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직격탄...튀김 냄새 시들해진 광장시장

고물가 직격탄...튀김 냄새 시들해진 광장시장

손님 발걸음은 줄잇는데...상인들 얼굴엔 '먹구름'

기사승인 2022-06-10 06:00:01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입구. 김한나 기자

"재료비가 너무 올라서 마진이 남는 게 없다. 정말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5가역 8번 출구 앞. 광장시장 골목에서 호떡 장사를 하고 있는 주인 김 모씨(남·39)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호떡 맛집으로 불리는 곳이지만 김씨의 얼굴 표정은 어두웠다. 그는 최근 치솟는 밥상물가에 감당이 안된다고 토로했다. 급등한 식용유 값과 호떡에 들어가는 재료비만 해도 적자다. 메뉴판에 적힌 호떡 가격은 1500~2000원. 그렇다고 가격을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김씨는 "마진 때문이라도 가격을 올려긴 해야 되는데 손님 입장에서는 1000원만 올라도 많이 올랐다고 느낀다"며 "코로나가 이제 풀리기 시작했지만 물가 걱정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이 지나자 광장시장 골목은 오고 가는 사람들로 활기를 띠었다. 삼삼오오 구경 나온 손님들로 시장은 인산인해를 이뤘고, 노점을 하는 상인들은 음식을 준비하며 손님 맞이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점포마다 요기를 하려는 손님들의 발걸음이 이어졌지만 상인들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았다. 최근 급등한 외식 물가로 전통시장이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멈출 줄 모르는 물가는 상인들의 시름을 깊어지게 했다. 특히 식용유와 밀가루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빈대떡이나 닭강정 등 튀김류를 판매하던 상인들의 타격이 컸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모습. 김한나 기자

광장시장에서 빈대떡을 팔고 있는 강 모씨(여·45)는 "식용유 뿐만 아니라 밀가루 등 전에 들어가는 식자재 값이 엄청 많이 올랐다"면서 "작년까지 2.5kg에 3000원 정도 하던 밀가루 한 포대가 요즘 4000원이 넘는다. 다른 재료비도 2배 가까이 올랐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재료도 사고 직원 인건비도 줘야 하는데 장사를 해도 남는 게 없다"면서 "단골 손님을 생각하면 가격을 마음대로 올리지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닭강정 장사를 하고 있다는 박 모씨(남·38)는 "식용유 값이 예전이랑 비교하면 30% 넘게 올랐는데 앞으로도 계속 오른다더라"며 "식용유는 물량이 없어서 공급도 안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박씨는 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을 우려하면서 "원자재 값이 오르는데 판매가를 안 올릴 수도 없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모습. 김한나 기자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모습. 김한나 기자

광장시장 노점 가운데 일부는 재료비 인상으로 불가피하게 메뉴 가격을 올렸다고 했다. 떡볶이, 호떡 등 음식 종류에 따라 적게는 500원에서 많게는 2000원씩 인상했다. 빈대떡을 파는 이 모씨(여·45)는 "재료비 상승으로 도무지 이윤이 남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면서도 "작년 말에도 물가 인상에 따라 재료 값을 올렸는데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인근 분식집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20년 넘게 분식을 팔아온 노점상 김 모씨(여·65)는 "이제 코로나가 풀려서 장사 좀 하려고 하니 물건 공급이 잘 안된다. 들어오는 물건도 시원찮은데 비싸긴 엄청 비싸다"면서 "다시 일상 생활로 돌아가나 했더니 물가가 올라 상인은 상인대로 손님은 손님대로 너무 힘들다"고 한탄했다. 

지갑이 가벼운 서민들의 대표 상권으로 여겨졌던 전통시장이지만, 이제는 그 의미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이같은 상황에 소비자들도 장보기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날 광장시장을 방문한 가정주부 이 모씨(여·43)는 "전반적으로 모든 물가가 올라 장보는 데 고민을 한참 하게 된다"며 "정부에서 물가 조정을 해줬으면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는 치솟는 물가를 진정시키기 위해 관세 면제 정책 등을 내놓았지만 소비자 가격은 여전히 고공 행진 중이다. 시장 상인들은 정부가 발표한 물가 대책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가 장기화되면서 시장 상인들의 한숨은 깊어지고만 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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