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한 달간 도크(선박건조시설)에서 고공농성을 해온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 6인이 22일 땅을 밟았다. 조선업 하청노동자 생계를 위해 찌든 더위와 배고픔을 참고 견뎌온 이들이다. 동지가 챙겨주는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고, 용변은 기저귀로 해결했다고 한다. 임금교섭이 극적으로 타결된 이날 그들은 많은 격려와 박수갈채 속에 병원으로 이송됐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임금교섭이 진통 끝에 22일 타결됐다. 노조가 파업한 지 51일 만이다. 쟁점이었던 손해배상 청구 문제는 끝내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노사는 이날 오전 8시부터 교섭을 진행했다. 노사는 3차례 정회를 거쳐 오후 4시경 잠정 합의안을 만들었다. 이후 지회 찬반 투표를 거쳐 최종 타결에 이르렀다. 찬성률은 90%였다.
주된 합의안은 임금인상과 고용승계다. 인상률 4.5%를 기준으로 올해 미 인상분을 올리기로 했다. 또 폐업한 업체 노동자와 폐업이 예정된 노동자는 다른 업체로 인계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배재 없는’ 고용 승계를 하는 데 동의했다.
노사는 투표 가결 후 점거 농성 중인 1도크 앞에서 해단식을 열고 교섭타결을 공식 선언했다.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은 “0.3평이라는 공간에 자신을 가둔 31일 간의 모습이 조선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삶 그 자체였다”라며 “빼앗긴 임금이 관철되진 않았지만 하청 노동자 실상을 전 사회에 알린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조선소 주인이 누구인지를 보여줬고, 대우조선해양 공장 주체로서 투쟁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며 “금속노조는 110만 비정규직 노동자 삶을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수 조선하청노조 지회장은 “오늘 드디어 초라하고 걸레 같은 합의서지만 금속노조 이름을 넣을 수 있게 됐다. 조합원 누구도 만족하지 않는 잠정 합의안에 90% 넘는 조합원이 찬성했다. 51일 동안 투쟁을 이어온 조합원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지회장은 “오늘을 시작으로 내일을 준비 하겠다”며 “지난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오늘 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또 다른 투쟁 준비하고 다른 계획을 차곡차곡 소화해나가겠다. 안전하고 차별없는 일터를 만들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주요 쟁점인 손해배상은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다. 사측은 불법 파업에 따른 책임을 묻지 않으면 나쁜 선례로 남을 수 있고, 사측이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노동계는 손해배상 청구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억압하기 위한 악질적인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노사가 합의에 이르려고 노력했지만 안타깝게 합의하지 못했다”며 “성실하게 협의할 게 더 남았다. (사측과) 진지하게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 당사를 차리고 도크를 지킨 정의당도 손해배상 청구에 관해 입장을 밝혔다.
이은주 비대위원장은 “기업 손해배상 청구는 노동자 쟁의와 결사를 억압하는 도구”라며 “과거 쌍용차와 한진중공업같은 고통을 반복해선 안 된다. 정의당은 대우조선과 협력사 협의회가 조선업 하청노동지회 입장을 수용하길 요구 한다”고 밝혔다.
임금교섭 타결과 함께 중단된 생산라인도 재가동 될 전망이다. 노사는 우선 도크 복구 작업에 착수한다.
홍 부위원장은 “생산 재개는 세부적인 사안이라 좀 더 준비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유치장에 스스로를 가두고 농성에 참여한 유최안 씨를 비롯해 고공 농성을 한 노동자들은 이날 육체적 정신적인 피로를 호소하며 언론 인터뷰엔 응하지 않았다.
거제=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