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잡이로 싹둑…거리 위 닭발 가로수 [쿠키청년기자단]

마구잡이로 싹둑…거리 위 닭발 가로수 [쿠키청년기자단]

기사승인 2022-06-04 07:23:02
과도한 가지치기로 앙상해진 가로수.   사진=지선향 쿠키청년기자
빼곡하게 들어선 건물과 매연으로 가득 찬 도로. 그사이 줄지은 가로수는 도심 속 허파 역할을 한다. 현대인에게는 자연을 느끼게 하고, 새들에게는 쉼터가 된다. 도시를 지속 가능하게 돕고 생태계를 유지한다. 그러나 잘리고 병들어 죽는 가로수가 늘고 있다.

거리 위 닭발 가로수

가지가 잘려 앙상한 가로수는 ‘닭발 가로수’라고 불린다. 속이 썩고 병들어 죽어가는 경우도 다수다. 가지가 심하게 잘린 가로수는 흉물스럽게 자라기도 한다. 생존을 위해 가지를 마구 뻗어내기 때문이다.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가로수는 △도시의 먼지 및 소음 차단 △도시 동물의 터와 먹이 제공 △쾌적한 보행환경 조성 △아름다운 도시 경관 조성 등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가로수가 잘리는 주된 이유는 무엇일까. 가로수로 인해 제기되는 각종 민원 때문이다. 건물에 그늘이 생기는 경우, 표지판을 가리는 경우, 병충해가 발생하는 경우 등 이유는 다양하다. 숲환경학교 김태연 대표는 소수의 편의에 따라 가로수가 대규모로 잘리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 대표는 “나무는 공동의 재산이다. 소수의 민원으로 공동의 자산을 협의 없이 베는 것은 잘못됐다”며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일정한 가지치기는 허용될 수 있으나 나무를 관찰하며 죽은 가지를 제거하는 형태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지치기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가지치기는 나무의 생육을 돕고 관리를 원활하게 한다. 그러나 잘못된 방법으로 과하게 가지를 베어내는 것은 해가 된다. 나무는 가지가 잘린 부위를 스스로 덮을 수 있어야 한다. 상처를 감싸 세균에 감염되지 않도록 치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못하면 해당 부위는 썩고 세균이나 곰팡이 등에 쉽게 노출돼 죽게 된다.

과도한 가지치기로 앙상해진 가로수.   사진=지선향 쿠키청년기자
과도하게 잘리는 이유는

가로수 관리는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다. 관련 법규도 미비하다. 주로 비전문가가 가지치기 업무를 수행한다. 한국전력(한전)에서 시행하는 송배전선로 밑 가로수 가지치기(전정)도 문제로 지적됐다. 나무 관리가 아닌 전선 관리가 목적이기에 마구잡이로 전정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약전정에 비해 강전정에 책정된 비용이 높아 강전정을 선호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환경단체는 가로수 전정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12월 부산에서는 시민들이 ‘부산나무권리선언’을 제창했다. “우리는 나무와 숲 없이 존재할 수 없다. 나무는 생태계를 이루는 핵심존재로서 탄소 중립, 기후위기시대 인간의 과도한 욕구와 필요에 의해 착취당해서는 안 된다. 나무는 지구의 일원으로 참여할 권리가 있다. △나무는 지구에서 고귀한 생명을 가진 존재이다. 하나. 나무는 자기 생육 공간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나무는 인간과 공존하며 공생할 권리가 있다. △나무는 역사‧문화‧생물유산으로서 권리를 가진다. △나무는 부산시민으로부터 법과 제도로써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가 그것이다. 

페이스북 가로수 가지치기 시민제보 그룹에는 시민들이 직접 찍은 다양한 지역의 가로수 모습이 연일 게시되고 있다. 강전정된 가로수 사진과 함께 가로수 관리 문제에 대해 공유했다. ‘보호수 및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까지 있는 공원이라 더 경악스러운 가지치기’, ‘싹둑, 싹둑. 주변에 전선이나 건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왜.. 형편없다.’ 등의 글이 게재됐다.

지선향 쿠키청년기자 wltjsgid0707@naver.com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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