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삼성호암상 시상부터 만찬까지 모든 일정을 소화했다. 아버지인 고 이건희 회장의 유품과도 같은 ‘호암상’에 6년 만에 참석해 감회가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 호암상은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인재양성·사회공헌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상이다. 이병철 회장이 별세하고 3년 뒤인 1990년 이건희 회장이 부친 호(호암)를 따 만들었다.
행사가 열리기 전부터 이 부회장 참석 여부가 관심사였다. 이 부회장은 2016년을 끝으로 행사를 챙기지 못했다. 국정농단 사태에 이어 꼬리를 무는 사법 리스크로 수감과 출소를 반복했다. 지난해 행사도 국정농단 파기 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참석하지 못했다.
이 부회장은 현재도 경영권 승계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사이 부친인 이건희 회장 상도 있었다. 다사다난한 6년을 보낸 그다. 또 미래 먹거리·IT분야 대규모 투자계획(450조원)을 밝힌 직후라 언론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한 시점이었다.
이 부회장은 행사 참석 차 31일 오후 3시 34분에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 도착했다. 관용차를 타고 온 이 부회장은 로비에 들어서기 전 마스크 와이어를 한 번 구부렸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면서 ‘450조 원 투자’와 ‘테일러 공장 착공식 참석’ 등 질문이 쏟아졌지만 이 부회장은 답하지 않았다. 행사를 30여분 앞둔 시각이었는데도 이 부회장은 걸음을 급하게 옮겨 곧장 행사장으로 갔다. 현장에선 ‘김샜다’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기대를 잔뜩 부풀리게 해놓고 실망만 안겼다는 후문이다.
시상식은 1시간 진행됐고 오후 6시부터 두 시간 가량 만찬이 진행됐다. 이 부회장은 이날 수상자들과 함께 만찬을 즐겼고 특별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 종료 후에도 언론 노출없이 조용히 퇴장했다.
만찬에 참석한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은 “(이재용 부회장이) 오늘 축하하는 자리여서 수상자들을 축하해드렸다”고 말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