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선 “매회 울었던 ‘내일’, 구련이 저였죠” [쿠키인터뷰]

김희선 “매회 울었던 ‘내일’, 구련이 저였죠”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05-27 06:00:07

배우 김희선. 힌지엔터테인먼트

30년 차 배우에게도 쉽지 않았다. 묵직한 메시지에 마음이 무거워져도, 외면하고 싶지 않은 작품이었다. 모두와 나누고 싶은 이야기였다. 배우 김희선이 MBC ‘내일’ 출연을 결심한 건 의지의 표현이자, 도전의식의 발현이었다. 

‘내일’은 죽은 자를 인도하던 저승사자들이 죽으려는 사람들을 살리는 내용을 담은 판타지 드라마다. 죽음에 가장 가까운 자들이 죽음과 가장 맞닿은 이를 구해내는 과정은 자체로 극적이다. 드라마는 사람이 삶의 벼랑 끝에 치달은 상황을 조명한다. 학교폭력 피해자, 공무원 시험 준비에 지친 학생, 아이를 잃은 엄마, 한국전쟁 국가유공자, 위안부 피해자 등 여러 이들의 사연을 다뤘다. 그 과정에서 사회의 병폐와 마주했다. 문제의 원인과 달라져야 할 이유를 환기했다.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의 저승사자를 떠올리는 시청자에겐 낯설 수 있다. 그럼에도 ‘내일’ 속 저승사자들은 이타적인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저마다 고군분투한다. 생각할 지점도 여럿 남겼다.

김희선에겐 새로운 발걸음이 된 작품이다. 그가 맡은 구련은 위기관리팀의 팀장으로, 사람을 살리는 일에 주저 않고 나서는 카리스마를 가졌다. 안타까운 사연을 연민하면서도 냉철한 판단력으로 위기관리팀을 이끈다. 피해자에겐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넨다. 자결할 수밖에 없던 구련의 전생 서사는 애처롭다. 눈에 띄는 분홍색 머리, 붉은 아이섀도. 화려한 외양 속 그가 보여준 수많은 감정들은 ‘내일’의 이야기에 힘을 싣는 주축이었다. 쉽지 않던 도전인 만큼 뿌듯함도 크다. 김희선은 최근 쿠키뉴스에 ‘내일’과 함께한 감회를 서면으로 풀어놨다.

MBC ‘내일’에서 저승사자 구련 역을 맡은 배우 김희선. 그는 이번 작품으로 데뷔 30년 만에 처음으로 장르물에 도전했다. MBC

Q. 데뷔 30년 만에 첫 장르물에 도전했어요. 그동안 보여준 작품들과는 사뭇 달라요.

“누군가에게 해주고 싶던 이야기였어요. 주변만 돌아봐도 여러 고민으로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많잖아요. 그런 이들에게 위로를 전할 드라마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러다 운 좋게 ‘내일’을 만난 거예요. 제가 해온 작품들과 결이 조금 다를 순 있지만, 재미를 넘어 우리가 살며 한 번쯤은 생각할 수 있는 문제들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의미가 잘 전해진 것 같아 좋아요.”

Q. 도전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내일’의 어떤 매력에 이끌렸나요?

“배우라면 다양한 역할에 도전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나 ‘내일’의 구련은, 지금 아니면 못할 것 같아서 욕심을 좀 내봤죠. 장르물이어서 도전한 것보다는, 해보지 않은 배역이라 끌렸어요. 작품이 주는 메시지도 좋았고요. 작품마다 담고자 하는 이야기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내일’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특히나 더 분명하다고 느꼈어요.”

Q. 직접 겪어본 ‘내일’은 어땠나요. 웹툰 원작인 만큼 캐릭터 준비하는 과정도 이전과는 달랐을 것 같아요.

“원작이 있는 작품을 연기해본 게 처음이었어요. 수많은 작품을 해봐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는 게 흥미로웠어요. 싱크로율을 맞추는 게 가장 기본이라 생각했죠. 발성부터 헤어, 소품, 의상 등 모든 것들을 신경 썼어요. 원작 속 구련의 스토리와는 조금 달라도, 그가 가진 아픔이나 상처는 별반 다를 바 없을 거라고 봤어요. 섣불리 제가 뭔가를 바꾸기보다는, 원작과 드라마 속 구련을 같은 캐릭터라고 생각하며 연기를 준비했어요. 웹툰과 비슷한 의상을 입으려고 개인적으로 옷을 구입하기도 했어요.”

MBC ‘내일’에서 저승사자 구련 역을 맡은 배우 김희선. 그는 이번 작품으로 데뷔 30년 만에 처음으로 장르물에 도전했다. MBC

Q. 방영 전부터 화려한 스타일링으로 화제가 됐어요.

“제가 원래 게으르거든요? 하하. 외모 관리가 정말 어려운 거더라고요. 스트레스받지 않으려 하면서 먹고 싶은 음식을 건강하게 먹었어요. 물도 많이 마시려 했고요.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인데, ‘내일’은 액션 신과 야외 촬영도 많아서 틈틈이 운동했어요. 염색을 많이 해서 머리카락도 뚝뚝 끊어질 정도로 많이 상했어요. 그래도 구련을 표현하기 위해 충실히 노력했어요. 주변에서 핑크 머리와 붉은 섀도가 잘 어울린다고 말해줘서 고맙더라고요. 그동안 안 했던 것들을 많이 해서 새로웠어요.”

Q. ‘내일’은 에피소드마다 묵직한 메시지를 담아 호평받았어요. 가장 기억에 남은 장면은 무엇인가요?

“6회에서 구련이 국가유공자인 영천에게 감사와 위로를 전하는 장면이에요. ‘당신이 지켜낸 나라니까요’라는 대사가 마음에 콕 박혔죠. 소중한 분들의 희생으로 우리가 모든 것들을 누리고 있는 거잖아요. 그분들에 대한 감사를 계속 기억하고, 잊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동시에 반성도 됐어요.”

Q. 제작발표회에서 작품을 설명하며 뭉클해하던 게 기억나요. 

“매회 대본을 읽으며 울었어요. 그런 만큼 현장에서 동료 배우들, 감독님과 소통하며 진정성 있게 연기하려 노력했어요. 에피소드마다 주인공들을 이해하면서 구련의 입장으로도 상황을 읽어내려 했죠. 내가 구련이고, 구련이 나라는 마음으로 임했어요.”

Q. 30년 차 배우 김희선에게 ‘내일’은 어떤 의미로 남았나요.

“모든 작품이 소중하지만, ‘내일’은 제게 또 다른 의미로 기억될 작품이에요. 누구든 ‘내일’을 보면서 위로와 공감을 받길 바랐어요. 저 역시도 ‘내일’을 통해 많은 위로를 얻고, 반성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거든요. 주변을 다른 시각으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할까요? 앞으로도 뜻깊게 남을 것 같아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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