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백신 펀드, 기대만큼 효과 발휘하려면

K바이오·백신 펀드, 기대만큼 효과 발휘하려면

기사승인 2022-08-04 16:44:05
이기일 보건복지부 2차관(가운데)과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이 지난달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바이오헬스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K바이오·백신 펀드 조성 계획을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정부가 대규모 민관 합작 펀드를 조성, 제약바이오 산업계에 전격 투자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투자의 효과를 배가하려면 인재 양성 병행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당시부터 공약으로 내세웠던 국가 주도 펀드가 최근 'K바이오·백신 펀드'로 윤곽을 드러냈다. 혁신 신약 개발과 백신 자주권 확보가 펀드의 기본 목표다. 민관 합동으로 올해 안에 5000억원 규모로 조성하고, 향후 1조원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K바이오·백신 펀드와 별개로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을 위한 파이프라인 지원 사업도 착수한다. 지원은 올해부터 오는 2030년까지 총 2조2000억원 규모로, 국비 1조5000억원과 민간자본 7000억원이 투입된다. 이 자금은 유효물질 발굴에서 임상 2상에 진입하기까지 연구개발에 지원된다. 

정부가 주도해 조성하지만, K바이오·백신 펀드의 구성을 들여다 보면 민간 자본의 성격이 지배적이다. 올해 마련할 초기 자금 5000억원 가운데 순수하게 정부가 투입하는 지분은 1000억원이다. 추가로 1000억원은 국책은행에서 조달한다. 나머지 3000억원은 모두 민간 투자를 유치한다. 운용사는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았으며, 오는 26일까지 한국벤처투자를 통해 운용사 선정 공고를 진행한다.

앞으로 규모가 1조원으로 불어나도 민간 자본의 비율은 과반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정부는 국내는 물론, 해외 자본의 참여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이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보조금 협정을 준수하기 위해 불가피한 전략이다. 협정에 따르면 정부는 임상 3상에 자금을 지원하지 못한다. 예외적으로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제20조 제(b)호를 근거로 임상 3상을 정부가 지원할 수 있지만, 이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팬데믹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건강보호정책목적을 위해 필요한 조치’에 해당하는 경우로 한정된다. 

이에 그동안 정부가 지원에 나서지 못했던 신약의 임상 3상에 K바이오·백신 펀드의 투자가 집중될 예정이다. 임상 3상은 국내 기업들이 신약 개발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단계로 꼽혀왔다. 특히 정부는 국내 기업들이 고비용의 연구개발비를 지속적으로 투입하지 못해 임상 3상을 완주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K바이오·백신 펀드로 기업이 대규모 연구개발비를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다만 자금 투자만으로는 업계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 견해다. 임상 3상 완주와 신약 출시 과정에서 기업이 마주하는 난관은 돈 문제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업계에 충분한 인적자원을 공급하는 것이 관건으로 꼽혔다.

이형기 서울대학교 분자의학·바이오제약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기업 근로자는 약 10만명인데, 이 가운데 연구개발 인력은 많게는 1만명, 적게는 4000명으로 추산된다”며 “연구개발 인력 중에서도 신약 개발에 관여하는 인원은 약 1500명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제약바이오 분야에 특화된 인재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도체의 경우, 국가적으로 특화된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 공고한데, 제약바이오 분야도 장기적 안목을 갖고 신약 개발에 특화된 민·관·학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인력뿐 아니라, 임상시험 및 투자 전문가도 필요하다.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사무국장은 “신약 개발은 오랜 기간이 소요되며 리스크도 크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수익 회수 가능성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펀드에 참여한 국내외 캐피탈들이 수지타산을 따지는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의 신약 후보물질과 파이프라인의 가치를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평가해줄 임상해석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임상해석 전문가들이 충분히 업계에서 활동한다면, 신약 개발 기업과 임상시험 위탁업체(CRO) 간 소통도 보다 신속하게 진행돼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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