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만끽”…함성이 완성한 서울재즈페스티벌 [가봤더니]

“청춘 만끽”…함성이 완성한 서울재즈페스티벌 [가봤더니]

기사승인 2022-05-28 07:00:08
3년 만에 열린 서울재즈페스티벌. 프라이빗커브

하늘에 조각구름, 땅 위에는 춤추는 음표들. 서울재즈페스티벌(서재페)가 개막한 27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은 사랑과 자유의 축제였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난 2년간 열리지 못했던 서재페가 돌아오자, 관객들 열기는 작열하는 태양만큼 뜨겁게 불타올랐다. 마스크에 가둬놨던 입술을 모처럼 열어 함성을 쏟아냈고, 공중에 올린 두 팔로 파도를 일으킬 기세였다.

“너무 오랜만이에요, 그렇죠? 보고 싶었어요!” 이날 문차일드, 이담 등을 이어 네 번째로 무대에 오른 가수 백예린은 흡사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의 주인공 같았다. 그가 첫곡으로 ‘바이 바이 블루’를 선곡하자 공연장 근처에 삼삼오오 흩어졌던 사람들이 목소리에 홀린 듯 무대를 향해 몰려가서다. 백예린이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 ‘스퀘어’(Square) 등을 부르자 잔디밭은 금세 환호와 떼창으로 뒤덮였다. 그가 입은 파스텔톤 원피스는 산들바람에 하늘하늘 나부끼며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더했다.

5년 전 한 음악 페스티벌에서 부른 ‘스퀘어’ 영상이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탄 덕분일까. 이날 만난 관객들은 하나 같이 “백예린을 보러 왔다”고 입을 모았다. 피크닉 구역 맨 앞줄에 돗자리를 펴고 앉은 장다은(25)씨도 그 중 한 명이다. 친구 김수빈(25)씨와 공연을 즐기던 장씨는 티켓 박스가 열기도 전인 오전 9시30분 공연장에 도착해 명당자리를 맡았다고 한다. 이날 출연한 미국 싱어송라이터 조니 스팀슨의 팬이라는 김씨는 “청춘을 느낄 수 있어 즐겁다. 푸른 나무와 파란 하늘을 보면서 힐링을 얻고 있다”며 웃었다.

영국 싱어송라이터 이담. 프라이빗커브

‘여사친’ ‘남사친’ 사이인 박하경(31)씨와 박도원(28)씨는 회사에 휴가를 내고 공연장을 찾았다. 두 사람 모두 음악 페스티벌에 오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박도원씨는 “이런 분위기를 처음 느껴본다. 색다르고 즐겁다”며 미소 지었다. 박하경씨도 “서재페가 3년 만에 열렸다고 들었다. 관객들 모습에 신나 하는 가수들을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면서 “오는 8월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월드디제이페스티벌에도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간판 출연자로 나선 미국 싱어송라이터 핑크 스웨츠는 이름처럼 상·하의를 분홍색으로 ‘깔맞춤’한 채 나타났다. 무대에 오르자마자 “렛츠 고(Let’s go)! 후~하!”라고 외치며 흥을 돋운 그는 히트곡 ‘앳 마이 워스트’(At My Worst), ‘세븐틴’(7teen), ‘헤븐’(Heaven) 등을 불러 환호를 얻었다. 그가 “뭔가를 해보자”며 관객에게 “내가 L, O라고 말하면…”이라고 제안하자,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객석에서 “V.E!”를 외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기타리스트 겸 코러스인 렉시 린은 말 그대로 ‘신 스틸러’였다. 공연 초반부터 흥겹게 몸을 흔들며 관심을 끌더니 록페스티벌을 방불케 하는 열정적인 연주를 들려줬다.

영국에서 온 싱어송라이터 이담도 인기였다. 그가 노래 ‘유 아 더 리즌’(You’re The Reason)을 마치고 작별하자 관객들은 망설임 없이 앙코르를 연호했다. “멋지다”며 다시 나타난 이담은 앙코르 곡으로 ‘13:45’를 부르다가 갑자기 객석을 향해 마이크를 돌렸다. “잇츠 유어 턴(It’s your turn·이제 여러분 차례)” 관객들은 기다렸다는 듯 목청을 높여 노래를 따라 불렀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주로 활동하는 재즈 트리오 문차일드는 이날 첫 주자로 나서 노래 ‘왓 유 원티드’(What you Wanted), ‘겟 바이’ 등을 들려줬다.

미국 밴드 문차일드. 프라이빗커브

지난 13~15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뷰티풀 민트 라이프가 지정좌석제로 운영됐던 것과 달리, 서재페 주최 측은 피크닉 구역과 스탠딩 구역을 따로 뒀다. 덕분에 관객들은 코로나19 이전에 누렸던 자유를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었다. 관객이 50명 넘게 모이는 실외 공연장에서는 마스크를 써야 했지만, 음식을 먹거나 맥주를 마시느라 마스크를 벗은 관객도 절반 가까이 됐다.

일부 관객은 티켓 가격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평소 음악 페스티벌을 즐겨 다녔다는 정현정(29)씨와 정유주(28)씨는 “과거와 달리 무대를 하나만 둬 출연 가수가 적어졌는데도 티켓 가격은 2019년과 같다”며 “비싼 가격이 아쉽지만, 야외에서 맥주를 마시며 큰 소리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점은 좋다”고 말했다.

공연은 29일까지 이어진다. 28일 공연은 알렉 벤자민, 호세 제임스, 악뮤 등이 채운다. 마지막 날에는 영국 출신 신스팝 듀오 혼네를 비롯해 에픽하이, 프렙, 선우정아, 피터 신코디가 출연한다. 서재페를 주관하는 공연기획사 프라이빗커프에 따르면 이번 서재페에는 하루 1만여 명씩 총 3만여 명이 다녀갈 예정이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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