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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와 건설 노동자, 그리고 입주자 모두에게서 ‘한숨’이 나오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최근 입주를 시작한 경기 화성시 한 신축아파트(화성 우방 아이유쉘 메가시티) 벽면에서 ‘인분 봉지’가 발견돼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드레스룸 천정을 열어보니 비닐 세봉지가 나왔습니다. 대변 봉투였습니다.”
지난 5월 입주한 A씨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심한 악취를 느꼈습니다. 악취가 해결되지 않자 지난달 29일 시공사 A/S부서에 하자 신청을 했고 지난 2일 건설사 관계자가 방문해 집안 곳곳을 살폈습니다.
악취의 정체는 ‘인분’이 든 비닐 세봉지였습니다. 드레스룸 천정에서 발견됐습니다. A씨 집 뿐만 아니라 바로 옆집에서도 천장에서 인분이 든 비닐봉지 1개가 발견돼 논란이 커졌습니다.
가슴 쓸어내린 건설업계… “남 일 같지 않다”
화살은 해당 아파트 시공에 참여한 건설사를 향했습니다. 현장 노동자들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관련 기사 하단에는 “건설사가 관리를 엉망으로 한 것이 아니냐”, “건설사 관리감독 문제로 발생한 일” 등의 댓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건설사만의 문제였을까요.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해당 내용에 대해 “남 일 같지 않습니다”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유사한 일이 이미 현장에선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이 관계자는 “건설사만 탓할 수 없습니다. 근로자 대상으로 아무리 교육을 해도 현장에 들어가서 적용이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건설 근로자라고 밝힌 한 누리꾼 B씨도 같은 취지의 의견을 내놨습니다. B씨는 “아파트 1동마다 1호수를 ‘똥방’이라고 칭하며 모든 인부는 똥방에다가 배설물을 쌉니다. 보통 중간층에 위치한 호수를 똥방으로 지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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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 원인은 열악한 건설환경 문제”
그렇다면 노동자의 문제였을까요. 근본적인 원인은 ‘건설현장’에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는 26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사 현장에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확충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현장 내 화장실 개수가 턱없이 부족하고 멀리 위치하다보니 불가피하게 건물 내부에서 용변을 보는 경우가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앞서 B씨도 “화장실이 따로 있긴 한데 1층까지 내려가서 싸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걸려서 똥방에 다 싸고 시멘트로 묻습니다”고 밝힌 바 있죠.
건설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8일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건설 현장 23곳을 조사한 결과 현장당 평균 172명의 노동자가 투입되는 데 반해 평균 화장실 개수는 2.5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공기관이 발주 현장임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노동환경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강한수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건설노조를 대표하는 노조로, 아파트 주민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하지만 과연 왜 그런 일이 발생하게 됐는지 얘기하고 싶습니다”며 “점심 시간, 퇴근 시간까지 참다가 도저히 안 되면 건물 내부에 용변을 볼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결국 고통의 몫은 입주자들의 것으로 남게됐습니다.
당사자 A씨는 ‘일상 복귀’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A씨는 사태 확산 직후 “인분 봉지가 발견된 후로 벌써 17일이 지났는데 건설사는 벽지와 천장을 뜯어낸 후 살균하고 액상 세제를 뿌리는 걸 탈취 작업이라고 하고 있습니다”며 “정상적으로 입주했을 때의 모습으로 복구해달라는 기본적인 요구마저 안 들어주는 건설사의 행태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고 토로했습니다.
건설사는 최대한 노력해 입주민과 합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해당 건설사 관계자는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