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인력이 2배 일해”…임상병리사도 의료공백에 ‘취업난’

“기존 인력이 2배 일해”…임상병리사도 의료공백에 ‘취업난’

기사승인 2024-09-22 06:00:09
게티이미지뱅크

# 지난 2022년 9월부터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계약직 임상병리사로 근무한 안성모(27·남·가명)씨는 최근 계약 기간이 종료되면서 구직활동에 나섰지만 새 일자리를 구하는 게 쉽지 않다. 전공의 집단 이탈 이후 병원들의 경영 사정이 어려워졌고, 신규 임상병리사를 모집하는 곳도 줄었다. 2년간의 경력이 있어도 서류심사에서 번번이 떨어지기 일쑤다. 안씨는 이력서에 추가할 수 있는 다른 스펙을 더 준비할 계획이다.

임상병리사 등 의료기사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진단검사 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전공의 이탈로 인해 운영에 부침을 겪는 병원이 늘면서 채용문이 좁아진 것이다.

지난 20일 쿠키뉴스와 만난 임상병리사 안씨는 “의료공백 사태 이후 병원 취업이 더 힘들어졌다”라며 “대부분의 병원들이 임상병리사를 안 뽑으려 하거나 기존 계약 인력을 내보내려고 하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임상병리사는 혈액, 체액, 세포, 조직 같은 검사물을 채취하고 진단·병리 검사, 생리 기능 검사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선 감염 의심 환자의 검체 채취를 병행했다.

안씨는 “2년차 경력자도 요즘은 신입과 다름없다고 느낀다. 다른 동기들의 사정도 비슷하다”면서 “계약직을 전전하던 동기들 모두 재취업이 어렵다고 토로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분간 구직활동은 접고 영어나 자격증 공부를 하면서 전공의 공백 사태가 끝날 때까지 버텨볼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경력이 없는 신입의 경우 취업의 벽은 더 높다. 올해 2월 대학을 졸업해 3월 임상병리사 면허를 취득한 김성준(25·남·가명)씨는 취업을 준비한 반년 동안 서류 심사 탈락을 반복하고 있다. 김씨는 ‘면허 취득 후 오랜 기간 실무 경험이 없으면 취업시장에서 설 곳이 사라진다’라는 선배들의 조언에 초조해진다.

김씨는 “학생 시절 간간히 채용공고를 찾아보곤 했는데, 의정 갈등 사태 이후 확실히 공고가 줄어든 것을 체감한다”면서 “코로나19 유행 속에서 실무 경력을 쌓은 인력과 올해 신규 인력의 구직이 겹쳤는데, 줄어든 채용 정원과 나빠진 병원 사정까지 얽히며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했다. 이어 “졸업 학점이 4점대로 준수한 편이지만 서류 심사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있어 무력감이 커진다”며 “동네 작은 병원에서라도 일을 하고 싶은 심정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현재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의료기사들은 인력이 충원되지 않으면서 업무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광우 대한임상병리사협회 회장은 “계약직 의료기사가 근무 계약이 끝나서 나가도 충원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기존 인력이 두 배로 일을 하고 있다”며 “간호사뿐만 아니라 의료기사들도 전공의들이 하던 업무를 일부 떠안으며 힘들어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 회장은 “코로나19 유행 시기를 지나 병원이 정상적으로 회복해 가는 길목이었는데 의료공백 사태를 맞닥뜨려 병동을 축소하고 환자를 덜 받고 있다”면서 “하루빨리 현 사태가 정리되길 바랄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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