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 성공 후 ‘됐다’ 싶었죠”

“발사 성공 후 ‘됐다’ 싶었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부 추진기관생산기술팀 임영훈 과장 인터뷰

기사승인 2022-07-01 06:00:45
“5, 4, 3, 2, 1 점화!”

온 국민 염원을 우주로 쏘아 올린 그 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임영훈 과장은 시계를 봤다. 지난달 21일 오후 4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Ⅱ)는 예정된 시각에 불을 뿜었다. 하지만 안심할 순 없었다. 손수 만든 엔진이 잘 버텨주길 간절히 빌었다.

임 과장은 “누리호가 두 눈에 보이지 않을 때까지 목이 꺾여라 봤다”며 “이후에도 현장에서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방송을 보며 끝까지 확인했다”며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떠올렸다.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결과를 기다리는 한 시간이 살면서 손에 꼽을 만큼 길게 느껴졌다. 오후 5시 10분. 공식 성공 발표가 나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됐다’였다. 함께 현장을 지켜본 동료를 끌어안고 환호성을 질렀다. 아이처럼 방방 뛰었다. 임 과장은 “그간의 고생을 모두 보답 받는 기분”이라고 성공 소감을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부 추진기관생산기술팀 임영훈 과장


밥 먹듯 야근하며 누리호 ‘심장’ 만들어


2022년 6월 21일. 누리호는 무사히 궤도에 안착했다. 설계부터 제작·시험·발사운용을 순수 우리 기술로 일군 쾌거다. 대한민국은 세계 7번째로 1톤 이상 위성을 쏘아올린 국가가 됐다. 누리호 발사를 위해 여러 기업이 참여했다. 그 중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75톤급 액체로켓엔진을 생산, 조립했다.

임 과장은 추진기관생산기술팀 소속으로 누리호 엔진을 뼈대부터 만진 인물이다. 누리호 엔진은 458개 세부공정을 거친다. 쓰이는 부품만 1200여개다. 엔진 생산과 조립은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엔진 특성 상 자동·규격화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임 과장은 “엔지니어 22명이 말 그대로 손수 엔진을 만들었다”며 “작업이 익숙하지 않던 초기엔 말 그대로 야근을 밥 먹듯이 하며 노력과 근성으로 작업했다”고 말했다.


조립·수정 반복 또 반복…응원해준 동료·가족 감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에 쓰이는 엔진 전량을 생산한다. 개발 초기엔 어려움이 많았다. 설계와 조립을 일치시키지 못해 애를 먹었다. 임 과장은 첫 번째 연소시험용 개발 기간을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 꼽았다. 완성된 설계도면을 보고 엔진을 조립하는데 수시로 오류가 터졌다.

지금은 3개월이면 75톤급 엔진 한 대를 만드는 베테랑이 됐지만 당시엔 테스트용 엔진을 하나 만드는 데 반년이 걸렸다. 진행이 더딘 탓에 슬럼프도 겪었다. 심신이 지칠 때마다 그를 일으켜 세운 건 동료와 가족의 응원이었다.

임 과장은 “우주 사업이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며 “벽에 부딪칠 때면 ‘잘 하고 있어’ ‘할 수 있어’라고 동료들끼리 서로 응원해줬고 가족들도 ‘자랑스럽다’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거다’라고 옆에서 힘을 줬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립 규격화 후엔 품질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조립과정마다 공정검사를 반복하고 주요 공정마다 성능검사를 실시해 최고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임 과장은 “항시 도면을 펼쳐놓고 잘못 설계된 곳이 어딘지 찾고 수정하는 과정이 반복됐다”며 “집에 가면 자고 있는 가족만 볼 정도로 다들 고생했지만 첫 엔진 제작 성공과 연소시험 결과로 보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업사업부에서 엔지니어들이 작업 중인 모습. 


“고생한 엔진이 불 뿜을 때 가장 뿌듯해”


노력이 결실을 맺을 때 누구나 보람을 느낀다. 임 과장은 ‘고생해서 만든 엔진이 불을 뿜을 때 가장 뿌듯하다’고 한다. 1차 발사 때 아쉬움이 커서인지 이번 성공은 더 의미가 있다. 지난해 10월 누리호 1차 발사는 실패했다. 간발의 차로 위성모사체를 궤도에 올려놓지 못했다. 관련 당국은 목표 연소시간을 채우기 위해 산화제탱크 내부 보강 등 추가 조치를 취했다.

임 과장은 “엔진이 제대로 점화됐는지 확인하는 연소시험에 들어갈 때면 저도 모르게 두 손에 땀이 찬다”며 “‘제발 붙어라, 제발 터지지 마라’를 되뇌며 지켜보다가 엔진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불을 뿜을 때 형용하기 힘들만큼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누리호 성공 발사 당일 샴페인을 터뜨리지 않았다. 대신 고생한 ‘전우’들과 조촐한 파티를 열었다. 근처 식당에서 갈비찜에 소주 한 잔을 기울이며 회포를 풀었다고 한다.

임 과장은 “동료들과 함께 간단히 저녁을 먹었다”며 “자리가 오래 이어지진 않았고 다들 가족들을 빨리 보고 싶어 해 자리를 일찍 파했다”고 말했다.


“한화 우주산업 견인, 일조하고파”

누리호 성공은 대한민국을 우주 강국으로 이끈 주요 업적이다. 정부도 ‘뉴 스페이스’ 시대를 대비해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 등 우주산업 육성을 위한 많은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한화그룹도 정부 정책에 부응해 우주산업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주력 계열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엔진 생산은 물론 체계종합기업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임 과장은 “앞으로 펼쳐질 많은 우주 미션과 액체로켓 엔진 개발에 참여해 한화가 우리나라 우주산업을 이끄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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