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색샴푸 ‘모다모다’, 유해성 갑론을박

염색샴푸 ‘모다모다’, 유해성 갑론을박

기사승인 2022-06-09 07:00:02
모다모다의 새치 염색용 자연갈변 샴푸 ‘프로체인지 블랙샴푸’. 모다모다 홈페이지 갈무리

모다모다가 샴푸 첨가성분의 유해성 여부를 두고 시민계와 정면 충돌했다. 

스타트업 모다모다는 지난해 8월 새치 염색용 자연갈변 샴푸 ‘프로체인지 블랙샴푸’를 출시해 인기를 끌었다. 이 제품은 감으면 새치가 흑갈색으로 물드는 효과가 있다. 국내에서는 40~50대 중장년 소비자층에서 높은 매출을 올렸고, 미국과 일본에 진출하기도 했다. 

모다모다는 이 제품 출시 4개월만에 판로를 잃었다. 함유 성분 1, 2, 4, 트리하이드록시벤젠(THB)이 유럽과 아세안에서 판매금지되면서 유해성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유럽 소비자안전성과학위원회(SCCS)는 THB가 유전자(DNA)에 변이를 일으키는 잠재적인 유전 독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했다. 이달 3일부터 유럽연합(EU)에서는 THB가 함유된 제품을 판매할 수 없다. 아세안 10개국이 적용 중인 아세안화장품 지침 역시 THB를 배합금지 성분으로 수록해, 지난달 28일부터 해당 성분을 포함한 제품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지난해 12월 THB를 첨가해 화장품을 제조할 수 없도록 규정하는 고시를 행정예고했다. 올해 1월부터는 THB 성분을 사용금지 고시 목록에 확정적으로 추가했다. 다만, 이후 3월 규제개혁위원회가 THB 사용을 금지한 식약처 고시에 대해 개선 권고 결정을 내리면서 활로가 열릴 여지가 남았다. 식약처는 1년 내 위해성 평가를 완료해 사용금지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현재 프로체인지 블랙샴푸는 ‘시한부’로 정상 판매되고 있다. 규제개혁위원회의 개선 권고와 별개로, 식약처의 고시가 개정된 시점부터 6개월이 경과하면 해당 제품은 더는 제조할 수 없게 된다. 이 기간 내 이미 제조된 재고는 향후 2년 동안만 판매할 수 있다. 즉, 2년6개월이라는 기간 내 모다모다가 THB의 안전성을 입증해 식약처의 고시를 뒤집는다면, 제품은 구사일생하게 되는 셈이다.

모다모다를 향한 시민사회계 일각의 반응은 싸늘하다. 소비자 단체들은 모다모다의 프로체인지 블랙샴푸 판매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미래소비자행동은 “규제개혁위원회는 안전성 전문가로 구성된 회의체가 아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안전에 관한 결정은 안전행정 전문부처가 권고하는 대로 결정하거나, 안전이슈를 다루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라며 규제개혁위원회의 결정권 범위에 의문을 표했다.

이어 “그럼에도 단 한차례 회의를 통해 황당하게도 식약처가 제시한 화장품 원료사용 기준 강화안에 대해 개선 권고를 내렸다”며 “규제개혁위원회는 논란이 있는 성분을 사용한 기업에 면죄부를 주고, 자그마치 2년6개월 동안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비자가 해당 제품을 계속 사용하게 되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모다모다의 대응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미래소비자행동은 “해당 기업(모다모다)은 안전성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SCCS의 보고서에 대한 반박, 식약처가 허용한 염모제 성분에 대한 비방에 몰두하고 있다”며 “식약처가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 작은 기업을 죽이려 한다는 프레임을 만들어 언론플레이를 펼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참고로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토니모리 등 모다모다와 비교해 규모가 크고 인지도 높은 기업들도 자연갈변 샴푸를 출시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제품에는 THB가 함유되지 않았다.

하지만 모다모다의 입장은 다르다. 해외 규제기관들이 THB사용 금지 결정을 내린 근거가 된 연구들은 모다모다의 제품에 그대로 대입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모다모다측은 “식약처가 THB 금지의 근거로 삼은 유럽 규제는 THB가 염모제 성분과 결합할 때를 전제하는 것이지만, 모다모다의 경우 THB가 폴리페놀과 결합하기 때문에 규제의 논거가 약하다”며 “또한 해당 논문의 실험 조건과 모다모다 제품의 성분 배합 비율도 같지 않다”고 반박했다.

식약처와 민간 단체들이 대기업과 스타트업에 각각 다른 이중 잣대를 대고 있다는 호소도 이어졌다. 모다모다측은 “소비자 단체들과 식약처가 THB를 문제 삼으면서 왜 2-아미노-6-클로로-4니트로페놀은 언급하지 않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대한화장품협회 또한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대기업을 비롯해 기타 중견 업체들의 염모제 및 타르 색소 기반 미투 상품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왜 한 마디도 하지 않는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2-아미노-6-클로로-4니트로페놀는 아모레퍼시픽의 자연갈변 샴푸 ‘려 더블이펙터 블랙샴푸’에 함유된 성분이다. 독성이 있어 화장품에 첨가가 금지되지만, 염모제에는 2% 이하 소량 첨가가 허용된다.

모다모다와 시민단체의 갈등은 더욱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소비자권익포럼·미래소비자행동은 7일 예고했던 ‘유전독성 논란 THB 성분 소비자 안전 확보를 위한 대응방안 모색 토론회’ 무기한 연기했다. 주최측은 모다모다가 토론회 개최를 고의적으로 방해했다고 밝혔다. 모다모다측이 패널 구성의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적절한 패널을 추천할 것을 권하는 주최측의 제안에 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모다모다측은 면피에 불과한 초청을 받았다며 반박했다. 모다모다가 토론회 참석 권유를 받은 시점은 지난 3일이다. 이달 4일부터 6일까지 연휴기간을 제외하면, 행사를 단 하루 앞둔 날이다. 모다모다는 “하루만에 어떻게 발표 자료를 준비하고 THB의 무해성을 주장하는 교수들과 학자들을 어떻게 섭외하라는 이야기냐”며 급조된 초청의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