산할 수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와 TSMC 두 곳 뿐이다. 삼성전자는 TSMC보다 3나노미터분야에서 반 년 정도 앞섰다.
미국은 글로벌 반도체 수급 대란으로 자동차·정보기술(IT) 등 핵심 산업에서 고전하고 있다. 반도체 사태가 터진 뒤론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에 주력해왔다. 미국이 반도체 주도권을 되찾으면서 중국도 견제하려면 제조 강국인 한국과 손잡는 게 불가피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중에 GAA(Gate-All-Around) 기술을 적용한 3나노 1세대 제품을 선보인다. 삼성전자는 기술 개발을 마치고 양산을 준비 중으로 알려졌다. GAA는 기존 핀펫(FinFET) 기술보다 칩 면적은 줄이고 소비전력은 감소시키면서 성능은 높인 신기술로, 삼성전자는 GAA 기술을 적용해 TSMC보다 3나노 조기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반도체 공장 방문은 한미 양국이 반도체 공급난 해결을 위해 손을 맞잡는 자리이자 반도체 산업을 ‘국가안보자산’이라는 소명을 안고 정부 차원 육성을 다짐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한편 이 부회장은 이날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기로 했었으나 재판부로부터 불출석 허가를 받았다. 삼성전자 측은 ‘이 부회장이 긴급 상황으로 재판에 출석하기 어렵다’는 의견서를 법원에 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