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째 이어진 둔촌주공 공사중단 사태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조합은 조합장 사퇴에 따른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했고 시공사업단과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사업비 대출안 추가검토도 중지하기로 했다.
상황은 녹록치 않다. 비상대책위원회 성격의 둔촌주공 조합 정상화위원회(정상위)는 예고한대로 오는 8월 해임 총회를 열고 현 집행부 전원 해임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혼란이 계속되자 입주권을 내놓는 조합원들도 늘고 있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조합은 전날 오후 긴급 이사회를 열고 박석규 재무이사를 조합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했다. 김현철 전 조합장은 지난 17일 “역량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며 자진사퇴를 밝힌 바 있다.
조합 이사진은 “조합은 시공사 교체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시공사와 함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협의를 계속해 빠르게 공사 재개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예고했던 8000억원 규모의 사업비 대출안은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앞서 조합은 NH농협은행 등 24개 금융사로부터 구성된 대주단으로부터 오는 8월 말 만기를 앞둔 7000억원 규모의 사업비 대출 보증 연장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에 조합원들이 인당 약 1억원 이상을 상환해야하고 조합 파산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우려가 커지자 김 전 조합장은 지난 14일 금융기관으로부터 8000억원 가량의 사업비 추가대출을 확정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대출금리, 조건 등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조합 내부에서 불만이 폭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조합은 김 전 조합장 사퇴 직후 추가대출 계획을 번복했다. 조합 측은 “대위변제 대비를 위한 8000억원 대출안은 더 이상 검토하지 않기로 했다”며 “많은 혼란을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리며 조합원 여러분의 넓은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다만 조합장 사퇴와 별개로 정상위는 현 집행부 해임안을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해임발의안에 조합장과 자문위원 외에도 집행부 전원이 포함된 만큼 집행부 전원 교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상위는 지난달 8일부터 조합 집행부 해임발의서를 모으고 있다.
3개월째 공사중단 사태가 이어지면서 조합원들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조합장 자진사퇴라는 새국면에 접어들었지만 해결 실마리가 보이지 않으면서 입주권을 내놓는 조합원들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다르면 19일 기준 둔촌주공 재건축 입주권 매물 수는 총 127건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 조합원은 “사태가 다 해결되더라도 얼마나 분담금이 늘어날지 모르는 상황이라서 조합원 모두가 힘들어하고 있다”며 “자포자기 상태로 매물로 내놓는 사람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둔촌주공 재건축 역대 최대 규모의 정비 사업으로 강동구 둔촌1동 170-1번지 일대에 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만2032가구(임대 1046가구 포함) 규모의 아파트와 부대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공사비 증액(약 5586억원) 계약의 유효성을 놓고 시공사업단과 조합 측의 갈등이 깊어지면 지난 4월15일 재건축 현장은 공정률 52%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최근 서울시 중재로 상황이 해결되는 듯 보였으나 ‘상가 쪼개기’ 분쟁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협상이 난항에 빠졌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