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보유세 기산일이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주택 소유자는 매년 6월 1일을 기준으로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에 대한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의 보유세를 지불해야 하는데요.
특히 1주택자에 비해 엄격한 초과 공제액 기준치가 적용되는 다주택자들이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매물을 내놓았지만 실거래로 이어지지 않아 한숨만 쉬고 있는 실정입니다.
앞서 지난 정부는 2030년까지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의 과세 기준이 되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시세의 90% 수준으로 인상하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인해 세금 부담만 늘었다는 비판이 나왔는데요.
이에 새롭게 출범한 정부가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1가구 1주택자의 세금 부담을 완화해주기 위해 재산세와 종부세를 산정할 때 올해보다 낮은 지난해 공시가격을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적용 대상이 부동산 시장에 축적된 매물의 주체인 다주택자가 아니라 1주택자입니다. 다주택자들의 세금 부담은 여전한 것이죠.
현행법상 6월 1일 기준 소유한 토지 및 주택의 공시가격 합계액이 자산별 공제액을 초과하면 종합부동산세 납세의무 대상이 됩니다. 국세청은 현재 주택부속토지를 포함한 주택 소유자를 대상으로 6억원(1주택자는 11억원)을 공제금액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종합부동산세 세율의 경우 일반 주택을 보유한 개인 기준 3억원 이하 0.6%, 6억원 이하 0.8% 등입니다. 다주택자는 3억원 이하 1.2%, 6억원 이하 1.6%로 1주택자에 비해 두 배에 가까운 세율 부담을 떠안고 있습니다. 1세대 1주택자에 주는 최대 80%의 연령·보유기간 공제도 다주택자에겐 적용되지 않습니다.
전체 납부 금액은 어떻게 계산할까요. 보유세는 공시가격에서 공제액을 빼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과세표준을 산출합니다, 여기서 공정시장가액비율이란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이 되는 과세 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공시 가격의 비율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기준으로 조정대상 지역에 공시가격 12억원의 집이 있는 1가구 1주택자의과세표준 금액과 종부세를 계산해 보겠습니다.
1주택자는 11억 원까지 기본 공제를 받기 때문에 나머지 1억 원에서 공정시장가액을 95%를 곱한 9천500만 원이 과세표준 금액이 됩니다. 과세표준 금액 3억 원 이하의 세율이 0.6%인 것을 고려하면 납부해야 할 종부세는 57만원입니다.
다주택자도 셈법은 같은데요. 다만 공정시장가액비율을 100% 적용합니다. 예를 들어 신도시에 공시가격 5억 원짜리 아파트 2채를 보유한 다주택자의 과세표준 금액은 5억에서 5억을 더한 10억에서 6억을 뺀 4억입니다. 과세표준 6억원 이하 세율인 1.6%를 적용하면 520만원이 종부세입니다.
1주택자는 12억원의 집 한채를 보유하고 있고 2주택자는 5억원의 집 두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전체 재산으로만 보면 1주택자가 더 많은 셈이죠. 하지만 현행법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2주택자가 훨씬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게됩니다.
다만 다주택자가 주택 보유세 기산일 전에 집을 팔아 잔금을 치르거나 등기 접수를 마치면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 배제 및 해당 주택에 대한 보유세 납부 의무가 사라집니다. 또한 전체 주택 재산이 줄어 남은 주택의 보유세도 아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다주택자들은 기준일 이전에 주택을 처분해 납세를 면제받기 위해 빠르게 매물을 내놨습니다. 최근 몇 개월 사이 다주택자들은 지속적으로 매물을 내놨는데요 특히 양도세 중과 유예를 시작한 지난10일부터 매물이 많이 생긴 편입니다.
데이터로 확인해볼까요. 부동산 데이터 전문업체 아실에 따르면 최근 3개월 사이 서울 강북구의 매물이 27.9%, 금천구의 매물이 21.8% 증가했습니다. 지난 3주 사이에는 서울 구로구의 매물이 10.5%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매물만 쌓이고 실거래가 되지 않고 있어 꼼짝 없이 세금을 납부해야 할 판국입니다. 금리 인상 및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매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특히 6월 1일 이전에 주택을 구매하게 될 경우 보유세 부담을 떠안아 다들 일단 관망세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또한 다주택자들 가운데 급매물을 내놓은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제값을 받으려고 해 거래 활성화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구축 아파트를 정리하고 신축으로 옮기려는 경향이 심해져 매물만 쌓이는 추세인데요.
실제 경기도와 서울에 각각 집을 한 채씩 보유하고 있는 다주택자 A씨는 현재 거주중인 경기도에 있는 주택을 처분하고 서울에 있는 집으로 이사를 계획했지만 팔릴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결국 서울에 있는 해당 주택 세입자의 전세계약을 연장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다주택자들이 내놓는 매물들이 비인기 지역이나 지방에 있어 더욱 실거래로 이어지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보유세 기산일이 지나도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될지는 미지수인거죠. 부동산 데이터 전문업체 아실이 지난 3개월 사이 매물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을 조사한 결과 수도권이 아닌 광주 동구와 서구의 매물이 각각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내년에는 어떻게 될까요. 구체적인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정부는 향후 공동주택 공시가격 목표치를 시세의 80% 선으로 낮추거나 목표 도달 기한을 2030년 이후로 연장하는 등의 방식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김형준 기자 khj011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