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딛고 날갯짓하려는데..."김포공항 이전이 웬말"

팬데믹 딛고 날갯짓하려는데..."김포공항 이전이 웬말"

"현실성 없는 김포공항 이전 공약...아무런 도움 안돼"

기사승인 2022-06-01 06:00:15
김포공항에 대기 중인 비행기. 박효상 기자

이재명 민주당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와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김포공항 이전'을 공약에 항공업계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사태로 적잖은 타격을 받았던 항공산업이 부활의 날갯짓을 하려는 상황에서 김포공항 이전 논란은 항공업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이 후보와 송 후보는 지난달 27일 정책 협약을 맺고 김포공항을 인천공항으로 통합·이전하고 그 자리에 신도시를 개발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서울 강남에 집중된 일자리와 기반시설을 분산해 균형 있는 지역 발전을 이뤄내겠다"며 "김포공항 부지에 주택 20만호를 조성해 30%를 청년주택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후보도 "GTX-D 노선 연장과 올림픽대로 지하화 등 이동 수단이 연결되면 서울시민의 인천공항 이용이 빨라질 것"이라며 "이러한 조건 아래 김포공항 일대가 신도시로 개발되면 상대적으로 낙후한 수도권 서부가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항공업계는 현실성 없는 공약이라며 선거철가 끝나면 흐지부지될 사안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김포공항 이전은 어제오늘 나온 얘기가 아니다"며 "김포공항 이전은 각종 선거철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한 이슈였으며, 실질적인 대책보다는 선거철 표 끌기 위한 단기적인 이슈에 불과했다"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김포공항을 이용하는 국내선 이용객이 많은 만큼 공항 이전은 국내 여행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곱지 않은 시선도 나온다. 김포공항은 도심 접근성이 뛰어난 것이 가장 큰 장점이지만, 김포공항이 인천공항으로 옮겨가면 국내선 승객 다수는 현재보다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해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한국공항공사 항공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국내선 여객인원(출발·도착) 총 2342만8950명 가운데 김포공항을 이용한 인원은 782만5000명로 33.4%를 차지했다. 김포공항에서 국내선 여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31.7% △2019년 31.7% △2020년 33.3% △2021년 33.7%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제주 관광객 감소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내 제주행 여객인원 중 김포공항발 비중은 압도적이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제주도를 오간 항공 여객인원 총 919만6873명 가운데 57.9%(532만1017)가 김포~제주 노선을 이용했다. 코로나 사태 전인 2019년에도 제주도를 찾은 여객인원 총 2864만8341명 가운데 59.4%(1701만7199명)가 김포~제주 노선을 통해 움직였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도 "제주도 관광산업을 진짜 거덜 내는 것에 더해 서울시민을 청주랑 원주까지 비행기 타러 가라고 하다니요"라며 "김포공항 없애는 것에 왜 자꾸 올인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강남 사람은 청주공항 이용하고 워커힐 동쪽 사람은 원주공항 이용하면 된다는 것은 진짜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인천공항이 김포공항의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활주로, 여객터미널 등 시설 문제를 비롯해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공역과 슬롯(시간당 최대 이착륙 가능 횟수)이 부족한 실정이어서 노선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경욱 인천공항공사 사장도 “김포공항 수요를 인천공항에서 전부 감당하기는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항의 경우 단순히 활주로랑 시설을 만든다고 해서 된다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숙박 시설을 비롯해 교통망 등 인프라 부분이 조성해야 되는 등 충분한 시간을 거쳐 연구가 필요한 분야"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이 가깝다고는 하지만 1시간 거리에 있는 만큼 접근성 부문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항공업계에선 공항 이전 문제가 항공 수요는 물론 다른 교통과의 연계 등을 고려해야 하는 문제인데 무작정 김포공항을 이전하자는 것은 이를 뒷받침할 근거가 약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두 후보가 발표한 협약서에는 서울지하철 9호선을 계양 중심부까지 연장하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D를 Y자 노선으로 추진해 서울과 인천공항 간 거리를 단축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교통망 확충으로 인천공항과 서울 간 접근성 문제를 해결해 서울 강서는 제2의 강남, 인천 계양은 제2의 판교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항이 주변의 시설과 교통망 등 다양한 부분을 염두해야 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없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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