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는 반항(Rebel Without a Cause, 1955)’과 치킨게임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이유 없는 반항(Rebel Without a Cause, 1955)’과 치킨게임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기사승인 2022-05-25 16:47:31
정동운 전 대전과기대 교수
이유 없는 10대들의 반항. 그들에게 이유는 없다. 다만 반항하므로 존재할 뿐이다. 이 영화는 ‘암흑이 낳은 천사’로 불리는 제임스 딘을 일약 ‘고뇌’와 ‘반항’을 상징하는 청춘의 우상으로 만든 작품이다.

짐(제임스 딘)의 부모는 짐이 말썽을 부릴 때마다 이사를 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해왔다고 생각한다. 이사 온 첫 날 짐은 술에 만취해 길에서 잠들었다가 경찰서로 끌려간다. 우연히 그날 짐은 경찰서에서 밤길을 헤매다 잡혀온 주디(나탈리 우드)와 강아지를 총으로 쏘아죽여 잡혀온 플레이토(살 미네오)를 만난다.

다음 날 전학 온 학교에 첫 등교한 짐은 자연스럽게 주디와 플레이토와 친해진다. 그러자 패거리 두목격인 버즈가 짐에게 시비를 걸지만, 버즈에게 용감하게 맞선다. 그 후, 천문대로 현장실습 갔던 짐은 버즈의 시비로 칼싸움을 벌인다. 싸움에 진 버즈는 저녁 8시 ‘겁쟁이 경기’를 벌이자고 제안한다. 겁쟁이 경기는 절벽으로 차를 몰고 돌진하다가 뛰어내리는 것인데, 차에서 먼저 뛰어내리는 사람이 지는 목숨을 건 경기다. 결국, 짐은 차에서 아슬아슬하게 뛰어내리게 되지만, 버즈는 문손잡이에 옷소매가 걸려 차에서 내리지 못하고 추락사한다.

죄책감에 사로잡힌 짐은 경찰서에 자수하러 가지만 귀찮아하는 경찰 때문에 그냥 나오게 된다. 버즈와 친하던 주디는 충격을 받았지만 짐의 진심을 알게 되고 둘은 플레이토가 알려준 빈 집으로 함께 간다. 한편 플레이토는 버즈의 패거리일당이 짐에게 복수할 것을 알고 그걸 막기 위해서 권총을 지니고 빈 집으로 향한다.

잠이 든 플레이토를 남겨두고 짐과 주디가 자리를 뜬 사이 버즈의 패거리들이 들이닥치자, 플레이토는 그들을 향해 총을 쏜다. 겁에 질린 플레이토는 찾아오는 경찰에게도 총을 쏘며 천문대로 숨어든다. 짐과 주디는 천문대로 따라 들어가 그를 설득, 실탄을 빼낸 뒤 밖으로 내보낸다. 경찰을 보고 놀라 권총을 손에 든 채 도망가던 플레이토는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죽는다. “여기엔 총알이 없었단 말이에요!”라며 울부짖는 짐에게 아버지는 모든 문제를 함께 풀어가자고 약속하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 영화는 문제 있는 어른들의 세상에서 힘겹게 자신을 지키고 살아가야 하는 가엾은 청소년들의 이야기이다. 그들의 극단적인 반항은 ‘겁장이 경기’(치킨게임)로 표현된다.

치킨게임(chicken game)은 상대가 무너질 때까지 출혈 경쟁을 하는 것. 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극단적인 게임이다. 영화에서는 절벽을 향해 돌진하다가 먼저 차에서 뛰어내리는 사람이 지는 것으로 표현되지만, 사실은 이렇다. 이 치킨게임은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자동차 게임(‘블라인드 런’ 게임)을 말하는데, 한밤중에 도로의 양쪽에서 두 명의 경쟁자가 자신의 차를 몰고 정면으로 돌진하다가 충돌 직전에 핸들을 꺾는 사람이 지는 경기이다. 핸들을 꺾은 사람은 ‘치킨(chicken)’이 되는데, ‘겁쟁이(coward)’를 뜻한다.

이는 1950~1970년대 미국과 소련(러시아) 사이의 극심한 군비경쟁을 꼬집는 뜻으로 쓰이면서 국제정치학 용어로 굳어졌는데, 1962년의 ‘쿠바 미사일 위기’를 들 수 있다. 소련이 쿠바에 핵미사일을 설치하자, 미국은 쿠바 인근 해안을 봉쇄하였다. 그러자 핵전쟁 발발을 우려한 소련이 쿠바에서 미사일을 철수하였다. 오늘날에는 정치학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극단적인 경쟁으로 치닫는 상황을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

경제적 측면의 예를 들어보자. 2010년,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 세계 유수의 반도체 업체들이 치열한 치킨 게임을 벌였다. 각 업체는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면서 치열하게 반도체 가격인하에 나섰고, 삼성전자는 막강한 현금 동원력을 통해 마지막까지 버텼다. 결국 타 업체들이 줄줄이 항복함에 따라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장에서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었다.(이한영, '너 이런 경제법칙 알아?', “치킨 게임[Chicken game]”, 21세기북스, 2016.)

영화에서 버즈는 마지막 순간에 차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어느 한 쪽도 핸들을 꺾지 않을 경우 게임에서는 둘 다 승자가 되지만, 결국 충돌함으로써 양쪽 모두 자멸하게 된다. 따라서 치킨 게임에서 중요한 점은 ‘타협’해야 한다는 데 있다.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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