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공시에 따르면 삼성전자 2분기 잠정 매출은 77조원, 영업이익은 14조원이다. 각각 1년 전보다 21%, 11.4% 성장했다. 매출은 대체로 일치하고,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컨센서스)을 밑돈다.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가 덜 팔린 탓으로 분석된다. 올 상반기엔 수요기업 재고소진 등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했다.
하반기 시장도 불투명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D램 가격은 제품에 따라 3~8%, 낸드 플래시 가격은 최대 5%에 하락이 예상된다. 이 업체는 PC와 스마트폰용 D램 제품 가격이 8% 이상 떨어지며 전반적인 D램 가격 하락세를 이끌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쇄효과로 스마트폰 등 제품 출하량 감소도 예상할 수 있다.
증권가 시각도 낙관적이진 않다. 불확실성이 큰 만큼 주가 반등 시기를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영업이익 전망치도 대폭 조정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치를 60조1330억원에서 58조4860억원으로 2.7% 낮췄다. 매출액 전망치는 318조5060억원에서 313조7330억원으로 1.5% 하향 조정했다.
키움증권은 “연초 이후 안정세를 보이던 D램 업황이 2분기 말부터 급격히 악화하기 시작했다”면서 “예상보다 약한 중국 경기회복과 경기침체 등 뉴스로 구매 욕구가 약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 등의 영향으로 구매자들의 소비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면서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최근 판매 부진으로 평소보다 늘어난 재고를 줄이기 위해 부품 구매를 줄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반등 가능성도
일각에선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가격 회복을 점치기도 한다. 과거 대비 공급자 재고 수준이 낮아 ‘다운 사이클’이 단기간에 그칠 거란 분석에서다. 반등속도는 다만 완만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외적으로는 중국 시안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공급위축이 가격하락폭을 제한할 수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이미혜 연구원은 ‘2022년 반도체 수출산업전망’ 보고서에서 “2018년 말에는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메모리반도체 재고 수준이 높아 수요가 위축되자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했다”면서 “올해는 재고소진 후 구매 재개가 예상 된다”고 밝혔다.
다올투자증권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분기 실적 감익 추세를 예상 한다”면서도 “최근 주가 조정으로 관련 우려는 상당 부분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주가는 실적을 약 6개월 선행한 선례를 고려하면 올해 4분기부터 본격적인 주가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실적에서도 알 수 있듯 글로벌 경기둔화가 전망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선 아직 실적에 크게 영향을 줄만한 수준은 아닌 것 같다”며 “시장조사기관 자료를 보면 여전히 연간 전망으로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둔화로 인한 IT제품 수요가 다소 약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많은 만큼 메모리반도체 수요도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 산업경쟁력 높이려면
최근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주요국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가운데 안정적이고 회복력 높은 자국 중심 공급 망 구축을 위한 국가 간 전략 추진이 활발하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탄탄한 정부 지원과 기술력 제고, 선제적 투자 확대와 고부가가치 창출 전략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연구기관은 조언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반도체 산업경쟁력을 국가 경제성장과 기술자국화 등 산업안보의 전략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며 “반도체 강국으로 입지를 다지기 위한 민·관·학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송금종 손희정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