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재유행을 공식화했다. 이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부활할 가능성도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윤석열 정부의 ‘과학방역’이 첫 시험대에 올랐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8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코로나19 재유행의 경고등이 하나둘 켜지고 있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국면으로 전환됐음을 의미한다”며 “우리 모두 경각심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실제로 2배씩 확진자가 늘어나는 ‘더블링’ 현상이 현실화 됐다. 8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총 1만9323명 발생했다. 지난주 같은 요일(9522명)에 비해 2배 수준이다. 게다가 나흘째 확진자가 2만명에 육박하는 수치다. 지난 2일부터 1만712명→1만48명→6250명→1만8141명→1만9371명→1만8511명→1만9323명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번 확산세의 원인으로 여름철 이동량의 증가, 밀폐된 실내공간에서의 에어컨 사용에 따른 환기 부족, 면역효과 감소 등을 지목했다.
특히 오미크론 하위 변이인 BA.4와 BA.5의 확산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기준 전 세계 신규 확진의 43%는 BA.5, 12%는 BA.4에 기인한 것으로, 구성비가 빠르게 증가하며 단기간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게다가 기존 오미크론 변이(BA.1)보다 백신이나 재감염에 대한 면역 회피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재유행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방역당국은 BA.4, BA.5가 한국에서 조만간 우세종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많은 해외 국가에서 BA.4, BA.5 확산과 함께 확진자 수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한국도 BA.5 검출률이 2주 전 10.4%에서 지난주 28.2%까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조만간 우세종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의 대응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방역당국은 ‘사회적 거리두기’ 재도입 가능성을 열어뒀다. 손 반장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비롯한 각종 다양한 방역조치들을 변경할 필요가 있는지, 변경한다면 어떤 식으로 대응책을 변경할 수 있을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오는 13일 관련 방역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거리두기가 부활한다고 해도 기존과 같은 방식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윤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비과학적이라며 비판해왔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공약집에서 문 정부가 원칙 없는 거리두기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피해가 집중되는 등 불필요한 경제적 피해를 유발했다고 질타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일률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방식을 바꿀 계획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은 새 정부의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을 공개하면서 “예전처럼 어느 업종 전체를 집합 금지 명령 내리는 식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식당,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기준이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안 위원장은 “카페에서 확진자가 생겼다고 가게 전체를 닫거나 하는 식이 아니라 3밀(밀집·밀접·밀폐)을 기준으로 거리두기를 하겠다”며 “방에 몇 명까지 들어갈 수 있는지, 사람 간 또는 테이블 간 거리, 환기 시설 기준 등을 고려하겠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당장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강력한 방역대책 보단 치료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8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현재 상태에서 적절하지 않다”며 “국민들의 불편감, 경제적인 피해를 고려해봤을 때 거리두기 재도입은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다. 효과에 비해 피해가 너무 큰 방역정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BA.5는 중증화율이 낮고 사망자가 많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일부 재감염자가 발생할 수 있다. 재감염된다는 건 면역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확진자에게 치료제를 신속하게 투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