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한 “어려웠던 ‘안나’, 덕분에 유연해졌어요” [쿠키인터뷰]

김준한 “어려웠던 ‘안나’, 덕분에 유연해졌어요”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07-12 06:00:07
배우 김준한. 쿠팡플레이

폭력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람. 배우 김준한은 자신이 연기한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안나’의 최지훈을 이렇게 평했다. 맞는 말이다. 최지훈은 성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야망에 취해 주변을 짓밟고 올라선다. 최지훈을 연기하는 동안 인상이 바뀌었단 말을 들었을 정도다. “다들 그랬어요. ‘최지훈 눈’으로 쳐다보지 말라고요.” 지난 7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준한은 서글서글하게 말했다.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최지훈이 됐나 봐요. 참,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에요.” 소탈한 그의 모습에서 최지훈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김준한에게 ‘안나’는 새로움을 안긴 작품이다. 사투리 연기부터가 그랬다. 실제 경남 마산 출신인 그는 차진 사투리로 최지훈의 개성을 더욱 실감 나게 살렸다. 최지훈의 사투리를 전면에 내세운 건 김준한의 아이디어다. “과시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을 잇던 그는 “연기로 사투리를 쓰는 건 처음이라 조금 설렜다”며 미소 지었다. 

“최지훈은 경남 통영 출신 자수성가 사업가예요. 사투리를 쓰되, 고향 사람들을 만날 때만 쓴다는 설정이었죠. 하지만 캐릭터를 연구하다 보니 최지훈은 자신의 야망을 실현하는 데 있어 사투리가 실보다 득이라고 판단했을 것 같더라고요. 무기이자 자긍심이라고 느꼈거든요. 애향심을 뽐내기 위해서라도 사투리를 고수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감독님께 의견을 말씀드렸죠.”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안나’ 스틸컷

김준한은 뚜렷한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 인물의 성격대로 생각하며 상황에만 집중했다. 졸부, 속물근성, 야망, 정치 욕심. 대본 속에서 다소 뻔한 키워드로 설명되던 최지훈은 김준한을 만나 생명력을 얻었다. “감독님도 처음엔 최지훈이 평면적인 인물이라고 소개했어요. 하지만 대본에서부터 그의 이면과 장난기가 보였죠.” 군림하려 들고 ‘갑질’을 일삼는 최지훈을 연기하며 때로는 거리감도 느꼈다.

“갈등을 통해 캐릭터를 보여주는 장면이 많았어요. 아내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밤중에 벽에 못을 박는 장면이 대표적이에요. 최지훈은 대답도 잘 안 해요. 웃어넘기거나, 대답 대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거든요. 예의 없고 폭력적이면서 자기중심적이죠. 고양이 이름을 ‘서우리’로 짓는 장면도 최지훈이 어떤 사람인지 잘 보여줘요. ‘얘 뭐지’ 싶잖아요. 뿌리 깊은 야망이 보이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감이 안 잡히는 느낌이랄까요. 연기하는 입장에서 참 이해하기 힘든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웃음을 도구로 사용하기도 하잖아요. 상황을 갖고 놀며 지배하는 모습은 흥미로웠어요.”

일부 시청자들은 아내 안나(수지)에 대한 최지훈의 감정이 무엇인지 토론을 벌였다. 사랑하긴 했는지, 단순한 ‘트로피 와이프’였는지 등 여러 의견이 오갔다. 김준한의 답은 “영혼의 단짝이자 파트너”다. “진심이나 사랑이라는 말로 안나를 판단하진 않았을 거예요. 모든 것들을 통틀어 자신과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봤겠죠. 내 삶을 구성하는 좋은 요소 정도? 적어도 최지훈은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인간은 모두 자기 합리화를 하니까요. 자신과 사는 게 안나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믿었고요.”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안나’ 스틸컷

‘안나’ 속 인물들은 선과 악이 모호하다. 그 안에서 최지훈은 확실한 악역으로 통한다. 김준한은 그 점을 경계했다. “평가자 입장에서 인물을 보면 연기에도 그런 시선이 묻어날 수밖에 없어요. 저는 최지훈을 연기해야 하는 만큼 철저히 최지훈으로서 생각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야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나고 공감할 여지도 생기니까요.” 최지훈으로 살며 김준한은 그의 동력이 공포감에서 비롯된다는 걸 느꼈다.

“정상을 향해 올라가려는 사람들에겐 공통점이 있어요. 추락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는 거예요. 공포를 몰아내려고 허우적대다 보면 쾌락을 만나기도 해요. 일종의 도파민 중독 상태인 거죠. 최지훈의 사고방식은 이해하기 어려워요. 어려운 걸 이해하려 하다 보니 제 세계가 넓어졌어요. 새로운 경험치가 생기면서 더 유연해졌다고 생각했어요.”

어느덧 10년 차 배우다. 그에게 연기에 대해 묻자 단번에 명쾌한 답이 돌아왔다. “하면 할수록 어렵지만, 그래서 더 재밌어요. 그렇기 때문에 더 노력해요. 잘해내고 싶거든요.” MBC ‘봄밤’,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으로 인지도를 높여온 그다. ‘안나’로 다시금 주목받는 지금, 김준한은 새로운 동력을 얻었다. “아직 이름이나 얼굴이 낯선 배우일 텐데도 저를 지켜봐 주는 분들이 있다는 걸 느껴요. 감사하죠. 그런 분들을 뵐수록 더 힘이 나고, 연기를 더욱더 열심히 해보고 싶어요. 차기작을 아직 정하지 못했는데, 계속 ‘열일’하는 배우가 되려 합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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