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방역 첫 관문 ‘공항’, 감염병 감시체계 촘촘해졌을까 ②집단감염, 다음엔 막을 수 있을까 ③디지털+대면’ 영업 빛나지만…그림자는 깊다 ④코로나19 끝나니 인플레 위기 |
코로나19가 지난 2020년 초 한국에 상륙한 이후 3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크고 작은 상흔들이 한국 경제 곳곳에 상처와 부작용을 남겼지만, 엔데믹에 가까워진 현재 디지털 금융이 적극적으로 도입되면서 금융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금융이 금융소비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수록 반대급부로 카드모집인으로 대표되는 금융노동자들은 오히려 점점 소외되고 있는 분위기다. 쿠키뉴스는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금융업계 현장을 직접 찾아가보고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배우는 기쁨, 가르쳐주는 기쁨 알게 됐다”…우연히 만난 ‘훈훈한 이야기’
“너무 고마워서요. 내가 올해로 일흔이 다 됐는데 이런 기계들도 쓸 수 있게 됐잖아요. 세상이 바뀌는걸 알고 있지만 따라가지 못하는 기분이였는데, 이제는 아니에요”
현장 취재를 위해 방문한 서울 강남구 고속버스터미널에 위치한 ‘KB디지털뱅크 NB강남터미널점’에서 만난 한 모씨(70)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커피 2잔을 들고 해당 점포를 방문했는데,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스마트 매니저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KB디지털뱅크 NB강남터미널점’은 강남 고속터미널 지하에 위치했다. 이마트 노브랜드 옆에 위치한 해당 점포는 이마트와의 협약을 거쳐 지난 5월2일 출범했다. 캠핑카 형태의 부스 형태를 하고 있는 KB디지털뱅크는 총 3개의 기계가 있다. 일반 금융업무를 이용할 수 있는 ATM과 체크카드 발급이나 통장 갱신 등도 가능한 STM, 신용대출 등 영업점 창구에서 이용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KB화상상담전용창구다.
스마트매니저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한 씨는 “얼마 전에 노브랜드몰에 쇼핑을 하러 왔는데, 옆자리에 없던 것이 있어 궁금해서 가보니 디지털뱅크였다”며 “여기 있는 매니저가 설명을 잘 해줘 화상통화로 신규 예금 상품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터미널 인근 국민은행에서 용무를 봤는데 이제는 여기를 더 자주 방문할 것 같다”며 “일반 영업점은 3시30분이면 닫지만 여기는 6시까지도 영업을 하니 더 편리하다”고 덧붙였다.
해당 지점서 근무하고 있는 스마트매니저는 “노브랜드몰에 쇼핑하러 왔다가 궁금해서 찾아오는 고객들이 많다”며 “주로 청년층들보다는 40대 이상의 장·노년층들이 많이 방문하고, 이들에게 중점적으로 STM이나 화상창구 이용법을 가르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영업점에서 근무하다 잠시 육아를 위해 그만둔 이후 권유를 받아 재취업한 뒤 이곳에 오게 됐다”며 “혼자 담당하고 있지만 어르신들에게 디지털 금융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 정말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의 변신은 ‘무죄’…시니어 특화 점포 ‘눈길’
국민은행이 선보인 KB디지털뱅크 NB강남터미널점 이외에도 많은 은행들이 대면영업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대면영업이 줄고 디지털 금융이 진화한 만큼 효율적인 점포 영업을 추구하는 것. 최근 하나 둘 씩 늘어나고 있는 ‘편의점 제휴 은행 영업점’이나 ‘무인 점포’들이 대표적이다. 이들 중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신한은행의 ‘시니어 특화 점포’인 신림동지점이다.
신한은행 신림동지점은 입구에서부터 일반 은행과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ATM과 자동화기기부터 일반 은행 지점 대비 큰 글자를 출력하고 있었다. 또한 ATM이 있는 곳을 지나 내부로 들어서면 ▲단순업무 ▲예금·적금 ▲대출·외환·투자 등 총 3개로 나눠 색이 있는 곳을 따라가면 해당 업무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해 놓았다.
영업점 내부도 독특했다. 단순업무 창구 중앙에는 ‘스마트 키오스크’가 설치돼 있는데, 창구 담당자가 업무를 보는 중 신규 고객이 오면 로비 매니저(경비원)이 스마트 키오스크로 안내하고 사용법을 알려준다. 방문 고객의 70~80% 이상이 노년층 고객이였는데, 매니저가 알려주는대로 별 다른 어려움 없이 업무를 보고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신림동지점도 KB디지털뱅크와 마찬가지로 화상상담 창구가 설치된 것을 볼 수 있었다. 최영미 신림동지점장은 “처음 이용에 어려움을 겪던 어르신들도 한 번 알려드리면 잘 이용하시고 이후에도 마찬가지”라며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디지털 금융 교육의 현장으로 책임감과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빛날수록 그림자도 짙은 법…사라지는 금융노동자들
이처럼 디지털 금융이 금융소비자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접목되면서 대면 영업에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디지털 금융이 발전하면서 점점 소외되고 있는 이들이 있다.
지난 21일 공덕역에서 만난 카드모집인 이모씨(50)은 영업 현장에서 모집인들이 점점 떠나가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카드모집인 직군은 금융업권에서 코로나19 기간 시행됐던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를 가장 크게 맞은 직군으로 꼽힌다.
실제로 2000년대 초 10만명에 달하던 전국의 카드모집인은 점차 수가 줄어들어 2016년 2만2800명에서 2019년 1만1900명, 2021년 8500명으로 감소했다. 코로나19가 끝이 보이고 있는 2022년 현재에도 감소세는 줄어들지 않아 5월말 기준 8038명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 씨는 대면 영업이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심각하던 지난해까지는 대면 영업 자체를 회사차원에서 금지해서 사실상 지인 영업만으로 버텨왔다”며 “시간이 지난 지금 돌아다니면서 카드 이용을 권유해도 대부분 비대면으로 발급을 받는 문화가 정착되면서 하루에 한 건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씨의 말처럼 카드업계는 대면 발급보다 비대면 발급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6년 7.7%에 불과했던 7개 전업 카드사의 온라인 신규 발급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42.6%까지 늘어났다. 현 추세대로라면 올해 하반기 절반 이상이 온라인으로 발급될 것이라 업계에선 보고 있다.
카드모집인 뿐 아니라 보험설계사들도 대면 영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구에서 약 20년이 넘도록 보험설계사로 일해왔던 김 씨(50)는 영업 현장서 사실상 떠났다고 말했다. 김 씨는 “2년 전부터 영업이 힘들어 현재는 기존 고객들만 관리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지금은 카페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젊은 세대들은 생명보험 상품 가입을 꺼려하는 경향이 강해 코로나19 이전부터 영업이 쉽지 않았는데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셈”이라며 “회사에서는 우수 설계사들의 높은 연봉만을 보여줄 뿐 영업현장의 상황이 얼마나 안좋아 지고 있는지는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영업 현장에서의 디지털 업무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험 상품은 장기 계약이 대부분인 만큼 전속 설계사의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이를 이어갈 수 있도록 현장에서 가입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비대면 고객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