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웅·허훈 보러고 왔어요”
추일승 감독이 이끄는 남자 농구대표팀은 17일 오후 7시 안양실내체육관에서 필리핀과 평가전을 치른다. 이번 경기는 추 감독의 남자농구 국가대표 사령탑 데뷔전이다.
양 팀은 오는 7월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준비를 위해 이번 평가전에 임한다. FIBA 랭킹 30위의 한국은 아시아컵 본선 B조에서 중국(29위), 대만(69위), 바레인(106위)을 만나고 34위 필리핀은 D조에서 뉴질랜드(27위), 레바논(54위), 인도(82위)와 경기를 펼친다.
추일승호의 전력은 완전치 않다. 주전 포인트가드 김선형(SK)과 리그 최고 슈터 전성현(데이원자산운용)이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미국프로농구(NBA) 드래프트 준비에 한창인 이현중(데이비슨대)도 합류하지 않았다.
남자 농구대표팀이 국내에서 경기를 치르는 건 지난 2020년 2월 아시아컵 이후 약 2년 4개월 만이다. 당시 경기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으로 개최된 바 있다.
오랜만에 국내에서 경기가 열리자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경기장은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경기장에서 판매하는 MD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팬들은 일찌감치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다.
경기장을 찾은 박진태(32)씨는 “오랜만에 국내에서 국가대표 경기를 해서 설렌다. 주위에서는 축구나 야구를 좋아하지만, 나는 농구를 정말 좋아해서 이날을 기다렸다”라며 “필리핀을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가장 많은 인기를 자랑하는 선수는 허웅(KCC)과 허훈(상무)였다. 허훈 팬카페에서는 허훈의 사진이 준비된 클리퍼와 응원 문구를 나눠주기도 했다.
허 형제는 과거 허재 감독이 대표팀 감독을 맡을 당시인 2016년에 대표팀에 발탁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에는 대표팀에 승선될 실력이 아니라는 평이 지배적이라, ‘혈연 농구’ 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위상을 가지고 있는 두 선수다. 소속팀에서 에이스 역할을 맡고 있고, 현재 KBL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가진 선수들이다. 두 선수가 함께 국가대표에서 뛰는 건 약 3년 만이다.
허훈의 유니폼을 들고 경기장에 들어선 박윤미(26)씨는 “허훈 선수를 정말 좋아해서 농구를 보기 시작했고, 오늘 경기장에 찾았다”라면서 “허웅 선수와 같이 뛰는 모습을 보게 돼 더욱 설렌다”라고 전했다. 허웅 팬이라는 이혜미(21)씨는 “허웅 선수가 시원하게 3점포를 넣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농구하는 서강준’으로 불리는 여준석의 팬들도 여럿 있었다.
현재 21살로 고려대에 재학 중인 여준석은 올 시즌 대학농구에서 평균 23분을 소화하며 22점을 올리는 한국 농구의 기대주다. 수려한 외모로 팬들의 관심을 둠뿍 받고 있다. 이번 대회에 앞서도 이미 몇 차례 국가대표에 소집되기도 했다. 그는 이번 대표팀에서 가장 어린 선수다.
고려대에 재학 중이라는 김민창(20)씨는 “여준석 선수가 훈련 때 허훈 선수의 패스를 받아 엘리웁 덩크를 하는 걸 보고 감탄했다”라며 “학교에서도 대활약을 펼치고 있는데 대표팀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라고 선전을 기대했다.
안양=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