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을 향해 발차기를 하며 “널 생각만 해도 난 강해져”(‘다시 만난 세계’)라고 노래하던 10대 소녀들은 세월을 견뎌 전설이 됐다. 5일 데뷔 15주년을 맞은 그룹 소녀시대 이야기다. 소녀시대는 15주년을 자축하며 발매하는 신보 타이틀곡 ‘포에버 원’(Forever 1)에서 “널 생각하면 강해져”라며 데뷔 초 기억을 끄집어 올린다. 이날 미리 들은 ‘포에버 원’에선 ‘다시 만난 세계’(다만세) 코드가 삽입돼 향수를 자극했다. 멤버들이 프로듀서 켄지에게 ‘다만세’를 떠올릴 구간을 넣어달라고 특별 주문한 결과다.
“시간이 흘러 다양하게 해석되는 ‘다만세’처럼”
“제2의 ‘다만세’가 되길 바랐어요.” 이날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수영은 ‘포에버 원’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어릴 땐 멋모르고 에너지를 담아 ‘다만세’를 불렀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 곡이 다양하게 해석되는 걸 봤다”며 “그것처럼 ‘포에버 원’도 모두가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로 완성되길 바랐다”고 했다. 신곡에 ‘다만세’ 코드를 넣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포에버 원’에서 멤버들은 “우리는 영원 / 위 아 원(We are one·우리는 하나)”이라고 떼창한다. 긴 시간 자신들 곁을 지켜준 팬들에게 바치는 약속이다. 태연과 써니는 “지금의 소녀시대가 할 수 있는 이야기”라면서 “영원하자는 다짐을 담은 만큼 팬들이 듣고 좋아해주시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멤버들 목소리 들으니 뭉클했어요”
음반에 실린 또 다른 신곡 ‘럭키 라이크 댓’(Lucky Like That)도 팬들에게 보내는 편지다. ‘오랫동안 소원하면 언제든 운명처럼 만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멤버들 중 가장 마지막으로 이 곡을 녹음했다는 윤아는 “오랜만에 멤버들 목소리를 들으니 뭉클하고 울컥했다”면서 “가사를 보자마자 소원(소녀시대 팬클럽)이 떠올랐다. 그래서 팬들에게 빨리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가장 강하게 들었던 곡”이라고 돌아봤다. 티파니가 작곡하고 수영이 작사한 수록곡 ‘빌런’(Villain)은 소녀시대의 내일을 가늠하게 한다. “우리가 가는 길은 우리가 선택한다”(티파니)는 메시지를 담은 이 곡에서 소녀시대는 노련하고 카리스마 있는 보컬을 들려준다. 수영은 “요즘은 모두가 좋아하는 답을 말하는 사람보다는 자기 생각과 개성이 확고한 사람이 사랑받는 시대”라면서 “나 역시 그렇게 살고 싶다는 마음을 녹였다”고 귀띔했다.
“소녀시대가 소녀시대를 너무 좋아해요, 지키고 싶고”
2007년 데뷔한 소녀시대는 ‘지’(Gee), ‘소원을 말해봐’, ‘아이 갓 어 보이’(I Got A Boy), ‘라이언하트’(Lion Heart) 등 여러 히트곡을 남기며 K팝을 대표하는 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는 물론 미국 빌보드 차트에도 이름을 올렸고, 걸그룹으로는 이례적으로 월드투어를 돌았다. 2017년 수영·티파니·서현이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나고 각자 개인 활동에 집중하면서도 멤버들끼리 꾸준히 만나 우정을 쌓았다. 신보 ‘포에버 원’도 지난해부터 멤버들이 주도해 만들었다. 티파니는 “우리를 기다려준 팬들에게 정규음반을 선물할 수 있다는 설렘 덕분에 무척 즐거웠던 작업”이라고 회상했다. 태연은 “여덟 명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가 수월하진 않았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 소녀시대의 팬이다. 소녀시대를 너무 좋아하고 지키고 싶어 한다”면서 “그 목적이 같기 때문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자신했다. 다만 소녀시대 완전체 활동이 앞으로도 이어지냐는 질문에는 “지금 당장이 너무 중요해서 과거나 미래를 생각할 겨를은 없다. 활동하며 느낀 점과 배운 점을 토대로 앞으로 방향을 잡을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