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추세는 콘텐츠와 기술을 덧입힌 ‘콘테크(Contents+Tech)’다. CJ ENM이 최근 개관한 스튜디오 센터는 ‘첨단 K콘텐츠 제작 전진기지’라고 자부해도 될 만큼 국내 최대·최고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CJ ENM은 센터를 중심으로 웰메이드 콘텐츠 생산 속도를 낼 예정이다. 이곳에서 당사가 오랜 기간 고민해온 ‘진정한 독창성(Untold Originals)’에 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6만4000평 규모…1600평 국내 최대 드라마 스튜디오
기자는 5일 센터에 들렀다. 센터는 경기도 파주에 있고 6만4000평 규모다. 실내 스튜디오는 13개 동이 있다. 스튜디오는 평수에 따라 다르다. 단지 정중앙에 있는 스테이지5는 1600평으로 국내 최대 규모다. 가로 59미터, 세로 86미터, 높이 28미터다. 스테이지5에선 드라마는 물론 다양한 무대와 화면 연출이 필요한 K팝 콘텐츠도 만들 수 있다. 엠넷 글로벌 음악 시상식 ‘MAMA’도 이곳에서 열렸다. 800평 스튜디오가 6개동, 500평 스튜디오가 5개동이다. ‘S급’ 드라마를 포함해 연간 작품 20편도 거뜬히 소화할 수 있다.
실외 촬영 세트로는 △멀티로드 △오픈세트 △상설세트가 있다. 멀티로드는 폭 20미터, 길이 280미터인 다용도 도로다. 촬영이 없을 땐 차도와 인도로 활용된다. 크로마키 벽체를 세우면 한적한 세트장이 빌딩 숲 도심으로, 지저분한 빈민가로도 변한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추격 신을 이곳에서 찍는다. 오픈세트는 자연과 평지를 갖춘 공간으로 사극 등 야외 특수 촬영에 쓰인다. 부지는 약 1만5000평이다. 상설세트는 약 900평 규모며, 경찰서·병원·법원 등 고정세트 이용이 가능하다. 콘텐츠 제작에 쓰이는 소품이나 의상·분장 지원은 미술센터에서 이뤄진다.
멀티로드를 지나 ‘환혼’ 세트장(스테이지8)을 둘러봤다. 극 중 끝없는 계단이 인상적인 ‘천부관’ 밀실과 천문대를 재해석한 ‘별자리측정소’ 등 CG를 이용한 판타지 신들이 자주 등장하는 곳이다. 촬영 세트 보존을 위해 평소엔 실내온도를 28~30도로 유지하지만 실제 촬영을 시작하면 20도까지 내린다고 한다. 센터는 이밖에 주차장과 배우 대기·분장실, 회의·휴게실 등을 갖췄다. 외부로 이동하려면 차량이 필요할 만큼 센터 부지가 넓다. 그래서 구내식당과 365일 문을 여는 카페 등 편의시설도 갖췄다.
‘히말라야’가 눈앞에…월드클래스 LED 스크린 압권
투어 백미는 VP스테이지(Virtual Production stage)였다. 이곳은 벽면 360도와 천장을 대형 스크린으로 꾸민 스튜디오다. 영상 촬영에 쓰이는 배경을 스크린에 구현할 수 있다. 눈으로 뒤덮인 광활한 산맥과 동 틀 무렵의 숲, 노을이 지는 바다까지 다양한 신을 연출할 수 있다.
그래서 해외 촬영이나 대형 세트를 짓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 크로마키는 CG를 합성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배우가 장면을 상상하면서 연기해야 한다. VP스테이지에선 배우가 특수영상을 보면서 연기에 몰입할 수 있다. 재촬영 등 비효율을 개선할 수 있다. 촬영과 동시에 결과물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원스톱 제작 환경도 장점이다. 크리에이터는 온전히 콘텐츠에만 집중할 수 있다.
VP스테이지에서 대형 스크린 두 대에 시선을 뺏겼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마이크로 LED(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더 월(Wall)’이다. 일자형인 ‘서브 월’은 길이 20미터, 높이 3.6미터다. CJ ENM이 VP스테이지에서 제작한 콘텐츠를 서브 월로 감상했다.
해상도에 감탄할 틈이 없었다. 진짜 압권은 ‘메인 월’이었다. 플러그를 걷자 지름 20미터, 높이 7.3미터인 대장급 스크린이 등장했다. 서브 월보다 높이가 두 배 이상이라 알아서 우러러 보게 된다. VP스테이지는 많지만 이 정도 규모는 전 세계에도 흔치 않다고 한다. 메인 월은 말발굽처럼 오목하게 구부린 형태다. 스크린을 구부린 이유는 피사체(배우)에게 빛이 온전히 닿아야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CJ ENM은 영화, 드라마는 물론 예능, 공연 등 VP스테이지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 확대 기회를 엿보고 있다. 메타버스도 포함돼있다. 당장은 이날 공개한 콘텐츠 외에 광고 촬영을 준비하고 있다. 회사는 센터 개방과 더불어 외부 협업 가능성도 열어뒀다.
CJ ENM 관계자는 “내부 니즈를 충족시키는 게 목적”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여유가 된다면 외부 업체가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