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영(여·25) 크리에이터(SY아트팩토리 대표)는 요즘 바쁘다. 기업경영·강연은 물론 학업도 병행해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 ‘메타버스 플랫폼’ 강연을 준비하면서 일주일 넘게 잠을 못 잤다. 그럼에도 박 대표는 ‘행복하다’며 웃었다. 20대 패기라고 하긴 뭔가 남다르다. 그를 움직이는 힘이 궁금해졌다.
“체력이 달려도 원하는 걸 하고 있어서 지치지 않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걸 하는 게 원동력 아닐까요?”
그의 강연을 듣기 위해 전날(17일) 서울 정릉 국민대학교에 들렀다. 기자는 박 대표와 구면(舊面)이다. 지난 4월 메타(구 페이스북)가 기획한 프로젝트 전시 ‘아트 리이메진’에서 먼저 만났다. 박 대표는 메타 ‘스파크 AR(증강현실)스튜디오’ 툴 전문가다. (그를 소개하는 단어가 많아 인터뷰 전 고민했다. ‘크리에이터’로 문답을 진행했지만, 기사엔 ‘박 대표’로 통일했다.)
‘초긍정’ 미술학도…어엿한 사장님으로
MZ세대는 평범함을 거부한다. 주장이 뚜렷하고 개성이 강하다. 콘텐츠도 소비에 머물지 않는다. 직접 만들고, 해석하고, 공유한다. MZ세대인 박 대표는 운명처럼 AR과 만났다. 대학졸업 작품을 준비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찾던 중 AR을 접했고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다. 콘텐츠 제작 역량을 발휘해 회사도 차렸다. 박 대표가 사장이면서 직원인 ‘SY아트팩토리’는 내달이면 창업 2주년을 맞는다.
“취업은 나와 맞지 않다고 생각해 막연히 사업가를 꿈꿨어요. 대학 졸업 전 AR로 경제활동을 시작했는데 당시 ‘이 때 아니면 언제 또 기회가 올까’ 싶었어요. 법인사업자라 과정이 복잡했는데 왠지 모를 자신감이 있었어요. MZ세대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하면 될 거 같아서 힘들어도 바로 창업했습니다. 오늘(17일) 강연도 그렇고 무모할 수 있는 도전을 커리어로 끌고 가려는 게 있는 것 같아요. ‘내’가 하면 커리어가 되겠다는 자신감이죠.(웃음)”
박 대표는 스파크 AR로 인스타그램 필터(이펙트)를 만든다.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영상도 유튜브에 공유한다. 그는 전문가 자격으로 출강도 자주 한다. 단상에 오를 때마다 그는 전문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대중에게 올바른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박 대표는 앱 개발도 공부하고 있다.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토종 AR SNS를 만드는 것이 그의 장기 목표다.
“SNS로도 활용할 수 있는, 이용자를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앱 개발자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공부를 하긴 하는데 정말 어렵더라고요.(웃음) 다방면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아티스트’에 더 애착…스스로 뿌듯하길 바라”
박 대표는 스스로를 ‘아티스트에 더 가깝다’고 했다. 그는 크리에이터이기 전에 입체미술(조소)을 전공한 작가다. 그에겐 작가로서 인정받고 싶은 욕심도 있다. 소신도 있다.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시대인 만큼 AR 기술을 접목한 작품도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개인 작업을 할 땐 작품과 연관 지어서 하려고 합니다. AR 크리에이터이지만 순수미술을 전공한 작가로서 알려지고 싶은 생각도 있어서 작업할 때도 제 작품을 어떻게 활용할지 초점을 둡니다.”
박 대표는 크리에이터로 이름을 알리면서 협업 기회를 다수 얻었다. 그러나 대부분 고사했다. 그는 프로젝트를 정할 때 본인 스스로가 얼마나 즐겁게 일할 수 있을 지를 본다. 그가 크리에이터를 지망하는 또래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같다. 그는 ‘물질’보다는 ‘행복’을 좇으라고 조언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의뢰가 들어오지만 끝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적었어요. 얼마나 흥미 있게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지가 프로젝트 선정 기준입니다. 일도 재미있고 흥미를 가지고 임할 때 성공적으로 끝마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돈이 목적이면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가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뿌듯해야 계속할 힘이 생기는데 돈이 목적이면 막상 벌었을 땐 기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초반에 작업할 때 많은 제안 받았는데, 일을 다 했다면 더 많은 돈을 벌었겠지만 주체적이지 않아서 허무할 거 같아요. 다른 크리에이터들도 그런 점에 유의하면서, 스스로 행복하고 뿌듯하게 활동하면 좋겠습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