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류준열 “삶이 자연스레 묻어나야 좋다” [쿠키인터뷰]

‘외계+인’ 류준열 “삶이 자연스레 묻어나야 좋다”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07-22 09:30:02
영화 ‘외계+인’(감독 최동훈) 속 배우 류준열(가운데). CJ ENM

폭포를 등지고 바위에 걸터앉은 사내가 짐짓 무게를 잡고 말한다. “무릇 도술이란 마른하늘에 비가 내리고…” 야속한 하늘이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얼굴을 들이밀어도 사내는 뻔뻔하다. “거, 꽃놀이 나온 사람들 기분 잡치면 안 되니까 비는 됐고.” 허술하게 허세부리는 이 사내의 이름은 무륵(류준열). 이래봬도 도사다. 영화 ‘외계+인’을 만든 최동훈 감독은 처음부터 배우 류준열을 염두에 두고 무륵을 구상했다고 한다. 왜였을까.

“그런 낯간지러운 질문은 못 했어요. 하하.” 지난 18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류준열에게 최 감독으로부터 캐스팅 이유를 들었느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류준열은 “감독님이 제게서 헐렁한 구석을 캐치해 출연을 제안하신 것 같다”며 “내겐 꿈의 무대”라고 했다. 그는 최 감독과 술자리에서 “와인은 칠레”라고 너스레를 떨었을 만큼(최 감독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에서 주인공 최창혁(박신양)이 칠레 와인을 예찬한다), 최 감독의 열혈 팬이다. “감독님은 워낙 독보적인 분이잖아요. 감독님처럼 남녀노소 누구나 유쾌하게 즐길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또 있을까요.”

이렇게 만난 무륵은 류준열과 닮은 점이 많았다. “삶을 심각하지 않게, 가볍게 보려는 성격”이 비슷하단다. 전작인 영화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에서 과묵하고 우직한 독립군 분대장 이장하를 연기했던 그는 “한동안 책임이 큰 인물을 맡다가 무륵을 만나 즐거웠다”고 돌아봤다. 촬영은 고됐다. 촬영장에 도착하면 몸에 와이어부터 매달았을 정도로 액션 장면이 많았다. 더운 날씨에도 한복을 여러 겹 껴입어 몸무게가 5㎏이나 줄었다. 하지만 류준열은 “쿵짝이 잘 맞는 동생들(김태리·김우빈)과 신나게 연기하도록 판을 깔아주신 선배들(염정아·조우진·김의성) 덕에 현장이 즐거웠다”며 미소 지었다.

류준열.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외계+인’은 무륵의 성장드라마다. ‘얼치기 도사’로 불릴 만큼 허술하던 그는 신검을 매개로 이안(김태리)과 얽히며 스스로를 새롭게 자각한다. 류준열은 “대학에서 연기를 공부할 때 변화하는 인물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배웠다. 무륵이 바로 그런 인물”이라고 봤다. 작품에선 “개울가의 물안개를 잡아본 적 있소”라는 대사가 각기 다른 뉘앙스로 두 번 등장한다. 류준열은 “소름이 돋았다”면서 “두 대사의 차이를 잘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도술을 쓰는 고려시대 기인을 표현하기 위해 홍콩 영화와 사극을 섭렵하고 기계체조로 몸 쓰는 법도 단련했다고 한다.

도사와 외계인, 도술과 인공지능, 사극과 SF 등 여러 소재와 장르가 뒤섞여서일까. ‘외계+인’을 본 관객 사이에선 호불호가 갈리는 분위기다. 류준열은 “다른 사람이라면 시도하지 않을 최 감독님의 독특한 세계관이 잘 묻어나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이미 촬영한 2부 외에) 3부, 4부가 나오면 또 함께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다만 과욕하지는 않았다. 데뷔 초 일정 문제로 작품을 놓치면 괴로웠다는 그는 “지금은 내 것이 있고 내 것이 아닌 게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면서 “억지로 뭔가를 하려다가는 탈이 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물처럼 흐르려는 류준열의 태도는 캐릭터를 대하는 자세에서도 두드러진다. 그는 “자연스러운 게 가장 좋다”고 했다. “tvN ‘응답하라 1988’ 이후로 자연스러운 인물을 만나지 못하다가 지난해 JTBC ‘인간실격’으로 갈증을 해소했어요. ‘외계+인’은 장르 영화고 무륵 또한 독특한 캐릭터지만, 그 안에서 자연스러움을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특이한 능력이나 핸디캡을 가진 캐릭터, ‘얘는 이래야 해’라고 답이 정해진 역할은 지양하는 편이에요. 삶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오는 인물이 좋거든요.”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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