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그라비티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라그나로크 온라인(이하 라그나로크)’이 이용자들을 위해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를 개최했다.
그라비티는 31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SJ쿤스트할레에서 라그나로크 온라인 2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개최하고, 행사장 부근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현장에는 전민우 개발총괄 PD, 김종훈 개발PM, 김성진 사업PM이 참석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그라비티 측에 따르면 서비스 20주년을 맞아 라그나로크는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핵심은 신규 PvP(플레이어 대 플레이어) 콘텐츠인 ‘신공성전’이다. 신공성전은 기존의 PvP 콘텐츠와 달리 스킬별 위력을 조정해 데미지 인플레이션을 감소시키고, 플레이어 간 전투에 특화된 전용 아이템과 오브젝트를 통해 전략적인 공성·수성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편의성 개선을 위해 MOTP 사용 장려, 하위 직업군 의상 변경 기능 추가, 내비게이션이나 대량의 일일 퀘스트 포기 등 UI(유저 인터페이스) 개선, 커뮤니티 강화를 위한 그룹 및 전체 채팅 기능 추가 등을 진행한다. 파밍의 재미를 살리기 위한 고민을 이어가고, 매크로에 대해서도 TF를 구성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전 PD는 “20주년 업데이트 행사를 준비하면서 앞으로 10~20년 더 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고민했다”면서 “그만큼 책임감을 느끼고, 전 세대가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초심으로 돌아가 1살의 라그나로크 온라인이 주었던 재미와 향수를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여러 업데이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02년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라그나로크는 한국 게임 역사에 많은 영향을 미친 작품이다. 당시 MMORPG는 다크 판타지 풍의 다소 무거운 분위기를 띠고 있는 경우가 많았고, 이로 인해 주 이용자 층은 대부분 성인남성이었다. 하지만 라그나로크는 아기자기하고 캐주얼한 분위기를 표방하면서 보다 다양한 이용자 층을 포용했다. 전PD는 “실제로 당시 라그나로크 이용자들을 보면 다양한 이용자들이 있었다”며 “2003년에는 오프라인으로 즐기는 콘텐츠를 제작해 이용자들이 함께 모여 즐긴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전PD는 “20년 전 게임을 즐겼던 20대 이용자들이 어느새 40대 부모가 돼 아이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고 있는 사례도 있다”면서 “정말 감사하고, 라그나로크는 앞으로도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추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업데이트는 초심으로 돌아가서 당시의 즐거움과 향수를 전하자는 의미에서 여러 업데이트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번 업데이트의 핵심 콘텐츠인 신공성전이 ‘헤비 유저’들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전PD는 “진입장벽을 낮추는 여러 가지 계획을 잡고 있다”면서 “‘라이트 유저’를 위해 꾸미기 요소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외향적인 측면과 채팅 부분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부연했다.
김 사업PM은 “아무래도 라그나로크 지식재산권(IP)과 출시된 지 시간이 많이 지났기에, 젊은 이용자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다”면서 “그러기 위해 라그나로크 IP를 이용한 여러 가지 게임을 출시하고, 애니메이션, 각종 굿즈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홍보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 대체불가능토큰(NFT)이나 메타버스도 검토는 할 텐데 쉽진 않아서 검토 단계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개발진은 오랫동안 지적된 문제점도 지속해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리메이크나 리마스터 계획에 대해 전 PD는 “다시 만드는 게 더 쉽긴 할 텐데 내부에서 나름 사이드 작업으로 진행 중인데 쉽지 않다”면서 “새 클라이언트를 만드는 건 시간 많이 걸리고, 소규모 인력으로 R&D 방식으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PC에서 같은 게임의 클라이언트 여러 개를 동시에 실행해 여러 계정으로 접속하는 ‘다중 클라이언트(이하 다클라) 시스템’에 대한 답변도 나왔다. 전PD는 “당분간은 손댈 생각이 없다”면서 “여러 문제를 해결할 때 모든 유저가 불편하지 않게 하는 선에서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다중을 막으면 불편할 테니 막지 않겠다. 문제가 많다면 유저와 소통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장수게임에서 볼 수 있는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 ‘프리서버’와 관련해서 김 사업PM은 “이용자들에게 제보를 받는 대로 법무팀에서 법적 절차를 밟고 확인 중”이라면서 “조만간 정리해서 입장을 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 PD는 “제가 라그나로크를 담당한 지 만 3년 정도 됐는데, 처음 파악할 때부터 구조가 생각보다 잘 잡혀 있는 걸 확인했다”면서 “다만 서비스를 계속하면서 요청사항에 대응하다 보니 처음 의도를 잘 살리지 못한 게 많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현재는 이런 부분을 잘 풀어서 효율을 잘 내보자고 해서 정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 PD는 “하나의 게임을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서비스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라그나로크가 장수한 것은 오랜 시간 꾸준히 사랑해주신 유저 여러분 덕분”이라며 “더 좋은 모습을 선보이고자 게임을 계속 개선해나가고 있다. 유저분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SJ쿤스트할레에서 진행된 오프라인 행사에는 추첨을 통해 선정된 500명의 이용자가 참석했다. 오전부터 많은 양의 비가 내렸지만, 라그나로크를 사랑하는 이용자들의 열정을 막지는 못했다. 행사 현장에는 라그나로크 원작 캐릭터를 코스튬한 모델을 자유롭게 촬영 가능한 코스프레 존과 무대 공연, 인형뽑기, 각종 이벤트존 등이 마련됐다. 이용자들은 라그나로크 대표 캐릭터 ‘포링’ 탈을 쓴 행사진행 요원과 사진을 찍기도 했다.
행사 마지막에는 이날 일정의 하이라이트인 오마이걸의 공연이 진행됐다. 오마이걸은 ‘돌핀’, ‘던던댄스’, ‘살짝 설렜어’ 등의 무대를 선보이며 현장의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멤버들은 ‘라그나로크 5행시’ 등 다양한 주제로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며 소통했다. 이용자들도 오마이걸의 적극적인 모습에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냈다. 오마이걸 멤버들은 “라그나로크 20주년 행사에 초청받아 영광”이라면서 “라그나로크가 20년 동안 장수할 수 있던 것은 이용자 분들의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앞으로도 많은 사랑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가족 단위로 현장을 방문한 한 이용자는 “20대 대학생 때부터 라그나로크를 즐겼는데, 어느새 한 아이의 아빠가 됐다”면서 “이용자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선물한 그라비티에 고맙고, 라그나로크가 앞으로도 오래 서비스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