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 여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핵심 아냐”

“월북 여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핵심 아냐”

[이영광의 간(間)보기] 김홍걸 무소속 의원

기사승인 2022-06-27 06:10:01
김홍걸 무소속 의원(김홍걸 의원실 제공)
2020년 9월 벌어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 지난주 해경이 월북이라고 인정할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2020 중간 수사 결과를 뒤집었다, 박상춘 인천해양경찰서장은 16일 오후 연수구 옥련동 인천 해양경찰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해 피격 공무원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지난 2020년 9월 북한 해역에서 총격으로 사망한 해수부 소속 어업지도선 공무원의 월북 의도를 찾지 못했다"면서 "어업지도선 공무원 유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공식 사과했다.

이 발표가 나오자 정부 여당은 월북 조작 사건이라 규정했고 야당은 여당의 신색깔론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번 해경의 발표. 북한 문제를 다루고 있는 김홍걸 무소속 의원은 어떻게 볼까? 이에 대한 의견 듣기 위해 지난 22일 국회 의원을 만났다. 다음은 김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월북으로 결론 낸다고 문재인 정부에 이로울 것 없어”

- 2020년 9월 벌어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 지난주 해경이 월북이라고 인정할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2020 중간 수사 결과를 뒤집었는데 해경의 발표 어떻게 보셨어요?
“저는 윤석열 정부가 왜 지금 이걸 들춰서 갈등 조장하고 논란 만드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요. 일단 근본적으로 그 피해자의 월북 여부가 사건 당시 핵심적인 이슈는 아니었어요. 그 당시 북측이 어떤 이유로든 간에 자기네 해역으로 표류해 간 사람을 무자비하게 살해하고 시신 훼손했다는 거에 대해 온 국민이 비난하고 규탄했던 거 아닙니까. 그 당시에 제가 국회 외통위에 있었지만, 상임위에서 야당 의원들조차도 월북 의사 여부보다는 왜 문재인 정권이 빨리 이걸 파악해서 막는 조치를 못 했느냐란 걸 공격했었죠.”

- 그리고 뭔가 새로운 증거가 나온다면 얘기할 수 있는데 새로운 증거가 나온 거 없지 않나요?
“그게 가장 큰 문제죠. 해경에서는 갑자기 태도를 바꿔서 월북인지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죠. 그러면 자기들이 새로운 증거가 발견돼서 그 말 하는 거냐면 그게 아니죠. 그 당시 해경에서 파악할 수 있는 정보는 한계가 있었고 군에서 감청이나 미군에서 얻은 정보 등의 특수 정보를 가지고 판단한 거죠. 그런데 그걸 가지고 정치적인 의도가 있어서 왜곡한 것처럼 몰아가는 게 잘못된 것이고요. 북한과의 관계를 생각해서 그랬다나 북한 측을 두둔해 주기 위해서 그랬다는 식으로 주장하죠. 하지만 민간인을 무자비하게 사살하고 시신 훼손한 걸로 이미 북한 측이 크게 비난받는 상황이었는데 그분이 월북 의사가 있었다는 얘기가 나간다고 뭔가 달라질 게 없잖아요.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고요.”

-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당시 문재인 정부가 월북으로 결론을 내놓고 취사선택했다고 하던데.
“좀 전에도 얘기했지만 월북한 걸로 판단이 나온다고 북한의 이익이 되거나 문재인 정부에게 도움 되는 것이 없었다는 거죠. 이미 사살되고 시신 훼손해 아주 비난받을 일이 벌어졌기 때문에요. 그리고 문재인 정부에서 남북관계에 악영향 우려해서 이 사건 덮으려고 했다면 군에서 입수한 특수 정보를 아예 ‘이거는 민감한 기밀이니까 외부에 발표하지 말라’고 완전히 덮어버렸다면 그분이 거기서 사살당했는지 어떻게 됐는지 알 수조차 없게 됐을 거예요. 그런데 그러지 않고 공개를 했다는 거죠.”

- 월북이라고 문재인 정부가 공개한 건 어떻게 보세요? 당시도 월북에 대한 근거가 있지만 아닐 가능성도 있잖아요. 더욱이 우리 사회에서 월북은 살인죄와 동급 취급 받는 상황에서 너무 성급했다는 지적도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월북이라는 판단이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는 상태에서는 단정적으로 말할 수가 없죠. 그리고 그 당시에도 월북이 분명하다는 게 아니고 ‘이러이러한 정황을 살펴볼 때 월북하려고 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한 것이니까요. 한마디로 피해자는 돌아가셨고 또 그 일은 북한 측 해역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우리 쪽에서 뭐라고 확실하게 단정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죠.”

“대통령 기록물 공개? 할 수 있지만 윤석열, 5년 뒤 비슷한 일 당할 수도”

- 그러면 왜 지금 이러는 걸까요?
“글쎄요. 그분들의 의도를 짐작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이전 정권의 흠집 내기해서 그걸 가지고 자기들의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지지율을 높이겠다는 거죠. 즉 항상 흔히 있는 이전 정권 때리기 차원으로 보이는데요.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 잘 명심해야 될 부분은 대선 때 정권 교체 여론이 높아서 윤석열 씨가 대통령이 되긴 했지만, 윤석열 대통령 본인을 지지하는 여론이 그렇게 높지는 않았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집권 초에 정말 민생을 챙기고 화합의 정치 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 보여주지 않는다면 지지율이 순식간에 떨어지고 국정운영의 동력이 상실될 수도 있어요.”

- 대통령 기록물 공개하자는 건 어떻게 보세요?
“여야가 합의되고 꼭 필요하다면 할 수 있는 것이지만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 잘 심사숙고해야 할 점이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된 걸 오랜 기간 공개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전 정권을 상대로 국가 기밀이라든가 대통령 기록물까지 뒤지면서 보복하려고 시도하다가 본인도 5년 후에 비슷한 일을 당할 수 있다는 거죠.”

- 공개한다고 해도 이게 끝날까요?
“쉽게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죠. 왜냐하면 그때 판단에 참고로 했던 군 내의 특수정보라는 건 알기 쉽게 보고서 형식으로 정보가 들어온 것이 아니고 여러 개의 조각들을 갖다 맞추면서 실제 어떤 상황이 벌어졌나를 전문가가 판단한 거거든요. 그러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보더라도 자기에게 유리한 점만 짚어서 계속 전과 같은 주장을 할 수가 있는 거죠.”

- 어제(21일)는 2019년 11월 북한 주민 강제 북송 사건까지 문제 삼는 거 같은데.
“그 부분도 제가 그 당시 외교통일위원회 상임위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기억하는데요. 그 당시 이 문제도 야당에서 물론 시비를 하긴 했지만 강하게 얘기를 하지 못했어요. 왜냐하면 그 당시에 2명이 16명을 살해한 사건 아닙니까? 그런데 그 살해범들이 처음부터 귀순 의사를 밝혔던 것도 아니고 살인을 한 후에 우리 쪽 해역으로 들어오는 등 오락가락했고 막판에 급해지니까 귀순하겠다고 말했던 것이거든요. 그런데 그들이 배 위에서 살인 행위를 저지른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요. 예를 들어서 외국인들 경우에도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우리나라에 입국이 거절되잖아요. 그런 것처럼 흉악범들을 헌법상으로 우리 국민이니까 받아줘야 한다고 하는 주장을 하는 것은 좀 맞지 않는 것 같고요. 또 우리 쪽에 받아줬을 때 범죄가 저질러진 위치는 우리 영토 안이 아니었기 때문에 과연 재판할 수 있을지 또 그 사람들이 살인한 적 없다고 발뺌하게 된다면 재판에서 어떻게 될지 좀 불확실한 상황이었거든요.”

“윤석열 정부, 북한과 대화 협력할 생각 없어 보여”

- 정부가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회 새 이사장에 탈북민인 조명철 전 국회의원을 내정한 것 같은데.

“결국 기사 보면 편찬사업회에서 대통령실에 추천하지도 않았던 인물을 겨레말 큰사전 사업회 이사장으로 내정한 건데 이것도 남북관계가 원만히 풀려지고 남북 간에 중요한 협력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겨레말 큰 사전 이 부분이 잘 진행되기를 바라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우익 지지층만 만족시키고 북한에서 반발하든 말든 상관없다는 태도가 보이거든요. 북측에서 기피하는 인물 내세우고 북측과 협력 사업하겠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죠. 북측이 기피하는 인물을 내세우지 말란 소리는 북측의 저자세로 가라는 소리 아니냐는 식으로 반박할 분도 계실 텐데 그럼 입장을 바꿔놓고 예를 들어서 어떤 사람이 월북한 다음에 남쪽을 계속 비난해대는데 그런 사람을 남북 회담에 보낸다면 우리 쪽에서 가만히 있겠습니까? 똑같은 이치인 거죠.”

- 지난 15일은 6.15 공동선언 22주년 되는 날이었잖아요. 현재 남북관계는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2차 정상회담 이후 진전이 없는데 이 상황 어떻게 보세요?
“그 부분은 윤석열 정부에서 확실하게 대북 정책을 내세운 게 없기 때문에 판단이 이르긴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주변에 통일부 장관 제외한 분들이 대부분 극우 강경파라고 불리고 있어서 과연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대북 정책을 내세울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거죠. 지금 얘기한 월북이냐 아니냐 문제 같은 것도 뭔가 핵심을 벗어난 얘기인데 일부러 남북 관계와 관련된 이슈로 자꾸 전 정권을 공격할 용도로 써먹는 걸 보면 북한과의 어떤 대화 협력을 추구하려는 생각이 아예 없는 게 아닌가란 걱정이 들 수밖에 없는 거죠.”

- 문재인 정부 너무 진전이 없었던 게 아쉬울 것 같아요.
“제가 국회 상임위에서도 문재인 정부가 2018년 상황이 좋을 때 더 과감하게 하지 못한 부분을 비판했었어요. 그 후 미국과 북한 관계가 악화되고 또 코로나 상황이 벌어져서 남북 교류를 못 한 점은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그래도 북측이 남측과 어떤 연결고리는 끊지 말고 가져가야겠고 낮은 차원에서라도 대화와 협력은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도록 적극 설득하지 못한 점은 지적했었죠.”

- 그럼 정부는 뭐라고 하던가요?
“외교부 장관이나 통일부 장관은 당연히 최선을 다했었는데 성과 내지 못했다고 답변했는데 한반도 평화 문제를 중요시하는 많은 국민들이 보시기에 미흡한 점이 많았죠. 가려는 방향은 옳았지만 좋은 생각은 갖고 있었지만, 적극적인 의지, 추진력 같은 것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많죠.”

- 북한이 올 초부터 미사일을 쏘는데 이건 어떻게 보세요?
“2018년 초부터 미사일과 핵실험 안 하겠다고 약속하고 2019년 하노이 결렬 이후에도 한 3년 동안 이 모라토리엄 약속을 지켜왔잖아요. 그런데 그 당시 북한은 조건부로 약속한 거예요. 영원히 안 하겠다가 아니고 북미 간에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안 하겠다는 거죠. 그런데 북미 간의 협상은 거의 3년을 못 하는 거니까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고 자기네들을 미국이 아예 쳐다봐 주지도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뭔가 무력 시위를 해야만 미국 측에서 위기감 느끼고 협상 테이블에 진지한 자세로 나오지 않겠느냐란 생각했겠죠.
물론 북한 정권 비판하는 측에서는 ‘협상을 거부한 쪽은 북한이다. 조건 없이 협상하겠다고 했는데 그들이 상대를 안 하지 않았느냐’라고 말할 수가 있겠지만 북측은 3년 전 하노이에서의 그 충격이 너무 컸다고 볼 수 있죠. 그것 때문에 북한 내에 협상하자고 주장했던 사람들의 입지가 아주 사라져 버렸고 김정은 위원장 본인조차도 크게 망신을 당했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협상장에 나올 수가 없는 거예요. 이런 상황에서는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는 미국 측에서 ‘통 크게 협상에 나오면 최소한 이 정도의 성과는 가져갈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나오라’는 모습을 보여줘야죠.”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북 정책은 어떻게 보세요?
“거의 대북 정책 자체가 없지 않나 하죠.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 오바마 정권 때의 전략적 인내로 갈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는데 그게 현실이 된 거죠. 제가 듣기로 미국 국무부에서는 그나마 북한을 어떤 식으로 다뤄야 한다고 하는 보고서 같은 걸 백악관에 내기도 했다고 들었는데 백악관 측에서 답이 없다는 거예요.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는 점도 있죠. 지금 바이든 대통령이 국내 문제도 여러 가지 신경 쓸 것이 많고 또 중국과의 관계 러시아와의 관계 등 골치 아픈 문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에 당장 시급하지 않은 북한 문제는 현상 유지만 해놓자고 생각할 수 있죠.”

“성공하지 못해도 북한 설득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줘야”

김홍걸 무소속 의원(김홍걸 의원실 제공)

- 일부에서 북한은 핵 포기할 생각이 없다고 하는데 의원님 보시기엔 어때요?
“저는 한반도의 비핵화 주장하면서도 한편으로 북한이 핵 포기할 생각 없다고 주장하는 분들은 문제 있다고 보는데요. 비핵화를 해야 된다고 주장하면서도 북한과 대화하고 협상하려면 ‘북한은 핵 포기 안 할 텐데 핵 포기할 의사 없는데 뭐 하러 시간 낭비하느냐’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무책임하다는 거죠. 다시 말해서 그 사람들이 그렇게 주장하는데 그 사람들에게 대안이 있느냐죠. 북한이 핵 포기할 의사가 없다고 그러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줘야 됩니까. 그건 아니잖아요. 아님, 북한을 무력으로 굴복시켜서 핵 포기하게 만들 수 있나요? 그것도 안 되죠. 또 북한에 대해서 유엔 제재 그렇게 오래 했는데 북한이 굴복 안 하잖아요. 게다가 중국 러시아가 미국하고 사이가 더 악화돼 유엔에서 더 강한 제재를 만들어낼 방법도 없어졌어요. 그러니 이제는 대화와 협상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거죠.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있는지 여부로 싸울 게 아니에요. 저는 2018년에 미국과 거래해서 어느 정도의 대가를 받으면 핵 포기하고 경제 성장의 길로 가려고 김정은 위원장이 결심했었다고 보는데 그 후에 상황이 나빠져서 포기할 의사가 없어졌다 하더라도 우리는 끝까지 북한을 설득해서 핵 포기 방향으로 가도록 노력해야죠.”

-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소리가 5월부터 나왔지만 하지 않았어요.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선 어떻게 보세요?
“그 문제에 있어서 전문가들도 두 갈래로 갈려 있어요. 북쪽은 ICBM이나 핵실험 같은 거 즉흥적으로 준비해서 하는 게 아니고 자기들이 미리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고요. 또 다른 한편에서는 한미가 어떤 태도를 보이냐에 따라서 북한이 마음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중간적인 입장이에요. 그러니까 북한이 만약에 핵실험을 꼭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준비해 왔다면 웬만한 변수로 그것을 바꾸진 않겠죠. 하지만 또 한미 양국이 적극적인 노력을 한다면 또 상황이 바뀔 수도 있죠. 그러니 성공 못 한다고 해도 적극적으로 북한 설득하기 위해 최소한 노력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주는 게 좋다고 저는 보거든요.”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이영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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