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플라스틱부터 쇳가루까지…차 업계, 시름 깊어져

미세플라스틱부터 쇳가루까지…차 업계, 시름 깊어져

기사승인 2022-07-15 06:30:01
안세진 기자

미세플라스틱부터 쇳가루 논란까지 겪고 있는 차(茶) 업계가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인체에 무해하거나 아직 연구가 필요하다고 결론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티백=차=유해하다’는 공식이 기정사실화 하면서 타격이 크다는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영국에서 수입된 홍차 브랜드 3곳(트와이닝스, 테틀리, 아마드티다)에서 중금속 성분이 포함된 금속 이물질이 발견됐다. 국내 기준 금속성 이물은 1㎏ 당 10㎎ 미만으로 들어있어야 하는데 해당 제품들에서 적게는 35.8㎎에서 많게는 41.1㎎까지 4배 이상 이물질이 검출됐다. 

식약처는 찻잎 분쇄 과정 중 이를 압착하는 공정에서 쇳가루가 발생해 티백에서 검출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식약처는 제품 회수 명령을 내렸고 수입사에도 시정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백화점들은 해당 제품을 판매 중지하거나 회수 조치했으며 CJ올리브영 등 일반 매장에서도 판매가 중지됐다.

차 업계는 의아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제품들은 어느 한 순간 잘못 공정돼 들어온 제품들이 아니다. 모두 20년 넘게 수입된 같은 제품들”라며 “이번 식약처 부적합 판정은 기준치 설정이 잘못됐거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의도적 조치인 것으로 밖에 해석이 안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식약처에서 문제를 지적한 이후 대형마트, 제조사 등 저마다 검출 조사를 다시 해봤지만 인체에 무해한 수준으로 수치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식품안전나라 홈페이지 캡처

업계는 “이같은 논란은 커피 등 비슷한 동종업계보다 치명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커피의 경우 이같은 논란이 발생해도 다른 브랜드 제품을 소비하는데, 차의 경우 차 자체에 대한 소비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과거 티백 미세플라스틱 사건을 언급했다. 지난 2019년 캐나다 맥길대 연구팀은 티백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다량 검출됐다는 연구조사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티백 제품 4개를 끓는 물에 넣어 분석한 결과, 티백 하나에서 116억개에 달하는 미세 플라스틱과 31억개 나노 플라스틱 조각이 방출됐다고 밝혔다. 미세 플라스틱은 지름이 5mm 이하, 나노 플라스틱은 100nm(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이하 조각을 의미한다. 

전 세계는 발칵 뒤집혔다. 이후 차 업계에서는 현재까지 옥수수전분으로 친환경 생분해성 메쉬필터(PLA)를 만드는 등 생분해성 티백 제조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세플라스틱은 정말로 인체에 해로울까. 미세플라스틱이라는 이름에서 오는 거부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 캐나다 맥길대 연구팀 연구결과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고 추가 연구 필요성이 있지만 미세플라스틱에 의한 건강 피해는 보고된 바가 없다”고 발표했다.

실제 현대인은 일주일에 평균 신용카드 1장 분량의 미세플라스틱을 먹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이 발표한 ‘플라스틱의 인체 섭취 평가 연구’에 따르면 현대인은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5g 정도의 미세플라스틱을 알게 모르게 섭취한다.

차 업계에서는 결과적으로 당시 미세플라스틱 논란이 최근 친환경 흐름에 맡는 티백이 나올 수 있게끔 기여했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인체에 해로운지 여부는 여전히 물음표인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기억에 남은 것은 티백은 해롭다는 인식이라는 점에서 현재까지도 타격을 받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제조업계 관계자는 “해당 사건 이후 각 업체들이 하동녹차연구소를 통해 미세플라스틱 검출량을 조사해봤다”며 “WHO에서 일반인에게 해롭다는 미세플라스틱 섭취량을 1이라고 가정했을 때, 맥길대 연구팀이 발표한 섭취량은 매일 똑같은 티백을 30년 동안 먹어야 1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가 어찌됐든 우리가 마시는 티백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것은 사실이고, 또 친환경 소재 티백이 사회에 자리 잡게끔 만들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왔다”면서도 “소비자들은 ‘티백=차’라고 생각한다. 티백에 대한 이같은 논란은 차 시장에 큰 타격을 줬다. 인체에 무해하다는 연구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이것이 기정사실화해서 업계에 피해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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