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전공·반수에도 계속되는 ‘문과침공’ [쿠키청년기자단]

복수전공·반수에도 계속되는 ‘문과침공’ [쿠키청년기자단]

기사승인 2022-07-01 07:10:02
문·이과 통합형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2022학년도에 이어 2023학년도 대학 입시에서도 이과생들의 문과 침공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29일 종로학원이 경희대 2022학년도 입시 결과를 분석해보니 정시모집 일반전형에서 인문·사회계열 최종합격자 776명 중 60.3%(468명)가 수학 선택과목 미적분, 기하 등을 선택한 이과생이었다.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수험생은 39.7%였다.

지난 2월 서울시교육청 중등진학지도연구회가 2023학년도 서울 주요 대학 정시모집 인문계열 지원자 1630명을 대상으로 이과생 교차지원 비율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서울 22개 주요 대학 중 8개 대학의 인문계열에서 이과생 교차지원 비율이 절반 이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별로는 서강대 80.3%, 서울시립대 80%, 한양대 74.5%, 연세대 69.6%, 중앙대 69.3% 등이었다.

상위권 대학 인문계열에 이과생이 대거 지원한 이유는 수학 선택과목에 있다. 문·이과가 통합된 대학 입시 상황에서 미적분 또는 기하를 선택한 이과생의 수학 선택과목 표준점수는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문과생에 비해 높다. 같은 학교더라도 이과생들이 자연계열 학과를 지원할 때보다 인문계열을 지원할 때 합격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교차지원으로 합격한 사례도 상당하다. 종로학원의 조사에 따르면 수능 점수가 경희대 물리학과 지원 가능권인 자연계열 학생이 연세대 경영학과에 합격했고 동국대 자연계열 지원 가능권 학생이 고려대 인문계열에 합격했다. 서울과학기술대학 자연계열 합격권 학생이 연세대 국어국문과에 합격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교차지원이 문과대학의 퇴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공적합성과의 거리가 멀어 다른 학과로의 이탈이나 전문성이 부족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연세대학교 영문학과 22학번인 A씨는 공과대학을 지망했던 학생이지만, 영문학과에 진학했다. 그는 문과대학으로 진학한 이유를 묻자 “정시 컨설팅을 받는 과정에서 이공계 진학 시 갈 수 있는 대학군보다 문과 대학 진학 시 갈 수 있는 대학군에 차이가 크다는 걸 알았다”고 설명했다. A씨는 영문학과에 진학했지만, 전공을 살린 진로를 염두하고 있지 않다. A씨는 “영어영문 과목에 흥미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공부하는 중”이라며 “애초에 진학 과정에서 전과 또는 복수전공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B씨도 미적분을 선택한 이과생이었지만, 서강대학교 인문학부에 22학번으로 입학했다. B씨는 “서강대학교가 복수전공이 자유로워 전략적으로 진학했다”며 “컴퓨터공학과를 복수전공을 할 예정”이라 밝혔다. 인문대학 필수교양 3개와 컴퓨터공학과 기초 과목 2개를 수강 중인 B씨는 개발자로 취업하는 게 목표다.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한 22학번 C씨는 “국어국문학에 관심이 없다 보니 전공 수업 수강이 힘들다”며 “그냥 다녀볼까도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반수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다른 학과에서도 교차지원으로 인문대학에 진학한 동기들이 많다”며 “대부분 전과나 반수를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주하 쿠키청년기자 jhpark@sogang.ac.kr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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